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해외진출 기반 시급

의료기관 해외진출 2라운드, 병·의원도 자금 확보 기반 마련돼야

‘해외 진출 활성화’ 바람이 한 풀 꺾이고 있다. 이미 해외 진출에 성공한 의료기관들

사이에서 대두되는 분석이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면 “너도 나도 해외 진출하겠다는

시기는 지났다”는 의미다. 이제 해외 진출에 분명한 뜻과 전략을 가진 ‘알짜배기’들의

제2라운드가 시작될 시점이라는 얘기. 의료기관들이 ‘제2라운드’를 이야기 하지만

국가 차원의 해외 진출 관련 정책은 여전히 ‘초급’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눈에 띄는 구체적인 성과가 전무하고 그 외 법적 규제나 자금

지원 등에 있어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上]선수(병원) 요구를 감독(정부)이 못따라와

[下]해외진출, "기다릴 시간이 없다" 적극적 지원 필요

결론적으로 현재 해외 진출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은 ‘미흡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해외 진출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자금력인데,

우리나라 의료제도에서는 의료기관이 ‘사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한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웹사이트를 통해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민·관 협의체를

구성, 보다 적극적으로 의료기관과 협력 체계를 구축, 실질적인 지원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보건복지부 박종억 보건산업정책팀 주무관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현재

해외 진출 현황을 파악, 정확한 정보를 해당 의료기관에게 제공하고 있다”며 “상담이나

교육은 앞으로 더욱 활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노력이 의료기관들에게는 실질적으로 다가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직접 필드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요구를 ‘감독’이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는 있는 상황인 셈이다.

청도GF병원 김우성 원장은 “세제와 자금 지원의 혜택이 있었으면 한다”며 “중소기업

해외 진출에는 도와주는 공기업과 자금이 있지만 의료산업의 경우에는 없다”며 다른

산업 분야와 같이 의료산업에도 직접적인 혜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청도GF병원은 청도의 신흥 부촌인 홍콩 동로 주변에 위치해있으며 가정의학과와

소아과 진료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개원 1년 10개월 정도가 지난 현재, 일일 환자

수는 40~60명에 이르고 있으며 월평균 수익은 40~45만 위엔으로 손익분기점을 돌파,

성공적인 해외 진출 사례를 기록하고 있다.

북경 SK아이캉병원 최창환 팀장 역시 자본 규모의 확대를 실질적인 도움으로 꼽았다.

최 팀장은 “한국 병원은 핵심 경쟁력인 의료기술과 서비스에서는 경쟁 우위 확보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 진출형태로는 자본 규모 등의 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부 차원에서 해외진출 기금을 조성하거나 해외진출 의료기관에

투자하는 금융기관에 세제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법률 개선이 필요하다”며 “또

해외진출과 관련해 법인 차원의 자본축적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실질적인 세제·자금 지원 등 없어

결국, 정확한 정보 제공이나 해외 진출 의료기관과의 긴밀한 유대 관계도 중요하지만

대규모 자본 투자가 경쟁력 확보에 핵심인 만큼 의료기관이 ‘돈’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행 의료법상 비영리 의료법인의 자본을 해외에

투자, 영리 의료기관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불가능하다”며 “의료법인이 직접 해외에

의료기관을 설립, 투자할 수 있도록 의료법을 개정했다”고 정부의 지원 노력을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의료법 개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 상정됐지만 내년으로 미뤄진

상태.

이어 이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에 있어서는 자금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의료서비스 산업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입장인 것이 사실”이라며 “담보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만약 실패했을 경우 투자 자금의 회수가 곤란하다는 등의 이유”라고 실질적인

자금 지원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단, 그는 “현재 수출입

은행 등 관련 기관과 협의해 투자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

의료기관들의 해외 진출 활성화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도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기다릴 시간이 없다“ 활성화 위한 적극적 노력 필요

최근 5년 간 국내 의료기관의 해외 진출 활성화는 중요한 화두 중 하나였던 것은

분명하다.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를 구성,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됐고 현재도 관련

연구 결과들이 쏟아지고 있으며 이에 의료기관들의 관심도 높다.

한 해외진출 의료기관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 측과 공식·비공식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가 많았다”며 “정부도 물론 노력하는 것은 알지만 결정에 이르기까지

또 자금 지원이 가능할 수 있는 등 실질적인 지원을 위한 제도 개선 인식을 형성하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다릴 시간이 없는 것이 해외

시장”이라며 “병원들 스스로 준비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사이 정부의 대답은 특별히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정권이 마무리되고 있는 현재, 정부는 이 말의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는 질책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근주기자 (gjlee@dailymedi.com)

기사등록 : 2007-12-28 12:10

출처: 데일리메디( www.dailymedi.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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