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주사’는 ‘보약 주사’라고?
효과 과학적 근거 없고 부작용 우려 / 전문가“상업언론이 미화한 상술의료”
주부 김 모씨(55. 경남 창원시 상남동)는 최근 피로해소에
최고라고 떠들썩한 ‘마늘주사’를 맞고 며칠 동안 고열에 얼굴이 화끈거리고 소화가
되지 않아 끔찍한 나날들을 보냈다.
그는 목이 따가워 이비인후과에 갔다가 의사로부터 “몸이 피곤할
때 최고”라는 권유를 받고 1주 간격으로 1대에 5만원을 주고 이 주사를 두 번 맞았다.
“부작용이 생긴 뒤 의사가 ‘마늘주사는 50개의 마늘 성분이
농축돼 있어 건강에 좋으며 10번은 맞아야 효과가 있다’며 더 맞을 것을 권했지만
손사래를 쳤습니다. 그 돈으로 영양제나 사 먹을 걸 잘못 했습니다.”
‘마늘주사’가 최근 방송과 신문 지상에 잇따라 소개되면서 중년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상업적 의료를 부추기는 언론의 역기능일 뿐,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데다
부작용의 우려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마늘주사는 한 TV 쇼 프로그램에서 연예인이 맞는 장면이 방영되고,
신문에 잇따라 보도되면서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태반주사’의 ‘대타’로 떠오르고
있다.
대다수 언론에서는 마늘주사가 만성피로와 신경통의 치료, 혈액순환
등에 효과적이라고 보도해왔다. 일부 병의원에선 마늘주사와 태반주사를 함께 맞으면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며 함께 맞을 것을 권하고 있다.
그러나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강희철 교수는 “마늘주사는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함부로 맞으면 안 된다”며 “태반주사 역시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으므로 마늘주사를 함께 맞으면 부작용으로 고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만병통치약?
‘마늘주사’는 맞고 나면 입안에서 마늘 냄새가 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일 뿐, 마늘 추출액은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정청에서 ‘비타민 B1의 결핍
예방 및 치료’에 대해 전문의약품으로 허가받은 비타민제제다.
마늘주사 성분은 비타민 B1(티아민)이 몸에 잘 흡수되도록 화학구조를
변경한 ‘염산 푸르설티아민’이라는 인공물질이다.
국내에는 지난 6월에 처음 소개됐으며 푸르설타민주(녹십자),
비비에스(휴온스), 푸르티아민주(광동제약), 알리네이트주(핸디하이진), 비타판트주50(아주약품)
등 5개가 출시되고 있다. 이외에 10여개 제약사가 제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일부 병의원과 제약사는 마늘주사를 만성피로, 심부전, 신경통,
변비, 노화방지, 허리통, 관절통 등에 효과가 있는 ‘만병통치약’처럼 광고하고
있다.
녹십자 마케팅팀 임동현 대리는 “마늘주사는 몸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고, 피곤함을 느끼게 하는 젖산이 쌓이는 것을 막는다”며 “어른은 물론 유아들에게
투여해도 좋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 소재 한 클리닉은 “마늘주사는 태반주사와 같이 사용하면
피로해소에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고 부작용도 없다”며 “주사를 맞은 뒤 얼굴에
열이 나거나 화끈거리는 현상은 갱년기 증상을 치료하면서 일어나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소변으로 배출, 효과는 ‘글쎄’
마늘주사의 효능은 현재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마늘주사의 주성분인 비타민 B1은 일상적인 음식을 먹으면서 충분히 섭취가 가능하며
몸속에 필요 이상으로 쌓이면 모두 소변이나 땀으로 배출된다고 말한다.
명지대 식품영약학과 이혜정 교수는 “비타민 B1은 현미, 돼지고기,
효모, 콩 등에 많이 함유돼 있으며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일일 권장량인 약 1㎎ 이상
섭취하고 있다”며 “마늘주사제와 같은 비타민주사제는 원양어선 선원처럼 오랫동안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나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유준현 교수도 “몇 십만 명에 한
명꼴로 나타나는 유전적 비타민 B1 결핍증 환자가 아니면 굳이 마늘주사를 맞을 필요가
없다”고 단언했다.
태반주사와 마늘주사를 함께 맞으면 효과가 아니라 부작용이 곱절로
생길 가능성이 있다.
강희철 교수는 “마늘주사의 효과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태반주사와 함께 맞거나 무분별하게 남용하면 신체 균형이 깨져 두통, 소화장애,
호흡기 및 피부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 비타민 B1에 과민증을 보이는 사람이 마늘주사를 혈관에
맞으면 저혈압 쇼크가 올 수 있고 발열, 두드러기에다 가슴이 울렁거리는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늘주사는 일본, 한국, 독일 등 소수 국가에서 특정 조건으로
허가가 났고, 국제적 표준을 제시해온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선 어떠한 용도로도
승인을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