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병상련으로 암 환자 돕죠”

경희대병원 김명호 방사선사

“처음 토모테라피 방사선 치료대 위에 누웠던 날을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그때

그 마음으로 암 환자들을 돕고 싶습니다.”

경희대병원 토모테라피 센터의 김명호 팀장(50)은 재발한 폐암을 극복한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의 치료를 돕고 있는 방사선사다.“동병상련으로 암 환자 돕죠”

“암이 재발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하늘이 깜깜했습니다. 제발 제 몸 속에 암

덩어리 좀 없애달라고 간절히 기도했죠. 주위로부터 삶을 정리하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기적적으로 이겨냈습니다. 지금은 저를 살려준 기계로 저와 같은 고통을 껴안은 환자들을

치료해요. 암세포가 사라진 이후 환자들을 위해서 매번 기도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그들도 저처럼 암을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김 팀장은 병원의 토모테라피 센터에서 암 환자에게 희망을 전하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병원 로비에서 지친 채 앉아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가가 손을 잡고 ‘맞춤 상담’을 한다. 그의 눈에는 암 환자가 공감하는

사연이 가득 담겨 있어 환자들은 그를 통해 용기를 얻는 듯 했다.

“마음은 알죠. 그래도 하루에 한 개비씩만 줄여보세요.”

“무조건 낫게 해주세요라는 기도보다는 나을 수 있는 방법을 찾게 해달라고 기도하세요.”

“포기하는 순간 암에게 지는 겁니다.”

“암에 걸린 것부터가 직무유기인데 어서 극복해 가족들에게 행복을 돌려줘야죠.”

김 팀장은 2005년 7월 폐암 3기 진단을 받았다. 대학 졸업 후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자신은 암과 무관하다고 여겼지만, 암은 누구에게도 특혜를 베풀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아야만 했다.

“대학교 때 밴드 활동을 하며 강변가요제에서 상도 타고 밤무대 공연도 다니며

신나게 놀았죠. 술 마시는 거 좋아하고, 하루에 담배도 3갑씩 태우면서 몸을 혹사시키면서

살아왔어요. 내 몸을 아끼지 않은 죄에 대해 벌을 받았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그는 폐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고 약물치료와 선형가속기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결과가 상상 외로 좋았습니다. 다 나았다고 생각해서 또다시 술도 마시고 정말

바쁘게 살았어요. 그런데 2년 정도 흘렀을 때 암이 재발했어요. 이젠 죽었구나 싶었죠.”

당시 폐 안에는 암 덩어리가 3개나 자라고 있었다. 덩어리가 커서 항암제가 듣지

않았고, 기존 방사선 치료에 내성이 생겨 더 이상의 치료 방법이 없었다. 그는 토모테라피와

항암요법의 병행 치료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의사들이 말렸어요. 체력적으로 버틸 수 없고 괜히 고생만 하게 된다고요. 고교

땐 권투 선수로 활동했고 마라톤 풀코스를 11번 완주했지만 폐암 수술을 받은 이후

보통 사람보다도 체력이 나빠진 상태였으니까요.”

그는 그래도 희망을 불사르지 않았다. 2007년 3월부터 3개월 동안 국립암센터에서

하루 30분씩 토모테라피 치료를 받았다. 토모테라피는 기존의 방사선 기계와 달리

정상조직을 거의 파괴하지 않으면서 여러 곳의 암을 한꺼번에 공격할 수 있다. 당시

우리나라에선 국립암센터,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과 부천성모자애병원에만 기계가 있었다.

“토모테라피 치료를 받으면서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게 생각보다 견딜만했어요.

머리칼과 눈썹이 빠져나가는 것이 더 힘들었어요. 그래도 치료를 받을 때마다 몸

속 암 덩이가 조금씩 작아지는 것을 제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어요. 희망이

생겨났죠.”

김 팀장은 토모테라피 치료를 받는 동안에도 가발을 쓰고 병원에 출근해 암 환자를

치료하는 열정을 보였다. 그는 암 투병을 계기로 경희대병원에 토모테라피를 들여오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사지에서 벗어나오면서 암 환자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고백했다. 이젠

환자들이 남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암은 정말 무서운 병입니다. 저도 그렇게 많은 암 환자를 치료했지만 겪어보기

전까지는 미처 몰랐어요. 이젠 환자의 손을 잡으면 비록 그들이 얘기하지 않아도

마음이 전해지는 듯해요. 제가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암 환자에게 도움을 주며

살고 싶습니다.”

 

    조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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