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영구탈모, 병원 70%배상
대구지법, "천자검사 권유 의견 무시 등 과실 인정"
유방암이 뇌 연수막으로 전이됐다고 판단, 뇌에 대한 방사선 치료를 했지만 결국
오진으로 최종 판정됐다면 병원은 과실의 책임이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환자에게 불필요한 두부 방사선 치료를 받게 해 영구적인 탈모증이라는 후유증을
발생시켰다는 이유에서다.
대구지방법원 제11민사부(판사 김성수)는 “유방암 전이 여부를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요추천자 검사를 시행해야 했고 신경과 의사의 권유도 있었지만 피고 병원
영상의학과 의사는 이 같은 협진 의견을 무시했다”며 “이에 요추천자 검사를 시행해보지
않고 유방암이 뇌연수막으로 전이됐다고 오진하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원고 A씨는 1999년 10월 유방암으로 진단돼 2000년 1월까지 항암화학요법을 시행
받았다. 그러던 중 같은 해 1월20일 손발이 떨리면서 잠깐 동안 의식을 잃고 쓰러져
피고 병원 응급실에 실려오게 됐고 뇌 MRI 검사 결과, 피고 병원 일반외과 의료진은
‘유방암이 뇌 연수막으로 전이된 것’으로 진단했다.
원고 A씨는 그 후 10차례에 걸쳐 뇌에 대한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피고 병원
의료진들은 원고 A씨에게 ‘암이 많이 퍼져 수술이 불가능하다며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전했고 원고 측은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 위해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로
했다.
그런데 원고 측이 찾은 한 대학병원과 서울OO병원에서는 ‘뇌 연수막 전이가 아니’며
피고 병원에서 당시 판독한 뇌 MRI 필름은 ‘암 소견이 없는 정상’이라고 최종적으로
판정했다.
법원은 일련의 과정을 근거로 오진 과실을 인정했다. 또 원고 측에서 요추천자
검사를 동의하지 않았다는 피고 병원의 주장에 대해서는 “피고 병원이 요추천자
검사의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하지도 않았고 피고 병원 일반외과 의료진이 요추천자
검사를 굳이 해 볼 필요가 없다는 부정적 견지에서 의견을 물어 환자가 이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처지였던 점 등이 인정된다”고 기각했다.
법원은 오진으로 불필요한 치료를 받게 해 그로 인한 손해가 발생한 점이 인정된다며
병원은 1억여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단, 뇌 연수막 전이 진단의 어려움 등을
고려, 피고의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이근주기자 (gjlee@dailymedi.com)
기사등록 : 2007-11-0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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