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 벗겨진 제약사 영업행태
조직적인 거래처 관리 등 다양…리베이트 관행 근절 여부는 미지수
공정위의 제약사 징계 발표에 따라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10개 제약사의 과징금
처분 및 검찰 고발로 리베이트를 매개로 한 제약사들의 영업전략이 공개됐다.
특히 이번에 적발된 제약사들은 기존에 알려진 골프 및 향응제공 이외에도 영업기밀이라던
고유의 마케팅 전략이 상당수 리베이트로 적발됨에 따라 자칫 정상적인 영업과 불법
리베이트마저 구분 못하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릴 처지에 놓였다.
제약사 영업전략=리베이트?
적발된 제약사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매출 대비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의료기관에 되돌려주는 전략을 구사했다는 점이다.
동아제약은 대형 처방처의 경우 30%까지 지원하는 것이 기본 방향이었으며 한미약품도
많게는 35%의 처방 사례비를 지급했다.
녹십자는 처방금액에 따라 사례비 비율을 차등을 뒀고 국제약품은 포인트제를
활용, 처방금액의 20%내외를 리베이트로 제공했다. 한올, 일성 등도 예외는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PMS를 이용한 리베이트 역시 대부분의 제약사가 적발돼 영업 현장에서
이미 PMS가 더 이상 시판 후 조사가 아닌 ‘합법적 리베이트’로 인식되고 있음이
증명됐다.
특히 공정위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각각의 제약사들은 고유한 방법을 동원,
조직적으로 거래처를 관리하며 리베이트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한양행은 주로 학회를 공략하거나 학술좌담회 등을 이용, 처방을 늘린 것으로
밝혀졌으며 동아제약은 케이스 스터디를 실시했다.
한미약품의 경우 PMS를 처방증대, 다품목 처방유도, 새로운 시장개척, 방어적
개념 등 네 가지로 구분해 조직적으로 거래처를 관리하고 연구원을 파견지원했으며
녹십자는 영업계획을 통해 매출실적에 비례해 상품건, 할증, 조제봉투 등을 거래처에
지원했다.
중외제약은 매출할인 형식으로 현금 등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국제약품은
여러 개의 품목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묶어 처방 금액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사은품을
제공하는 수법을 썼다.
이번에 적발된 유일한 다국적제약사 한국BMS는 학회 지원뿐만 아니라 종합병원에
임상간호사를 파견했다.
이밖에 한올은 선지원 조건으로 현금 4500만원까지 지원했으며 일성은 인력지원
및 의료기기·병원공사비 지원, 삼일은 공략 품목별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결국 제약사들은 처방량을 늘리기 위한 방법으로 리베이트를 주된 전략으로 이용했으며
경쟁사와 차별화된 지원을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는 것이 이번 공정위의 조사
결과 밝혀지게 됐다.
국내사 한 관계자는 "언젠가는 그만둬야 한다는 걸 알면서 생존을 위해 비정상적인
영업활동을 지속해왔던 게 사실이다"며 "이런 실태가 알려졌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너무나도 부끄럽다"고 고백했다.
리베이트 관행 근절될까
이번에 행정처분을 받은 제약사들의 공통된 반응은 예상보다 적은 과징금 액수에
안도하면서도 이번 일을 계기로 리베이트 관행이 근절되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공정위 발표가 있기 전까지 제약계에서는 100억원대 이상의 과징금이 각 제약사에
부과될 것이라는 소문이 팽배했지만 정작 부과된 과징금은 50억원 이하로 형성됐다.
때문에 10개 제약사 가운데 일부 제약사는 이번 징계에 대해 이의제기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 이의를 제기하는 제약사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우선 노골적으로 리베이트를 지급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깊숙이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예상보다 과징금 액수가 적어 한숨 돌리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리베이트가 완전히 근절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제약사는
드물었다.
제약사 입장으로서는 소비자인 의료기관의 요구에 따라 리베이트를 지급한 것인데
리베이트를 자제하자는 제약사들의 자정 노력만으로는 불법 리베이트 관행이 근절될
수 없다는 게 지배적인 반응이다.
더구나 이번에도 역시 리베이트를 지급한 제약회사만 처벌을 받고 의료기관은
징계를 피하게 됨에 따라 의료기관의 자정 노력을 기대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게 제약사의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공정위 조사 결과 리베이트 관련 품목의 약가 인하가 예상됨에 따라
당장 큰 손해를 감당해야 하는 제약사들이 느끼는 허탈감은 더욱 크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제약산업 전체에 리베이트 제공을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겠지만 리베이트를 받지 않겠다는 의료기관의 의지가
없다면 이같은 비정상적인 관행이 고쳐지기를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회사 예산을 불법적으로 집행하면서까지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싶은
회사가 어디 있겠냐”며 “의료기관이 더 이상 제약회사를 ‘을’이 아닌 서로 공생하는
사업 파트너로 인식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천승현기자 (sh1000@dailymedi.com)
기사등록 : 2007-11-02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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