부정맥은 ‘급사’ 부르는 불청객

임수혁 데이에 알아본 증상-치료법

4월 18일은 롯데 자이언츠의 포수 ‘왕눈이’ 임수혁이 경기 도중 쓰러진 지 8년째 되는 날이다. 야구계와 팬들은 이날부터 20일까지를 ‘임수혁 데이’로 정하고 임 선수가 기적같이 일어나길 기원하는 다양한 행사를 벌인다.

임수혁이 쓰러진 것은 부정맥(不整脈)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은 부정맥의 위험에 대해 간과하고 있다. 심지어 임수혁 데이에 참가한 사람도 정작 임수혁이 왜 쓰러졌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 부정맥은 급사(急死)의 주요 원인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누군가 부정맥으로 쓰러졌을 때 이를 구할 필수장치인 심폐소생기조차 공공장소에 비치되지 않고 있다. 임수혁 데이를 맞아 부정맥에 대해 알아본다.

심장과 부정맥

심장은 혈액에 산소와 영양분을 담아 우리 몸 구석구석에 보내는 펌프다. 이 펌프는 전기의 힘으로 움직인다. 심장 오른쪽에 있는 ‘동방결절’이 모터 역할을 해 전기를 만들면 심방이 ‘쫙쫙’ 오므렸다 펴지고 곧바로 심실이 ‘쫘~악, 쫘~악’ 좀 더 큰 운동으로 박동하면서 피를 돌린다. 심장의 박동은 맥박으로 나타나는데 맥박은 1분에 60∼100번, 하루 10만 번을 뛴다. 이 심장 전기시스템의 이상으로 맥박이 분당 100번 이상 또는 60번 이하로 뛰는 것이 부정맥(不整脈)이다.

부정맥은 생명을 한순간에 앗아가는 무서운 병이다. 그러나 일반인은 부정맥의 위험에 대해 모를 뿐 아니라 개원 의사조차 부정맥 환자가 오면 대처법을 잘 몰라 진땀을 흘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고려대 안암병원 심장내과 김영훈 교수는 “많은 사람이 부정맥 하면 맥박이 불규칙적으로 팔딱팔딱 뛰는 것으로만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며 “부정맥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거나 느린 경우 또는 불규칙적인 것을 모두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정맥은 급사(急死)의 주원인인데도 너무나 간과되고 있다”며 “심장동맥이 막혔거나 좁아진 심장동맥질환이 심장마비의 주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로 인한 급사는 30% 미만”이라고 말했다.

▽동빈맥과 동서맥=맥박은 흥분하거나 숨이 차면 더 많이 뛰는데 이를 동빈맥(洞頻脈)이라고 한다. 잘 때 덜 뛰는 것은 동서맥(洞徐脈). 둘 다 자연스런 현상으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조기박동=기외수축(期外收縮)이라고도 부른다. 맥박이 규칙적으로 뛰다가 한 박자씩 쉬는 것으로 환자들은 ‘심장이 건너뛴다’ ‘벌렁거린다’는 말을 한다. 심장판막증, 협심증 등 심장질환이 원인일 땐 즉시 치료받아야 하지만 나머지는 그냥 둬도 아무 탈이 없다.

▽서맥=동방결절이 고장 나거나 전기가 지나는 길에 장애물이 생겨 맥박이 분당 60번 이하로 뛰는 것. 그대로 놔두면 어지럼증, 무기력증이 심해지다가 졸도, 뇌진탕, 심장마비 등으로 숨질 수 있다.

▽빈맥〓맥박이 분당 100번 이상 뛰는 것. 심장이 힘껏 박동하지 못해 펌프 구실을 못하게 된다. 이 중 ‘심방빈맥’은 심방이 1분에 400∼500번 박동하고 심실이 100∼200번 뛰는 것이다. 심방의 동발결절 외의 딴 곳에서 전기신호를 만들기 때문이며 방치하면 심혈관에 핏덩이가 생길 수 있고 중풍에 걸릴 확률이 4배 높아진다.

심방이 힘껏 박동하지 못하고 빨리 뛰는 심방빈맥 중 ‘심방잔떨림’이라고도 불리는 심방세동은 한국인 전체의 1%에 생기는 흔하면서도 무서운 병이다. 65세 이상의 3~5%, 80세 이상에서는 12%가 생기며 이 병이 있으면 뇌졸중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4~6배가 높다.

