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노사, 한 발씩 양보 파업 종료
비정규직·CCTV 등 노측 요구 수용…구조조정 등 협의안 마련키로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며 파업 장기화에 대한 우려를 키우던 서울대병원 노사가
15일 저녁 극적으로 타협점 찾기에 성공했다. 이번 파업은 지난 2004년 파업 이후
3년 만으로, 의료기관평가와 시기가 맞물리면서 대내외적으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노사 양측은 파업 이후 실무협상을 계속 진행했지만 결렬 선언만을 거듭하다가 의료기관평가를
하루 앞둔 15일 전격 합의에 성공했다. 지난 10일 파업이 시작 된지 6일 만이다.
의료기관평가라는 대사(大事)를 목전에 앞두고 기사회생에 성공한 서울대병원 파업의
타결 의미와 향후 전망을 짚어본다.[편집자주]
파업과 의료기관평가
서울대병원이 파업 6일 만에 협상 타결에 성공한데는 의료기관평가가 큰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10일 노조가 파업에 돌입했을 때 노사 양측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며 파업
장기화를 예고했었다.
노조는 '구조조정 금지 명문화'를 강력히 요구했으며 병원은 '경영권 간섭'이라며
절대불가 방침을 거듭 천명, 좀처럼 타협의 기미를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면에는 노사 양측 모두 16일로 예정된 의료기관평가에 상당한 부담감을
갖고 있었다는게 지배적인 견해다.
병원 입장에서는 수 년간 공들여 온 의료기관평가를 파업으로 인해 망칠 경우
적잖은 타격이 입을 것이란 우려감이 팽배했다.
노조 역시 의료기관평가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올 경우 파업 때문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부담을 갖기는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노사 양측은 평가를 하루 앞둔 15일 저녁 극적으로 협상에 성공했고 노조는
병원측의 요구대로 이날 밤 파업을 전격 철회하고 16일 오전 7시부터 조합원들의
정상근무 투입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서울대병원은 16일 정상의 컨디션에서 의료기관 평가단을 맞이할 수
있게 됐다.
양보의 미덕
이번 파업의 핵심쟁점은 바로 고용안전에 대한 명문화 문제였다.
고용안전에 대한 서울대병원 노사의 갈등은 지난해 병원측이 경영컨설팅 회사인
'엘리오&컴퍼니'와 계약을 맺고 경영분석을 추진하고 있는데 기인한다.
노조는 이번 경영분석이 결국 연봉제, 팀제, 성과급제 도입을 통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위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반면 병원은 이를 부인하면서 신경전을 벌였던
것.
노조는 병원측 주장대로 이번 경영분석과 구조조정이 무관하다면 연봉제, 팀제,
성과급제 도입 금지를 명문화 해 줄 것을 요구했다.
반면 병원은 명백한 경영권 간섭이라며 이를 거부했다.
하지만 노사 양측은 파업 6일째 되는 날 한 발씩 양보하면서 타협점 찾기에 성공했다.
병원은 연봉제, 성과급제 등에 대한 계획 수립 시 2개월 전까지 노조에 통보 후 협의키로
했다.
이 조항만 보면 구조조정 금지를 요구했던 노조가 백기를 든 것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병원은 재직 중인 직원에게 신분상 불이익이 없도록 한다는 부분을 제시해
노조의 명분을 세워줬다.
결국 노사 양측은 양보의 미덕을 보이며 9부 능선인 구조조정 문제를 해결했고
극적 타결에 성공했다.
파격적 제안에 시원한 답변
서울대병원 노사의 교섭 합의안에는 과히 파격적인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우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와 관련해 병원 측은 노조의 주장을 100% 수용하는
과감성을 보였다.
병원은 현재 2년 이상 근속한 비정규직 239명 전원을 이사회 승인을 거쳐 한꺼번에
정규직으로 전환키로 약속했다.
특히 2년 미만자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사유 이외에 계약을 종료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사실상 완전한 신분보장을 해 줬다는 평가다.
CCTV 설치와 관련해서도 병원은 노조의 요구대로 설치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기로
합의했다.
결국 '고용안전'에 대해서만 강경한 입장을 보였던 병원 측이 다른 사안에 있어서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고 노조가 이를 수용하면서 서울대병원 파업사태는 6일 만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기사등록 : 2007-10-16 07:05
출처: 데일리메디( www.dailymedi.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