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병원 서열화 조장"
복지부, 7개질환 수술 우수병원 발표…병원계 "정부가 서열화 조장"
‘위험한 수술에 대한 충분한 경험을 갖고 있는 병원’ 공개에 병원계는 다소
긍정적이면도 찬반 양론의 반응이 나왔다.
이번 평가 결과 공개가 ‘환자 쏠림 현상’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명단에 포함된 병원들은 이를 인식한 듯 애써 희색을 감췄고 그렇지 못한 병원은
“정부가 앞장서 병원 서열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6일 조혈모세포이식술, 위암·췌장암·식도암
수술,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 관상동맥우회로술, 고관절부분치환술 등 7개 수술에
대한 진료량 지표 결과를 발표했다.
연간 일정 수술건수 이상을 시행한 병원들을 복지부는 ‘충분한 수술 경험이 있다’고
규정, 특히 수술비용이 많이 들고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7개의 고위험 수술에 대해서
‘신뢰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라고 해석했다.
복지부 측은 “국민들에게 정확한 의료정보를 제공, 병원 선택을 돕기 위한 것”이라며
“이러한 평가 방법은 선진국에서도 오래 전부터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준이상 병원과 그렇지 못한 병원 동시 발표는 환자 쏠림 가중"
그러나 복지부 취지대로 발표 결과가 활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명단 공개도 ‘일부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집중 현상’을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얘기다.
더욱이 복지부가 기준 수술건수를 넘긴 병원과 해당 수술을 시행하고 있는 전체
의료기관 명단을 함께 제공한 것은 이 같은 우려를 더욱 앞당기는 격이라고 병원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지방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환자들의 서울행이 일반화돼있는 상황인데 이런
식의 명단 공개는 ‘없는 병원을 더 없게 만드는 꼴’”이라면서 “충분한 수술 경험이
없어 환자들이 없는 것인지, 환자들이 찾지 않아 수술 경험을 쌓지 못하는 것인지
근본적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복지부가 밝힌 ‘기준 수술건수’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기준 수술건수’
이상인 병원들은 ‘좋은 병원’, 그렇지 못한 병원은 ‘질 낮은 병원’이라는 성급한
일반화를 야기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또 ‘기준 수술건수’ 이상인 병원들 간에도 큰 차이가 있는데, 이번 발표는 이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수술 많을수록 좋은 병원이라는 인식 부지불식간 심어줘"
서울의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정부 주도로 이 같은 내용이 발표되면 국민들은
‘수술을 많이 하는 병원일수록 좋은 병원’이라는 인식을 가질 수 밖에 없다”며
“절대적인 상관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데도, ‘수술 경험이 부족한 의사는 불안하다’,
‘수술 받지 않겠다’는 부정적인 시각만 키울 수 있다”고 꼬집었다.
복지부는 수술별로 연간 수술건수를 일정 구간으로 나눠 사망률 추이를 본 후,
사망률 차이가 나는 구간들을 대상으로 진료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연령, 성별 등의
환자 특성과 과거 질환, 수술 특성 등을 반영해 좋은 진료 결과를 나타내는 건수를
‘기준 수술건수’로 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조혈모세포이식술 등 이번에 공개 대상이 된 7개 수술은 수술 경험과 숙련 정도가
사망률과 합병증 발생률 등에 영향을 미쳐 수술건수가 많은 병원의 진료결과가 그렇지
않은 기관에 비해 좋다는 이론에 근거한 것.
결과적으로 복지부 자체도 위험한 수술을 많이 해 본 병원일수록 ‘좋은 병원’이라고
인정하고 있는 셈인데, “임의로 정한 ‘기준 수술건수’를 많이 넘으면 넘을수록
좋은 병원이라면 서울의 대형병원만 해당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 병원계 지적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발표의 핵심은 ‘4개 권역별로 신뢰할 수 있는
병원이 고르게 분포돼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방에도 충분한 수술 경험을 갖고 있는 병원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 이번 발표의 주요 목표”라면서 “거주 지역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병원도
‘기준 수술건수’ 이상인 곳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환자들이 서울의 일부 특정 병원으로만
몰리는 집중 현상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주기자 (gjlee@dailymedi.com)
기사등록 : 2007-12-27 11:36
출처: 데일리메디( www.dailymedi.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