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닝이 건강과 무관해?

'태닝 기계' 제대로 관리 안 돼 피부암 등 부작용 우려

태닝이 건강과 무관해?

집 근처의 피부관리실에서 작년 8월 기계태닝을 한 여대생 박 모(부산 서면구)

씨는

다음날 심한 피부염으로 피부과 병원을 찾아야 했다. 일부 피부가 화상을 입어 빨갛게

부풀어 올랐고 혈관이 손상돼 있었다. 빨리 구릿빛 피부를 갖고 싶은 마음에 하루

두 번 받아도 문제없다는 피부관리실 실장의 말만 믿고 태닝기계를 오래 이용했다가

낭패를 본 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상담을 신청했다.

작년 9월 클레어 올리버(26)라는 호주의 여성은 태닝기계를 20번 이용한 후 피부암에

걸려 사망했다. 영국 B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올리버 씨는 3년 전 기계태닝의

부작용으로 흑색종 진단을 받고 절제수술을 했으나 재발해 숨졌다. 그는 자신은 인공태닝의

위험을 알지 못했었다며 죽기 전까지 태닝기계 규제 투쟁을 벌였다.

◆기계태닝 업소 급증   

“유난히 흰 피부가 콤플렉스였어요. 제시카 알바처럼 구릿빛 피부를 갖고 싶어서

재작년부터 기계태닝을 자주 하고 있는데 다들 예쁘다고 부러워해요. 건강해보이고

피부도 더 좋아 보이는 것 같아요”  

대학생인 김은경(24.서울 관악구) 씨처럼 ‘인공태닝’을 경락마사지, 운동과 함께

미용을 위한 필수요소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태닝전문숍 직원은 “성수기인 여름보단 훨씬 적은 인원이지만

한겨울인 요즘에도 하루 10~30명이 태닝을 하기위해 피부관리실을 찾는다”며 “남성이용자가

많고 유명한 모델이나 배우도 찾아온다”고 말했다.

대한미용사중앙회에 의하면 태닝기계가 설치된 피부관리실은 10여 년 전부터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해 서울 강남구에서만 약 400여개가 영업하고 있다. 태닝기계는 점점

보편화 돼 피부관리실, 태닝숍 뿐만 아니라 고시촌 헬스클럽에 까지 구비돼 있을

정도다.

얼마 전에는 태닝만을 전문으로 하는 24시 살롱이 압구정 로데오거리에 생기기도

했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에 샤워실, 스모킹룸도 설치돼 있는 한 대규모 태닝전문숍에는

유럽에서 수입한 고가의 최신식 태닝기계 등 총 5대가 설치돼 있다. 이곳은 일반

태닝기계보다 효과가 4배 뛰어나며 피부에 해가 없는 자외선만 나온다고 광고하고

있다. 태닝을 받는 비용은 평균 1회 3만원 정도인데 겨울에는 40%까지 할인해 주는

등 관련 업소에서는 이벤트도 많이 벌이고 있다.  

◆기계 제대로 사용하고 있나?

식품의약품안전청 허가심사팀은 “우리나라에선 자외선 조사기라는 의료기기가

피부치료를 위한 제한적인 목적으로 수입이 허가되고 있다”며 “의료기기이므로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규정에 따라 기계를 작동해야하지만 전문지식이 없는 피부관리실에서

이를 태닝기계로 쓰고 있어 적정시간, 최대 노출량, 위험사항에 대한 의무규정 등을

제대로 지키지 않을 위험이 크다”고 밝혔다.

자외선 조사기는 피부과에서 건선, 백반증, 아토피 등이 있는 환자의 피부면역치료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

의료용 자외선 조사기도 잘못 사용하면 위험한데 피부관리실, 헬스클럽, 태닝숍

등에서 많이 사용하는 일반 태닝용 자외선기는 정밀한 테스트를 받지 않은 미용기기이기

때문에 의료용 자외선기보다 훨씬 더 위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탠시간은 하루 10분씩 일주일에 2회 정도가 적당하고 1년에 총 30회를 넘기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조차 잘 지키지 않는 곳이 많아 더 위험하다.

 

미국에서는 태닝기기를 작동하는 사람은 자격증이 있어야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태닝기계에 대한 여러 가지 규제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엔 이런 것을 규제할 장치가

없다.

◆자외선 피부암 발병 위험

전문가들은 태닝기계는 피부암을 유발하는 등 안정성이 검증돼 있지 않아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호주 퀸즈랜드의학연구소 루이사 고든 교수팀은 태닝기계를 단 한번 이용해도

피부암 발병 위험이 22% 높아지며 자주 사용하면 피부암 발병 위험이 98%까지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지난 15일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는 여러 나라에서 기계태닝이 유행하면서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피부암의

발병이 증가하자 지난 해 18세 이하 청소년은 기계에 의한 자외선 태닝을 금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작년 8월 미국 피부과 학회지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태닝기계에 사용되는

자외선은 발암물질로 분류된다.

자외선(UV)은 태양 광선에 들어있는 한 구성성분으로, 그 파장의 길이에 따라

A, B, C로 나뉜다. 태닝기계의 인공램프에서 많이 나오는 자외선B는 피부에 가장

해로운 광선이다. 자외선B에 오래 노출되면 피부 세포를 파괴시켜 탄력성을 떨어뜨리고

노화를 촉진하며 화상을 일으킬 수 있다.

◆자연선탠이 최고  

대한피부과개원의협의회는 굳이 선탠하기를 원한다면 기계태닝보다는 자외선차단체를

꼼꼼히 바른 후 태양광으로 자연선탠을 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피부병 치료가

아닌 미용을 위해 일부러 기계를 사용해 자외선을 쬐는 것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피부관리실의 한 피부관리사는 “일부에서 태닝기계가 남용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대부분 적정시간을 잘 지키고 있어 안전하다”며 “특히 최근

많이 수입되고 있는 독일제 최신식 태닝기계는 피부에 해롭지 않은 자외선A만을 방출하기

때문에 피부에 해롭지 않다”고 주장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이광훈 교수는 “예전엔 자외선B의 유해성에 대해서만

논의돼 왔지만 요즘엔 자외선A 또한 피부암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외선A도 장기간 노출되면 피부의 탄력을 담당하는 세포들을 파괴해 탄력을

감소시키며 피부암의 원인이 된다. 색소세포를 자극해 기미, 주근깨, 검버섯 등을

만들어내고 피부의 탄력을 유지시키는 콜라겐, 엘라스틴을 파괴해 피부주름의 원인이

되며 피부암을 일으킬 수도 있다.

서울대병원 피부과 윤재일 교수는 “자외선이 많이 나오는 태닝기계로 인해 생긴

피부염은 화상을 입은 것이라 보면 된다”며 “의료용이 아닌 미용을 위해 장시간

자외선조사기를 이용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광훈 교수는 “얼굴에 색소침착이 있는 사람이라든지 일광 과민성 피부를 가진

사람은 특히 기계태닝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

기사: 잦은 인공태닝 피부암위험 98%↑]

 

 

    안세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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