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새해벽두부터 '가시밭'
한의계와 대립·공단 노조 고소 등 잇따라…해결 시급한 현안 산적
의료계가 무자년 새해 벽두부터 유관단체와 대립각을 세우고, 공단으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등 각종 구설수에 오르내리며 순탄찮은 한 해를 예고하고 있다.
각 직능의 상생을 다짐했던 의료계 신년하례식 다음 날인 지난 4일 의협은 한의협으로부터
"이제 정신 좀 차리라'는 강도 높은 비난을 받았다.
문제의 발단은 의협 산하 의료일원화특별위원회가 국회의원들에게 배포한 한의약
관련 서적에서 비롯됐다.
위원회는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올바른 의학상식을 전한다는 취지로 3권의 한의학
관련 서적을 배포했다.
위원회가 배포한 서적은 '미안하다, 한의학', '보약이 있다구요, 그게 뭔데요',
'한방약은 효과 없다' 등 3권으로, 한의학과 관련된 폐해를 의학적으로 검증, 설명하고
있다.
한의계는 이 책을 "비뚤어진 시각으로 지은 반한의학 서적"으로 정의하며,
이를 국회의원들에게 배포한 것은 "한의학을 말살하려는 몰상식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또 한의협은 "전문지식인의 자격이 있는지 먼저 자신을 돌아보라"며
"병적인 편협성은 '나 아니면 절대 안 된다'는 철없는 떼쓰기며 한약 처방과
침을 통제하려는 오만의 극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한의계는 EBS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약 성분에는 스테로이드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이 있다"고 설명한 의사를 형사고발키로해 의료계를 술렁이게
하기도 했다.
의료계의 구설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연말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가 건강보험공단 직원들의 연봉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돼 있다는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공단과 일촉즉발의
대립 분위기가 형성됐다.
연구소는 "공단 직원 1인의 평균연봉은 4798만원으로, 우리나라 근로소득자
평균연봉인 3050만원보다 57.3%나 높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단 노조는 강력히 반발하며 연구소의 연구결과를 비난했고 급기야
지난 14일 의협을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소했다.
뿐만 아니라 공단은 개원의 수익에 대한 추정치를 발표하면서 의협의 선공에 맞불
작전으로 응수했다.
이처럼 새해 벽두부터 의료계가 각종 구설수에 오르며 곤혹을 치르자 일각에서는
산적한 현안 해결을 위해 갈길이 바쁜데 사소한 구설수 때문에 발목을 잡히는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의료계 한 인사는 "새정부 출범과 함께 의협은 위기의 의료계를 구제할 방안을
고민하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한 부분에서 에너지를
소진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료계 인사는 "연초부터 이러한 구설수에 오르며 사회적 신뢰를
잃게 되진 않을까 우려된다"며 "산적한 현안을 위해 정작 가야할 길이
어디인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기사등록 : 2008-01-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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