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최초 '수술로봇' 사장위기
7년간 42억 국고 투입 세계서 '호평'…인력·비용 등 뒷받침 안돼
최근 우리기술로 만든 국내 최초의 수술로봇이 연구비 부족과 국내개발업체 부재로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양방향 방사선 투시기 로봇 시스템(Biplane fluoroscopy robot
system)이라 불리는 이 로봇은 다빈치로 대변되는 수술로봇과는 다른 시스템으로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으며 또 다른 가능성을 열고 있지만 해외로 이전되거나 없어질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BFRS은 지난 2002년부터 보건복지부 의료기기 기술개발사업의 연구 지원으로 6년
간 매년 7억씩 한양대학교 ‘차세대 지능형 수술시스템 개발 센터(소장 김영수)'에서
투입돼 임상실험 및 제품화 과정 등을 남겨 놓은 상황이다.
BFRS는 척추경 나사못 삽입술 모의시술 결과 기존 수술에 비해 약 1/3 정도 시술시간을
줄일 수 있었고, 수술 전 계획과 시스템을 이용한 시술이 정확히 일치되는 결과를
보였다. 또 기존의 고식적인 수술방법보다 시술자가 손쉽게 수술을 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정확한 시술이 짧은 시간 내 가능하다.
김영수 교수는 “BFRS은 수술과 마취시간을 줄이며, 전신마취 대신 부분마취로
수술을 할 수 있고, 수술 상처와 출혈을 최소화해 수술 후 환자고통도 덜어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상을 주로 사용해 시술하는 척추수술, 신경외과 뇌수술, 정형외과,
이비인후과, 비뇨기과 등의 수술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고 “원격 수술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재 이 시스템은 국내특허출원을 마쳤으며 국제특허출원도 진행 중이고, 세계
각종 학회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실제 지난 2005년 4월 스페인에서 개최된 ICRA (IEEE International Conference
on Robotics and Automation)에서 BFRS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테일러 교수는 “현재 상용화돼 임상에 적용되고 있는 수술로봇들과
다른 새로운 개념의 수술 로봇 시스템이다”고 높게 평가했다.
또 2006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된 CARS (Computer Assisted Radiology and
Surgery) 에서 김영수 교수는 학회 초청연자로 참석해 로봇 수술 특강을 했으며,
강연 중 소개한 BFRS가 일본 연구진들에게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았다.
이외에도 많은 국내외학회에서 BFRS가 다빈치와 경쟁할 수 있는 로봇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BFRS가 실용화되기 위해서는 임상실험을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최소 100억원의 추가재원이 있어야 되고, GMP(의약품 제조 품질 관리 기준)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제작업체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국내 현실상 이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영수 교수는 “임상실험을 위해
국내 대부분의 의료기기업체들에게 제안을 해봤지만 거절당했다”며 이유는 “기술력이나
가능성은 높이 평가할 수 있지만 초기 투자비용이 300억원 이상이고, 국내는 물론
해외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해야되기 때문에 적지 않은 인력과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술력 인정 불구하고 현실적 문제로 좌초 위기
복지부 관계자도 “BFRS개발에 지원된 연구자금은 개발에 한정돼 있기 때문에
추가 지원 여부는 불투명하고, 기존에 투자했던 40억 이상의 금액이 책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다”고 밝혔다.
이처럼 국내 최초 수술용 로봇이 상용화를 앞두고 해결법을 못 찾는 아쉬운 상황만
연출되고 있다. 이는 국내 의료기기 산업이 외국에 비해 크게 뒤져 있고, 의료용
로봇에 투자할 여력이 부족한 현실 때문이다.
이에 대한 가장 큰 이유로 전문가들은 “의료용 로봇을 만들 수 있는 산업기반이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임을 꼽았다. 또 “정부의 투자가 로봇 하드웨어에 집중돼
있는 것도 다른 이유”라고 분석했다.
실제 BFRS 개발을 위해 사용된 원반만 해도 제작을 위해 국내에서 만드는 곳이
없어 일본에서 만들어 오기도 했다. 다른 부품이나 기기들도 국내에서 제작하는 곳이
없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BFRS처럼 로봇 기술을 개발해 놓고도
산업기반이 없어 상용화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로봇의 산업화를 위한 기반시설 개발과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
한 대학 교수는 “다빈치와 같은 시스템을 개발해 세계 시장을 석권하려면 성능면에서
세계적 수준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선진 기술에 관심을 가진 의사와 연구자들에 지원이
집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성주기자 (paeksj@dailymedi.com)
기사등록 : 2008-04-0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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