심실빈맥은 위험도에서 심방빈맥보다 더 무섭다. ‘급살(急煞)을 맞는다’는 것이 바로 이 병이다. 서맥은 심장이 1분에 60회 이하로 뛰는 것을 말한다.

부정맥의 치료

심방세동 환자는 예전에는 아스피린이나 피떡을 막는 약물, 심장의 비정상적인 스파크를 억제하는 약물로 치유했지만 요즘에는 전극도자절제술로 완치하고 있다. 이 시술은 사타구니의 혈관으로 치료기구를 넣어 심장까지 보낸 뒤 정상적인 전기 흐름을 방해하는, 스파크가 튀는 부위를 지지는 방법이다.

심실빈맥 환자는 졸도, 실신, 식은땀이나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세 등의 신호를 보이는데 이때 전극도자절제술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갑자기 심장이 멎을 수 있다. 전기충격기로 심장을 소생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서맥은 어지럼증, 무기력증이 심해져 졸도, 뇌진탕, 심장마비로 숨질 수 있으므로 심장박동기를 삽입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기외수축 환자는 심장판막증, 협심증 등이 그 원인일 때에는 즉시 치료받아야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는다.

부정맥의 원인과 예방

부정맥의 원인은 다양하다. 유전적 이유, 지나친 스트레스, 술, 담배, 카페인, 불충분한 수면 등이 전기시스템을 고장 낼 수 있으며 고혈압, 알코올, 독감바이러스, 카페인 등의 이유로 심장근육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

부정맥은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급사를 예방하려면 정기적으로 심전도 검사를 받아야 한다. 40대 이상은 심장 질환이 의심되면 반드시 심전도검사를 받아야 한다. 또 집안에 누군가 아무런 이유 없이 갑자기 ‘화병’ 등으로 숨진 사람이 있거나 최근 기절, 순간적 흉통, 목 부위의 불쾌감, 호흡곤란, 어지럼증 등이 있었다면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부정맥은 보통 증세가 사라지면 심전도를 찍어도 멀쩡한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부정맥이 나타날 때 지체하지 말고 검사받는 것이 좋다. 운동 중에 숨이 차면서 가슴이 ‘쿵쿵쿵’ 뛰거나 통증이 오면 ‘운동부하 심전도검사’를 받는다.

가슴이 ‘덜커덕덜커덕’거리며 통증이 오면 하루 종일 심장 상태를 체크하는 ‘활동심전도검사’를 받는다. 심전도검사 결과가 정상으로 나왔지만 가족이 급사하고 자신은 가슴이 ‘덜커덕 덜커덕’거리는 증세가 지속되면 몇 개월 동안 인체에 검사 장치를 삽입해 추적하는 검사를 받아야 안전하다.

심장발작이 생기면

선진국은 심장발작 환자의 30%가 건강을 되찾지만 우리나라는 2%만이 산 상태로 병원에 도착하며 그 가운데 절반이 식물인간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부정맥으로 갑자기 쓰러지면 5분 이내에 응급 마사지를 받고 병원에서 고압 전기충격요법을 받으면 정상생활이 가능하지만 때를 놓치면 임수혁의 경우처럼 뇌에 피가 공급되지 않아 뇌기능이 정지된다.

따라서 주위의 누군가가 갑자기 졸도하면 두 손을 모아 가슴을 ‘팍팍’ 눌러주면서 곧바로 119 구급차를 불러서 응급 심폐소생을 받도록 해야 한다. 우황청심환을 먹인다든가 손가락 끝을 따면서 지체할 시간이 없다. 꾸물거리면 1시간 이내에 숨질 수 있다.

“심장발작으로 쓰러진 환자의 가슴에 붙여 심장을 뛰게 하는 ‘전자동 전기충격기’를 공공장소에 비치해야 합니다. 국제공항에 심장전기충격기가 없어 승객이 숨진 사고가 생긴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와 함께 국민 전체에 심장소생술 방법을 알려야 하고 앰뷸런스가 최대한 빨리 이동하도록 모두가 도와줘야 합니다. 심장마비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는 데 28분이나 걸리니….”(김영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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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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