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제 폐지된다면?
학생인턴제 도입 예상…교육내용 표준화로 일부 역기능 해소 기대
인턴제도
폐지의 대안으로 지금까지 유력하게 거론되는 대안은 ‘학생인턴제’ 혹은 ‘서브인턴제’다.
이 둘 모두 지금의 ‘인턴’ 교육은 수련병원이 아닌 의과대학이나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수용이 가능하다고 전제한다. 특히 2010년 의사국가시험에서 실기시험 도입된 만큼
인턴 교육의 주체를 대학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기시험
도입 취지를 살리려면 대학은 실습 위주의 교육을 실시해야 할 것이고, 이를 현재의
인턴 제도와 연계해보자는 얘기다. 중복되는 부분을 줄이고 보다 전문화된 내용의
교육을 제공하자는 것. 이 같은 맥락에서 인턴제가 폐지된다면 어떤 변화를 예상할
수 있을까? 인턴제가 폐지된 이후는 어떨지 가정해본다.
2021년 2월27일 의사면허수여식. S의학전문대학원을 수석으로 졸업한 김아름양은
학교를 대표해 수여식에 참석했다. 의사국가시험에서 수석을 차지한 동기의 의사윤리선언
낭독을 들으며 그는 밤을 새는 일이 일상과도 같았던 지난 4년의 시간을 떠올린다.
특히 3학년 여름방학 이후부터 시작된 ‘학생인턴’으로의 생활은 가장 힘들었지만
동시에 가장 보람된 시간이었다.
그는 인턴제가 폐지된 직후, 첫 적용을 받은 학번이었다. 처음 시행되는 제도여서
일부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과거 인턴제보다는 개선된 측면이 많다고 생각한다.
‘학생인턴’으로 3학년 여름방학 이후부터 직접 환자를 마주하게 됐다. 기간은
4학년 여름방학 때까지. 학생인턴 기간은 졸업까지지만 의사국가시험 1차 필기와
실기시험을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4학년 2학기에는 국가시험 위주로 돌아간다.
물론 실기시험 때문에 4학년 2학기에도 ‘학생인턴’으로 병원에 나갈 때도 있지만
주된 실습은 보통 4학년 여름방학 이전에 마무리된다. 이에 따라 실제적인 ‘학생인턴’
기간은 40주 정도.
학생의 신분이지만 ‘학생인턴’이 되면 직접 진료팀의 일원이 돼 환자 진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정신과
등 필수 진료과에서 정해진 기간만큼 ‘학생인턴’으로 생활하고 평가는 지도교수,
레지던트, 간호사를 비롯해 환자에게도 받게 된다.
때문에 가장 중요한 평가 항목은 환자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는지 즉, 기초적인
환자 진료 능력과 태도를 체화했는지에 있다.
김양이 졸업한 S의학전문대학원의 경우에는 특별히 희망자에 한해 병원의 임상시험센터
등과 같은 연구실에서의 활동도 경험할 수 있게 했다. 학생인턴제 시행으로 의사국가시험에
합격한 직후 전공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학생 때 가능한 폭넓은 체험을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학생인턴제’에 대한 동기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인 편이다. 가장 큰 장점은
과거 불필요하다고 지적된 인턴의 업무가 대폭 줄었고 대신, 교실에서 책으로 배웠던
내용이 자연스럽게 실제 현장에서 재학습될 수 있다는 점이다.
김양도 단순히 ‘의대생’이 아닌 ‘의사’의 입장에서 환자를 볼 수 있어 별도의
실기시험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됐고 의사로서의 책임감과 자부심을 일찌감치 체화할
수 있다는 점도 앞으로 레지던트 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생인턴제 시행이 확정되기 전에는 병원 소속, 사회 구성원으로 ‘인턴’일 때
배울 수 있는 내용이 ‘학생인턴’일 때와 같을 수 있겠느냐는 논란도 있었다. 인턴이기
보다는 ‘학생’이라는 점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학생인턴제’로는 충분히 배울
수 없다는 의견을 피력하시는 교수님들을 김양도 더러 만났다.
그러나 인턴제가 다시 부활할 것이라는 예측은 희박하다. 한 사람의 의사를 길러내는
의학교육 전반적인 과정이 국제적 수준에 부합해야 한다는 의료계 및 사회적 합의가
인턴제 폐지에는 강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새내기 의사’를 대표해 의사윤리선언을 낭독한 부산 I의학전문대학원 강정훈군의
선서가 끝났다. 김양은 흉부외과 학생인턴으로 있을 때, 강군을 만났다. 직장을 다니다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한 강군은 사실 학생인턴제의 수혜자다. 인턴제가 폐지돼 일단
적지 않은 나이로 인한 부담감을 덜었다.
뿐만 아니라 인턴제가 폐지되면서 학생인턴 교육 과정이 표준화된 것이 강군에게는
큰 도움이 됐다. 강군이 소속된 대학의 병원에는 흉부외과가 전무해 학생인턴 과정이
없었는데, 일종의 ‘교환학생’ 형식으로 김양의 학교에서 짧게나마 수업을 들을
수 있었던 것.
전국수련교육자협의회와 각 진료과 학회 등은 학생인턴제를 도입하면서 교육 내용을
표준화했다. 인턴제를 운영할 때에는 병원마다 사정이 달라 인턴이 더 필요한 진료과에
인턴을 배치하거나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과목을 배우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심할 때는 응급실에만 장기간 배치하는 일도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인턴 교육 커리큘럼과 직무 구분 등을 표준화하는
작업은 오랜 진통을 겪었지만 꼭 필요한 일이었던 것. 이에 따라 강군은 교육이 불가능한
일부 진료과에 한해 협약을 맺은 김양의 학교에서 인턴과정을 이수할 수 있었다.
강군이 전국 수석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이러한 기회가 제공됐기 때문이
아닌가 김양은 추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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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 2008-04-16 07:25
출처: 데일리메디( www.dailymedi.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