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치의 없는 이명박 정부
대통령과 국민 건강의 중요성 깨달아야
이명박 대통령 체제가 2월 25일 공식 출범한다. 그러나 이명박 호의 출범에 ‘국민
건강과 의료’는 빠져 있는 듯하다. 정책에서 우선순위에 밀려있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인사에서도 의료정책을 담당할 전문가들은 찾기가 힘들다. 심지어 대통령의 주치의조차
임명하지 않은 채 취임식에 들어간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선거 때 의료정책에 관해서 구체적인 공약조차 눈에 띄지 않았다.
원론적으로 건강보험 민영화, 의료요양기관 당연지정제 폐지, 의료산업 활성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국민 건강권을 해치지 않고 실행하는 방안이 무엇인지 오리무중이었다.
최근에는 이명박 정부의 의료공약이 인터넷에 소개되면서 의료정책의 시장화에 대한
반대 서명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의료시스템 문제가 경제 회생, 이라크 철군 문제와 함께
3대 이슈로 취급되는 것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예측에 따르면 미국의 차기 대통령은 민주당 후보가 맡을 가능성이 크고, 최고 핵심
이슈는 의료시스템이라고 한다. 어느 후보가 현실감 있게 의료 사각지대를 줄이고
국민 개인의 의료비를 절감시키느냐가 차기 대통령을 결정하는 관건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의료시스템이 미국보다 낫다고 볼 수는 없다. 정상궤도에서 벗어나 악화가
양화를 쫓아내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으며, 응급실과 중환자실 문제, 의료 편중
문제, 아직도 요원한 건강보험 보장성 문제 등 결코 가볍다고 할 수가 없다.
그러나 우리 정치권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대해 아직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심지어 대통령의 생명과 건강에 대해서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대통령이 취임하는 마당에 대통령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질 주치의도 임명하지 않았으니….
대통령의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반면교사가 된다. 노
전 대통령은 허리가 좋지 않아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통을 받았다.
당선인 시절 자신의 안전과 건강을 담보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개인병원에서
성급하게 수술을 받았다.
그러고도 허리가 아파 이를 고칠 수 있다는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를 적극 지지하기도
했다. 또 통증이 지속되면 매사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기 일쑤인데, 노 전 대통령이
거기에서 자유로웠다고 볼 수는 없다.
지금까지는 내분비내과를 비롯한 내과 교수들이 주치의를 맡아왔으며 이번에는
일군의 순환기내과 교수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 대통령의 사돈인 최윤식 교수를
비롯해 오병희, 박영배 교수 등 서울대 순환기내과 교수가 유력하다고 한다.
최 교수는 사돈이라는 점 때문에 고사하고 있고 역시 순환기내과의 명의인 오동주
고려대 의무부총장은 정부에 고려대 인맥이 너무 많아 부담을 준다며 고사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도 주치의가 임명되지 않았다.
어느 언론도 이 문제에 대해서 지적하고 있지 않지만, 주치의와 의무실장을 중심으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되겠지만
대통령의 생명과 건강을 위한 기본적인 시스템도 갖추지 않는다면 만약 대통령이
피로 누적으로 쓰러지거나, 사고를 당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숭례문 화재사건처럼
허둥지둥될 게 불을 보듯 뻔하지 않은가?
정부가 수장(首長)의 안전과 건강에 대해서 소홀히 하는 것이 이 정부가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후순위로 미룬 것과 관계가 없기를 빈다. 하지만 지금 드러나는 바는
필자의 바람을 배반하는 것 같다. 대통령 영부인 김윤옥 여사가 경선 때 남편에게
“지금 당장의 공격보다 더 멀리보고 건강을 먼저 생각하라”고 말한 것이 공허한
메아리로 들릴 정도다.
대통령의 건강은 국가의 리더가 일하는 토대이고, 국민의 건강은 나라가 움직이는
바탕이다. 지금 당장 대통령의 건강을 책임질 사람을 정하고, 국민의 건강을 책임질
사람들을 모아야 한다. 새 정부가 하루빨리 생명, 안전, 건강 등 근원적 가치의 중요성에
눈을 뜨기를 갈구한다. 그 토대가 닦이면 경제성장이라는 과실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 건강은 만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