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도 유전자 똑같지 않다
다국적 연구진, 기존 가설 뒤집어
과학자들은 일란성 쌍둥이가 생김새는 똑같지만 외모나 성격이 조금씩 다른 것은
유전자가 100% 같아도 태어난 후 환경요인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미국 알라바마 대와 네덜란드, 스웨덴의 공동 연구팀은 일란성 쌍둥이의
유전자가 100% 똑같지 않다는 연구결과를 6일 발행된 ‘미국인간유전학(American
Human Genetics)’ 최신호에 발표, 교과서를 다시 쓰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교과서에는 일란성 쌍둥이가 하나의 수정란이 2개로 나눠진 뒤 따로
분열하기 때문에 유전자도 똑같을 수밖에 없다고 나와 있다. 이들의 외모나 건강상태
등이 미묘하게 다른 것은 환경 탓이며, 심지어 지문도 태아 때부터 다른 경험을 하기
때문에 차이가 있다고 해석했다.
알라바마 대의 칼 브루더, 안 두만스키 교수가 주도하는 연구진은 일란성 쌍둥이
19쌍의 유전자를 분석하고 이 가설이 틀렸음을 입증했다.
이 연구의 핵심은 요즘 유전학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유전체다형성(CNV·Copy
Number Variation)’이다. 유전체다형성이란 DNA가 복제될 때 유전자의 일부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거나 많이 만들어져 유전자의 양이 차이나는 현상을 말한다. 유전자의
양은 같지만 구성이 다른 ‘단일염기다형성(SNP·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과
함께 사람과 동식물의 유전적 특성 차이를 나타내는 양대 지표의 하나이다.
브루더 박사는 “일란성 쌍둥이 유전자의 미묘한 차이를 발견함으로써 쌍둥이의
한쪽은 건강한데 한쪽은 병에 걸리는 현상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발견이 질병 연구와 신약 개발에 뜻 깊은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란성 쌍둥이 중 한 쪽만 병에 걸렸을 때 유전체다형성을 연구하면 특정 질병의
표적치료제를 보다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란성 쌍둥이의 한쪽은
파킨슨병에 걸렸고 나머지는 그렇지 않다면, 유전자 양에 차이가 나는 부위만 집중적으로
연구하면 파킨슨병의 취약유전자를 알 수 있게 된다. 이전에 방대한 유전자 숲에서
파킨슨병의 유전자를 찾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인 것이다.
이번 연구에는 알라바마대 외에 네덜란드의 라이덴 의대와 VU 대학, 스웨덴의
우프살라 대와 노벨상 수상을 주관하는 카롤린스카 연구소 등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