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봉사할 마음 생겼죠”
골수섬유증 환자 김안나 씨…치료약 없어 수혈에 의존
“병이
나으면 일일이 찾아가 인사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헌혈증으로 수혈하기 시작한 후
세상에 봉사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죠.”
김안나(가명·46)씨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헌혈증을 기증했다고 생각하면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맙단다.
김 씨는 1주일에 한 번 수혈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골수섬유증’을 앓고 있다.
골수는 뼈 사이를 채우는 부드러운 물질인데 김 씨의 골수는 병으로 딱딱해진
지 오래다. 골수섬유증으로 골수가 굳으면 적혈구나 백혈구, 혈소판 같은 혈액 세포를
만들지 못해 수혈로 이를 보충해야 한다. 불치병이라 치료약도 없다. 김 씨에게 ‘피’는
곧 ‘생명’이다.
“저도 아프기 전엔 헌혈이 중요하다는 걸 몰랐어요. 그런데 병을 얻고 나서 별것
아닌 것 같던 헌혈이 사람 목숨을 살릴 수 있다는 걸 깨달았죠”
김 씨는 일주일에 한 번 적혈구 2팩, 혈소판 1팩을 맞아야 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3장의 헌혈증이 필요하다. 김 씨는 다행히도 최근 지인이 헌혈증을 약 150장 모아줘
아직까지 수혈에 무리가 없다고 한다.
김 씨의 생활은 2004년 골수섬유증 진단을 받고 180도 바뀌었다. 몸을 움직이면
체내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이 파괴되기 때문에 미동 없이 TV만 보는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딸, 아들을 둔 가정주부지만 집안일도 할 수 없다.
정상인의 헤모글로빈 수치는 12g/dl~16g/dl(dl은 부피단위로 1/10리터)이지만
김 씨는 7.5g/dl다. 백혈구도 정상인은 1㎣당 5000개~9000개(㎣은 부피단위로 1/100만
리터)를 가지고 있는데 반해 김 씨는 1000개, 혈소판도 1만1000개(정상인은 15만개~40만개)
정도다.
김 씨는 갑자기 열이 나거나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입원을 한다. 한 번 입원하면
보통 10~20일간 병원 신세를 지다 보니 다른 백혈병 환자들과 허울 없이 지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김 씨는 피에 목말라하는 백혈병 환자의 애환도 잘 알고 있다.
김 씨는 “백혈병이나 혈소판감소증 환자들은 목숨을 수혈과 헌혈증에 걸고 있는데
헌혈증이 200장 있는 분도 있고, 전혀 없어서 발만 구르는 분도 있다”며 “피가
없어 수혈하지 못하고 건너뛰는 주도 있는데 정말 위험하다. 얼마 전 한 백혈병 환자가
수혈하지 못해 쇼크로 죽었다”고 말했다.
헌혈증이 없는 혈액질환자들은 적혈구, 혈소판 등을 자비로 사서 맞아야 한다.
그녀의 마지막 소원은 딱 2가지. 골수섬유증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는 것과 더
많은 사람이 헌혈하는 것이다.
“요즘은 시내에 헌혈의 집, 헌혈차 같은 게 많더라고요. 보면 지나치지 말고
헌혈 한 번씩 해주세요. 그 헌혈 한 번이 사람 목숨 살릴 수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