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받은 의사 찾아가세요”
온라인서 진료결과·친절도 한눈에 확인/투명한 의사평가로 의료선택권 보장해야
미국 등 의료 선진국에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의사평가’가
국내에서도 시도되고 있다.
‘의사평가’는 수년 전 몇몇 일간지에서 각 분야 의사들에게 명의(名醫)를 추천
받아 질환별 최고 의사를 추려 ‘베스트 닥터’ ‘한국의 최고 의사’라는 명칭으로
이루어진 적이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의사평가는 환자의 의견이 빠져 반쪽짜리 평가에
그쳤었다.
최근 온라인 의료건강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환자가 직접 의사를 평가하는 객관적이고
투명한 의사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이 사이트들은 의사정보에 목말라하는 환자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개인에게 맞는 의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안내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진료 받은 뒤 온라인서 곧바로 평가
의료건강포털 코메디닷컴(www.kormedi.com)은 ‘의사정보’ 메뉴에서 질환별 명의
약 1만7000명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해당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온 환자들이
의사를 직접 평가해 ‘의사 랭킹’을 매기고 진료 받은 소감을 사이트에 세세히 기록하고
있다.
의사평가는 △진료 및 치료 결과에 만족하는가 △의사가 질문을 경청하고 이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했는가 △의사가 친절했는가 △가족과 지인이 같은 병에 걸렸을
때 이 의사를 추천하겠는가 등 4개 항목의 설문결과를 기준으로 평점을 매겨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당뇨병’으로 의사를 검색하면 대학병원 의사 45명이 나오는데 그
중 A병원 내분비내과 B교수는 전체 의사만족도 7.11(10점 만점)보다 높은 8.00으로
소개된다. ‘교수님이 설명을 잘 해 준다’ ‘친절하신데 너무 바쁜 것 같다’등
진료 받은 환자의 댓글도 볼 수 있다.
헬스조선(http://health.chosun.com)은 진료과별로 등록된 의사들에게 받은 진료소감을
달고 1~10점까지 총점을 부여할 수 있게 했다.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 항목별로 구분돼있진
않지만 사이트에서 자체 등록해 놓은 의사 설명이 상세해 환자들이 의사를 평가하는데
도움을 준다.
최근 문을 연 메디스팟(www.medispot.co.kr)은 의사평가보다 병원평가를 중심으로
운영되는데 다른 사이트에 없는 ‘병원 추천’ 메뉴를 통해 병원 이용 경험담과 추천
병원을 등록할 수 있다.
■美, 비영리단체서 평가 이끌기도
의사평가를 기준으로 내게 맞는 의사를 찾아가겠다는 환자들이 늘어나면서 포털사이트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건강 커뮤니티에서도 의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개인이 중심이 돼 이루어지는 의사평가는 의사들의 반발로 강제 폐쇄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대권 씨(37·서울시 중랑구 묵동)는 어머니가 당뇨병에 걸려 같이 병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별의별 의사를 다 만났다. 그러나 같은 병을 놓고 의사마다 설명이 달랐고,
어머니를 대하는 태도가 무례한 의사도 있었다.
이 씨는 의사 정보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는 2006년 한 포털 사이트에 의사평가
커뮤니티 ‘환자의 알 권리’를 열었다.
회원수가 7000명이 넘을 만큼 인기였지만 커뮤니티는 1년 만에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한 대학병원 교수가 개인정보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워 해당 사이트에 폐쇄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의료정보 사이트는 물론 많은 의사평가 사이트가 성업 중이다. 헬스그레이드(www.healthgrades.com),
파인드더베스트닥터스(www.findthebestdoctors.com), 북오브닥터스(www.bookofdoctors.com)
등 의사평가와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에서는 NCQA(The National Committee for Quality Assurance)같은 비영리단체에서
병원이나 의사 평가를 주도하기도 한다. 또한 병원에 갈 때 의료정보 사이트에서
의사 이름을 찾으면 출신 학교, 전문 분야 등의 단순한 정보뿐만 아니라 의료 사고
여부와 리스트까지 열람할 수 있다. 심지어 의료사고 통계만 전문적으로 연구해 발표하는
기관도 있다.
일본은 후생성이 앞장서 올해부터 의사와 병원을 평가할 예정이다. 후생성은 수술횟수,
수술 후 사망률, 수술시간, 출혈량 등을 평가해 의사 실력에 따라 보험수가를 차등
지급하겠다는 방침이다.
■환자 의료선택권 위해 필요
보건의료시민단체는 환자의 의료 선택권을 위해 객관적이고 투명한 의사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의료소비자시민연대 강태언 사무총장은 “현재 국내에서 환자가 볼 수 있는 의사정보는
대부분 병원에서 제공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내용뿐”이라며 “환자가 의사를 올바르게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의사를 평가해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계 원로인 서울대 의대 지제근 명예교수는 환자뿐 아니라 의사들 스스로를
위해서도 의사평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 교수는 “현재 대학병원의 교수들은 논문 등을 통해 엄격히 평가되지만 대학병원이
아닌 일반 병의원 의사들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다”며 “당장은 어렵겠지만
적합한 평가 기준을 만들어 시도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