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韓, 氣싸움 어디까지

성형외과·안과 등 진료과목 겹쳐…타협점 모색 쉽지 않아

국내 의료계는 크게 의과와 한의과로 2원화돼 있다. 하지만 최근 진료과의 경계선이

모호해지면서 의과만의 진료를 고집한다든지 한의과에서만 치료해야 한다는 개념은

구시대적인 발상으로 간주되고 있다. 병은 하나인데 서로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고

해서 배타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에 만연해 있는 의과·한의과

간 갈등은 의술로도 치료할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이다. 의과에서는 “한의과에서 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으로 우리 쪽 영역을 점점 침범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의과에서는

“의과가 편협한 시각을 갖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타협점을 찾기는 좀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편집자주]

"칼 안대고 이미지 개선 가능” vs “미검증 한방성형 조심”

최근 한의과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트렌드는 한방성형. 칼을 대지 않고도 자연스러운

이미지 개선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검증된 것인지 조심스럽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한방성형’의 실체를

분석해본다.

‘한방성형’의 기본이론은 경락이다. 기와 혈을 풀어 근육 이완으로 성형의 효과를

본다는 것이 골자다. 한방성형연구회를 발족한 명쾌한한의원 최원혁 원장은 “한방성형은

세계적 트렌드”라며 “미국, 중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가 일명 ‘주름침’을

통해 성형의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방성형을 하고 있는 한의원이

점차적으로 늘고 있다”며 “향후 계속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을 전망”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나이가 들면 기와 혈의 순환이 안 돼 얼굴이 쇠해진다거나 안색이 나빠지는데

이럴 때 ‘주름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얼굴 혈액 순환기에 놓는 ‘주름침’은

근육을 부드럽게 이완시켜 성형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최 원장은 “한의과에서는 있는 것을 없애고 없는 것을 있게 할 수는 없지만 부어있는

것을 풀어주는 것 등은 가능하다”며 “얼굴에서는 작은 효과라도 크게 보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내원한다”고 말했다. ‘주름침’을 맞기 위해 병원에

찾아온 환자 연령층은 주로 50대 이상이 가장 많고 30~40대 젊은 층도 늘어가는 추세다.

환자들은 50~100여개의 침을 일주일에 2번 최소 20번 정도 맞아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최 원장에 따르면 효과를 볼 때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지만 의과처럼 얼굴에

칼을 대지 않고도 자연스러운 표정과 인상 연출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최 원장은 실제로 지방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A씨를 예로 들었다. 젊었을 때 높은

현장을 올려다보니 얼굴을 찌푸려 주름이 깊게 패었다는 그. 때문에 사업을 하고

있는 A씨는 대인기피증까지 생겼고 ‘주름침’을 맞게 됐다. A씨는 ‘주름침’ 시술

후 재생관리와 전문적인 에스테틱 관리, 홈케어 제품까지 병행해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것이 최 원장의 설명이다.

한의과에서 주름의 원인은 우리 몸에서 일어날 수 있는 내부적인 질환이나 각종

피로물질, 원기부족이나 활성산소 과다 등에서 찾을 수 있다. 겉의 증상을 치료하는

것 외에도 내부인치료를 위한 맞춤식 한약복용과 경락마사지, 뜸, 부항 등의 기혈순환치료가

한의과의 주된 치료요법이다. 몸 내부의 순환장애로 발생한 스트레스와 어혈 등을

풀어주는 등 몸 내부의 원인과 외부의 증상을 같이 치료해야 한다는 것이 한의학이다.

하지만 의과는 한의과와 입장을 달리했다. 미용성형은 특히, 여성의 경우 모습을

아름답게 수정하기 위한 하나의 교정술이기 때문에 일례로 칼을 대지 않고 교정을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한방성형’에 대한 근거 촉구를 강력히

주장했다.

서울시의사회 성형외과 황규석 의무이사는 “한의사도 의료인이기 때문에 의료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인정한다”면서 “그렇지만 과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시술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적인 근거란 누가 시술을

하더라도 같은 방법으로 시술을 하면 같은 결과가 반복적으로 나오는 것”이라며

과학성이 결여돼 있는 한의과를 지적했다.

더욱이 ‘한방성형’이 침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주장, 의과에서 쓰는 약을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 의무이사는 “일명 ‘주름침’이라는 시술을 받을 때 기와 혈을

풀어 근육을 이완시킨다고 해서 주름이 펴지는 것이 아니”라며 “알게 모르게 보톡스

등 양약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의과라고 해서 전적으로 한방적 요소만

가지고 시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양방적 요소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는 것. 이어 그는

“‘주름침’의 근거는 불분명하고 한의사 개인마다 알고 있고 시술 방법이 다르지

않느냐”며 “그것이 동의보감에 나온 얘기인지, 어떤 근거를 가지고 얘기하는 것인지,

그 출처를 알려달라”고 덧붙였다. 또 한의과에서 사용하는 재료도 근거 없이 사용하는

것이 많다고 주장했다.

