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후 정신과 환자 '뚝'
ADHD 약물투여 중단 사례 급증…의사↔보호자 불신 조장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의 오남용 실태를 고발한 KBS '추적60분'
방송 이후 약물 투여를 중단하는 사례가 급증, 정신과 의사들을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추적60분'은 지난 10월 17일 '수능 D-28일, 공부 잘 하는 약을 팝니다'라는 제하의
방송을 통해 ADHD 치료제의 오남용 실태를 알렸다.
하지만 프로그램은 'ADHD 치료제의 오남용 고발'이라는 기획의도와는 달리 약물의
위험성을 지나치게 강조, 부모와 전문의들의 항의를 받았다.
방송 이후 ADHD 치료제를 투여 받고 있는 아동의 부모들과 정신과 관련 의학계에서는
프로그램의 왜곡 보도에 따른 파장을 우려하며 지속적으로 항의해 왔다.
하지만 방송 20여일이 지난 현재, 임상 현장에서는 이들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정신과 의학계에 따르면 진료 현장에서 방송 이후 약물 투여를 중단한 사례가
급증하고 있으며 청소년의 경우 방송 시청 후 부모를 탓하면서 약을 중단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정신과 의사들은 환자 감소뿐만 아니라 방송 후 의사와 부모 사이에 불신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진료 현장에서 '정말 안전한 약이 맞는지?'. '혹시 약을 팔기 위해 괜히
처방하는 것은 아닌지?' 등의 질문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실정.
한 정신과 교수는 "방송에서는 일부 의사들의 문제라고 했지만 방송을 본
사람들로서는 '혹시 내가 만나고 있는 의사도 그렇지 않은가'라는 의심을 하는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신과 치료가 의사와 환자간의 깊은 신뢰감을 바탕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감안할 때 방송이 조장한 의심은 치료과정 자체를 심하게 왜곡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직 치료받지 않고 있는 환자들의 치료기회를 빼앗고 있다는 점 역시 정신과
의사들이 우려하는 '추적60분'의 폐해로 꼽힌다.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국내 ADHD 환자수는 4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실제 치료를 받고 있는 인원은 6만명 수준.
하지만 방송은 약물의 위험성에 대해 과도한 강조를 통해 ADHD에 대해 사회적
편견을 강화하고 약물 치료를 기피하는 분위기를 조장했다는게 정신과 의사들의 지적이다.
모 대학병원 정신과 교수는 "방송으로 인해 아이에게 마약을 먹이는 부모가
돼버린 ADHD 아동 부모들과 졸지에 비양심적 의사로 전락한 정신과 의사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소아청소년 정신의학회 송동호 이사장과 전국 45개 의과대학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 54명은 9일 KBS에 공개 서한을 보내 왜곡 보도에 대한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이들 정신과 관련 교수들은 "프로그램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아동의 건강권을
침해했고 ADHD 치료제를 복용하는 아동 및 부모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만큼
사과방송을 통해 왜곡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기사등록 : 2007-11-09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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