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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協, 지정기탁제 등 동참 요구…KRPIA측 '벙어리 냉가슴'
지난해 의료계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죄로 망신살이 뻗쳤던 제약업계가 윤리경영
정착에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제약산업을 양분하고 있는 국내제약사와 다국적제약사들이 적극적인
협력체계를 가동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펼치고 있어
투명거래 정착으로 가는 길이 아직은 멀어져 보인다.
특히 제약협회와 학회측과의 양해각서 체결로 이달 말부터 시행될 예정인 지정기탁제의
경우 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가 동참하지 않으면 당장 금년도 춘계학술대회에서
국내제약사는 지정기탁제를 이용하고 다국적제약사는 기존대로 개별 지원을 하는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을 의식한 듯 제약협회 문경태 부회장은 12일 열린 ‘한국제약산업과
윤리경영 세미나’ 주제발표에서 “KRPIA도 지정기탁제에 동참하라”며 공개적으로
협조를 요청했다.
뿐만 아니라 문 부회장은 “국내 정서를 감안, 경조사비 지급은 허용해야 한다”며
이례적으로 KRPIA의 윤리규약인 ‘경조사비 현금 지급 금지’에 대해서도 문제 삼기도
했다.
이는 비록 최근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노바티스 등 대형 다국적제약사들이
제약협회를 탈퇴, KRPIA가 다국적제약사를 대변하는 단체로 위상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전체 제약업계를 대표하는 단체는 제약협회라는 자부심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문경태 부회장 역시 “제약협회 소속 제약사들이 국내 제약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만큼 제약협회가 주도적으로 나서는 것은 당연하며 KRPIA도 당연히 이에 따라와야
한다”고 밝혔다.
KRPIA 회원사들의 힘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대한약품공업협동조합, 신약개발연구조합
등과 같이 관련 이익단체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평가절하한 것이다.
또한 문 부회장은 “지정기탁제 등 의결 사항들을 제약협회뿐만 아니라 투명사회실천협의회
등 관련 규정에도 반영하면 협회 소속 회원사가 아니더라도 따를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KRPIA와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강행할 뜻을 내비쳤다.
이같은 제약협회의 강력한 의지에 KRPIA 측은 오히려 당황스러운 분위기다.
문경태 부회장이 “KRPIA와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공개적으로 동참을 제의한
지정기탁제에 대해서도 KRPIA 이규황 부회장은 “전혀 들어본 적도 없으며 주제 발표
때 처음 들어본 제도다”고 제약협회로부터 사전에 합의 제의조차 없었음을 시사했다.
특히 이미 KRPIA가 국내 제약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다국적제약사들을 대표하는
단체로 위상이 높아졌는데도 제약협회가 독자적으로 추진한 사항에 대해 충분한 협의도
없는 상황에서 “동참하라”고 요청하자 자존심이 적잖게 상한 듯한 분위기다.
더욱이 이날 행사에 참여한 세계제약협회연맹 하비 베일 사무총장이 “제약협회와
KRPIA는 똑같은 회원들이기 때문에 윤리경영 코드를 일치시킬 필요가 있다”며 두
협회를 동일하게 인정한 터라 KRPIA의 심기는 더욱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제약협회 측은 선 조치 후 KRPIA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게 현실적으로
이상적인 방법이라는 입장이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지정기탁제 등 현재 추진 중인 사안마다 모두 KRPIA 등 관련
단체들의 동의를 얻어내려면 시간이 오래 소요될 수밖에 없다”며 “지정기탁제뿐만
아니라 다른 사항도 일단 성사시킨 후 KRPIA의 협조를 구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제약협회는 경조사비, 지정기탁제 이외에도 병원 발전기금 금지, 개별제약사 의약단체
후원 금지 등 공정거래 정착을 위해 현재 추진중인 사안의 실현을 위해 다국적제약사들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다국적제약사를 배제하고 국내제약사만 공정거래를 외쳐봤자
실효성을 거두기는 힘들기 때문.
과연 제약협회와 KRPIA가 어떤 해법을 통해 공통된 목소리로 공정거래를 실천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천승현기자 (sh1000@dailymedi.com)
기사등록 : 2008-02-13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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