그런 불법이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의계는 자성의 노력이 없다며

이런 현실이 안타깝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그는 “한의사협회의 자성을 촉구한다”고

강력히 피력했다. 황 의무이사는 “‘한방성형’을 하고 있는 한의사들이 국민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국민들도 광고에 현혹되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한방성형에 대한 근거가 없다’는 의과의 주장에 대해 한의과는 한의사의 고전인

‘황재내경’의 상고천진론 일부를 근거로 제시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양명경락이

쇠한다. 간경락이 허해지면 모발이 빠진다’ 등의 내용과 함께 어혈이 뭉친 곳에

자락을 하면 얼굴에 기혈이 소통돼 안색이 좋아진다는 것 등이 적혀있는 것. 최 의원은

“한방성형의 기본은 경락이론으로 안색이 좋아지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며 “근거가

없다는 얘기는 한의과를 잘 몰라서 하는 소리”라고 단언했다.

이에 대해 의과에서는 “솔직히 한의원에서 시술하고 있는 미용관련 진료는 에스테틱에서

했던 것이 대부분”이라며 “이제 와서 한의원들이 관심을 돌린 것은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쳤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천행적목(유행성각결막염), 醫-韓 대립각 연출

최근 한의계와 의료계가 대격돌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 둘의 골이 깊어만 가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편협한 생각을 버리고 신뢰와 믿음을 갖고 자연스러운 조화가

필요한 때’라며 의과와 한의과 면허를 통합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지금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대세인 가운데 의과와 한의과가 다시

한 번 부딪친 것이다.

지난 9월 대구시한의사회(회장 배주환)는 대구·경북지역 학생들 중심으로

크게 유행하고 있는 안질환(천행적목, 유행성각결막염)에 대해 치료를 위한 무료

한방진료를 실시했다. 대구한의대 부속병원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지선영

교수의 자문을 받아 대구지역 내 200여명의 진료 한의사가 참여했다. 천행적목에

대한 한의학적 치료 방법으로는 내복약인 한약(황련해독탕 등), 외용약(세안약),

침구 치료 등이 병행 실시됐으며 치료용 복합제제가 환자들에게 무료 투여됐다. 대구시한의사회

배주환 회장은 “9월 한 달만 계획한 것인데 10월 중순까지 진행됐다”며 “기간이

끝났는데도 약에 대한 문의전화가 많이 왔다”고 말했다. 그만큼 호응도가 좋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의과에서 이를 두고 ‘영역침범 아니냐’는 반응을 보여 이 둘의 갈등이

수면위로 표출됐다. 지역 의료계는 “유행성각결막염은 몇 주 간의 경과를 통해 치료되는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경우에 따라 각막에 혼탁을 남겨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이라며 “2차 감염을 예방하고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다른 질환과 감별

진단해, 예상되는 심각한 합병증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드시 안과

전문의의 정확한 검사와 진단을 통한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며 “눈의 충혈과 같은

단순 증상만을 보고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약제와 방법으로 치료를 한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한의사회를 공격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한의사회 배주환 회장은 “의과에서 괜히 시비를 거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증상이 심한 환자가 아닌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충혈과 통증을

수반한 환자를 중심으로 한약과 침을 이용해 치료한 것”이라며 “한방제제를 한의학적

이론에서 진료한 것을 놓고 시비를 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배 회장은 “언론을

통해서 우리가 실시한 안질환 무료봉사에 대해 의과의 입장을 알았던 것이지 대구시한의사회에

직접 항의를 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전했다. 또 그는 “법적으로 사안이 커진다

하더라도 한의계에서는 의료계 영역침범이 아니라는 근거를 충분히 들 수 있고 의료계에서도

공식적인 항의를 하지 않은 것은 그만한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즉

‘명분 없는 싸움’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의과·한의과 앙금 없애기 과연 가능할까

“처음부터 서로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기 시작하면 이것도 저것도 되는 일이

없다. 서로 간 교류를 늘려 새로운 의료기술을 개발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제는 의료기술의 발전을 위해 편협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도덕교과서

같은 말이지만 국내 의료계와 한의계를 돌아보면 이와 같은 답이 ‘해답’일 수도

있다. 다만 이를 위한 실질적 대안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말.

대한의사협회 유용상 위원장은 의과·한의과 경계가 무너지는 것에 대해

‘역사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의료계는 근대화시기에 문호가 개방되면서

점차적인 발달이 아닌 급진적 발달로 인해 2원화됐다는 것. 그 시기에 의료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것이 문제라고 유 위원장은 설명했다. 때문에

의과·한의과 일원화는 미래 의료계가 풀어야할 숙제다. 유 위원장은 “20C

민족주의 때 ‘우리 것이 좋은 것’이라는 공식과 함께 한의과가 마치 우리나라 전통

의술인걸처럼 인식이 됐다”며 “우리나라 전통이 아니기 때문에 전통이라는 이유로

존립가치를 주장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국민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사가 나서면 ‘밥그릇 싸움’이라고

오해받을 소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라는 것.

유 위원장은 의과·한의과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에 대해 “젊은 한의사들이

먹고 살기 위해 노력하는 차원에서 보면 이해가 된다”며 “그렇다고 해도 의료계

당면 숙제로써 이 문제는 의료계와 한의계가 서로 이해하고 발전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도 “한의과가 의과를 침범하고 있다고만 볼 것이 아니라

의료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시각으로 바라봤으면 좋겠다”며 “실제로 한의과에서

효과가 있는 시술들에 대해서는 의과와 함께 서로 발전하는 방향으로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은지기자 (nej331@dailymedi.com)

기사등록 : 2007-12-24 12:07

출처:

醫-韓, 氣싸움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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