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승객 석면피해 조사해야
환경운동연합 “서울 메트로 직원 30% 폐흉막 증상”/메트로측 “건강엔 문제 없다”
환경운동연합은 노동부가 지난해 5~12월 서울메트로 1~4호선 직원 2900명을 대상으로
석면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건강검진을 실시한 결과 약 30%에게서
폐흉막 증상이 발견됐다고 11일 발표했다.
지하철에서 근무하는 서울메트로 직원의 이같은 폐흉막 발병 위험은 일반인보다
약 3배 이상 높은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은 “하루 평균 400만 명이 이용하는 서울지하철의 공기 중에
폐흉막과 폐암을 일으키는 석면이 떠다니고 있어 시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며
“정부가 나서서 지하철 이용객들을 대상으로 석면 피해에 대한 건강역학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권오정 교수는 “석면은 매우 미세해서 호흡했을
때 일시적인 호흡곤란 증상은 느낄 수 없지만, 일반인이 오랜 시간 석면에 노출되면
10~20년 후에 폐암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며 “지하철 직원처럼 긴 시간동안 석면에
노출돼 폐흉막에 걸린 사람들은 일반인보다도 폐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석면은 적은 양으로도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의 국제암연구소(IARC·International Agency on Research
on Cancer)는 석면을 1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서울메트로는 지하철건설과정에서 청석면을 비롯한 갈석면,
트레몰라이트 등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 물질이 들어있는 석면을 사용했고 내부 공사를
반복할 때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석면의 양은 많아졌다.
강남서초환경운동연합 김영란 사무국장은 “2001년부터 지하철 내부 석면의 유해성에
대해 서울메트로에 문제를 제기하고 조치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그러나 서울메트로는
적절한 조치 없이 지하철내 공사를 허용하고 있으며 떨어져 나온 석면들이 나뒹굴어
시민들이 밟고 다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사무국장은 “서울메트로 직원처럼 시민들도 길게는 20년 넘게 지하철을 탔기
때문에 석면에서 결코 안전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지하철역에 근무하면서 장시간 석면에 노출돼 건강을 잃거나 사망한 직원도 있다.
서울메트로 직원 김성배 씨(56·서울메트로 25년 근무)는 지난해 받은 건강검진에서
석면과 라돈 등 지하오염물질로 인한 불치의 직업병 ‘특발성폐섬유화증’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다.
윤원만 씨(43·서울메트로 18년 근무)는 직업성 폐암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4년
전 사망했다.
그러나 서울메트로는 지난해부터 석면 관리에 대한 중장기 계획을 세워 피해가
없도록 관리해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메트로 홍보언론팀 조동수 팀장은 “지하철 1~4호선은 70~80년대 지어진 것으로,
당시 건축자재로 가장 많이 쓰인 것이 석면”이라며 “지난해 3월 석면 특별종합대책을
발표했고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석면을 해체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조 팀장은 이어 “지하철 1~4호선 117개 역 중 석면이 확인된 역은 17개다. 이들
17개 역의 공기를 8시간 동안 채취해 미국의 분석기관에 의뢰한 결과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