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자의 의료정책
10년만에 정권교체 기대감 커…대화 채널 구체화 등 이해 폭 넓힐 계획
제17대 대통령 선거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앞승을 거두며 청와대 입주권을
거머쥐었다. 여당 집권 10년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진 것이다. 지난 2002년 선거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한나라당에게 강한 러브 액션[관련기사 참조]을 보낸 의료계의
기대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이젠 됐다, 죄인 사슬을 풀자"며 희망을
결실로 맺기 위해 전력 투구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편집자주]
"희망의 빛 줄기" 의료계 기대감 들썩
현 정권을 좌파사회주의로 규정하고 있는 의료계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대통령
당선에 따른 정권교체를 '희망의 빛 줄기'로 보고 있다. 도통 말이 통하지 않던 대
정부와의 관계를 끊을 대화 상대가 나타났다는 것.
주수호 의협회장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와는 정체성이나 정서 등이
너무나 달라 도저히 이야기가 되지 않았었다"면서 "이명박 정권의 출범은
의협이 정부의 의료정책 파트너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명박 당선자를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해 줄 구원투수 또는 해결사로 보는 의료계.
하지만 너무 성급하게 굴지는 않을 계획이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바꾸려고 대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주 회장은 "정권 교체로 제도 개선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 환영이지만
첫 술에 배 부를 수는 없는 일"이라면서 "우리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어필하고
이해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희망이 현실화 될 수 있도록 차근 차근 계단을 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정서는 의료계 전반에 깔려 있다. 기회가 찾아왔다고 해서 노력은 하지
않은 채 덥석 잡으려고만 한다면 낭배를 볼 수 있다는 우려의 분위기가 퍼져 있는
것.
한 의료계 인사는 "의사들이 전문가 다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의료계의
요구가 집단 이기주의가 아닌 국민 건강을 위한 것이라는 진정성이 피력된다"고
자성하면서 "그동안의 억울함이야 말할 수도 없지만 급하게 먹으려하면 체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인수위 공략·정치세력화' 등 희망을 현실로
의료계는 새 정권의 정책 기조를 형성하는데 일조함과 동시에 정부 또 국회와의
대화 창구를 마련, 궁극적으로 자신들의 영향력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을 펼칠 전망이다.
그 중심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공략'과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치세력화'를
들 수 있다.
전자에 대해 의협 주수호 회장은 "갖고 있는 모든 루트를 총 동원해 의료계가
추천하는 인물이 인수위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하고 그들이 정책을 생산하는데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5년간 국정을 이끌 정부 정책의 첫 단추부터 공략하겠다는 것. 의협 등 의료계는
선거운동기간 이명박 당선자가 보낸 정책답변서[표 참조]를 긍정적으로 평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의협 고위 인사는 "우리가 개선돼야 한다고 보는 항목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을 하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면서
"이를 기초로 의료 정책에 대한 자문을 하고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즉, '검토가 필요하다'거나 '부정적이다'는 답변을 구체화시키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토록 하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선거 운동 기간 답변은 대통령의 약속이자 의지다"며 "의료계의
노력에 따라 답변이 현실화될 것이다. 모두가 일치단결해 꿈을 이뤄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후자인 정치세력화 방안도 의협으로서는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주 회장은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대선과 마찬가지로 총선에서도 우리의 입장, 국민 건강을 위한 길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인물이 여의도에 입성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이미 회원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됐고 이를 추진할 조직도 만들어져
있다"며 "마련된 발판을 통해 이제 의협은 새롭게 도약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민 앞에 당당한 모습 보여야
의료계의 이 같은 구상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의사들(의협)이 국민들 앞에 당당했을
때 가능하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입을 모은다. 국민 신뢰가 절대적 필요 요소라는
것.
J 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국가 정책은 이익단체의 주장보다는 전체 국민을
위해 방향을 잡는 것이 원칙이고 그렇게 돼야 한다"면서 "자신들의 입장이
옳고 바람직하다면 사회 여론을 등에 엎어야 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했다.
국회 관계자는 "의료계의 정치권 로비 파문 등으로 의협을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밥 그릇보다는 건강 수호에 앞장선다는 이미지를
되찾는 것이 의료계가 살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인식은 의료계 내부에서도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
의협 인사는 "의사들의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 결국
제도가 목을 죄다보니 생긴 것이지만 이를 떠나 이미지 쇄신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피력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최고 두뇌층이라는 의사집단이 궁지에 몰리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면서 "이기주의로 비치지 않으려면 정책 제안 등에 있어 타
전문가 집단과 공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하나의 방안을 제시했다.
10년의 억울함 끝에 기회가 왔다고 자축하는 의료계. 그들이 과연 이 기회를 어떻게
살려 나갈 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진광길기자 (kk@dailymedi.com)
기사등록 : 2007-12-20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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