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의학상, 카페치 등 3명 공동 수상

유전자 조작 쥐+배아줄기세포 공로

노벨 의학상, 카페치 등 3명 공동 수상

스웨덴 노벨상위원회는 8일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미국의 마리오 카페치(70)와

 올리버 스미시스(82), 영국의 마틴 에반스(66) 등 3명을 공동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과학자는 포유동물 배아줄기세포의 유전자를 조작해 각종 질병을 치유하는

토대를 닦은 공로를 인정받았다.

미국 카페치와 스미시스 교수는 특정 유전자를 떼거나 붙이는 ‘유전자 적중(Gene

Targeting)’ 기술로 유전자 조작 쥐를 만들어냈다. 에번스는 포유동물에서 처음으로

배아줄기세포주를 확립했다. 이들 과학자는 서로의 연구결과를 받아들이고 발전시켜

유전자를 통한 질병 정복의 길을 닦았다.  

연세대 자연대학 생화학과 이한웅 교수는 “과학자들은 이들의 연구에 힘입어 3만개가

넘는 유전자 중 1개를 조작해 각종 질병에 걸린 쥐를 만들어 냈고 이를 통해 심장혈관질환,

암, 당뇨병, 등 난치성 질환의 발생원인을 규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쥐의 유전자 조작해 질병 치료 길 열어

쥐의 유전자를 조작해서 치매에 걸리게 한 뒤 다양한 약물을 투여해 반응을 본다.

이밖에 쥐를 암, 당뇨병, 심장병 등 다양한 병에 걸리게 한 다음 병에 걸렸는지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약물을 투여해 효과를 검사한다.

최근 과학자들 사이에서 이처럼 ‘유전자 조작 쥐’를 통해 특정 치료법의 효과를

검증하는 것이 불문율로 자리 잡혔다. 이는 모두 올해 노벨상 수상자들의 연구 덕분이다.

카페치와 스미시스는 특정 유전자를 망가뜨리거나(Knock-Out) 집어넣는(Knock-In)

등 유전자 적중 기술을 통해 ‘유전자 조작 쥐’를 만들었다. 또 에반스는 배아줄기세포를

확립해 이를 통해 한 단계 발전된 ‘유전자 조작 쥐’를 가능케 했다.

이들 수상자는 유전자 적중법을 통해 특정 유전자를 없앤 배아줄기세포를 쥐의

자궁에 이식, 일부 유전자가 변형된 2세가 태어나게 했다. 또 유전자가 변형된 2세를

교배해 완벽히 유전자가 조작된 쥐를 만들어 냈다.

수상자들의 연구를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쥐의 배반포 단계에서 배아줄기세포를 얻어 신경과 관련된 유전자를 선택적으로

제거하거나 삽입해 변형시킨다. 그리고 원하는 대로 조작된 배아줄기세포만을 선별한다.

다음으로 이들 세포를 정상적인 쥐 수정란 안에 하나씩 건너 뛰어 ‘모자이크 방식’으로

주입한다. 이 수정란을 정상적 암컷 쥐에게 착상시키면 절반이 변형된 ‘모자이크

쥐’가 태어난다. 모자이크 쥐인 수컷과 정상 암컷 쥐를 교배하면 정상 쥐와 완전히

변형된 쥐의 두 가지 형태로 2세가 태어난다.

이처럼 쥐의 유전자를 망가뜨리거나 특정 유전자를 집어넣으면 심장혈관질환,

퇴행성신경질환, 당뇨병, 암 등에 걸린 ‘녹아웃 쥐(knockout mouce)’가 태어난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유전자 치료뿐만 아니라 특정 질병을 가진 ‘녹아웃 쥐’가 생겨

다양한 질환의 치료법을 연구하는데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선진국에서는 ‘유전자 조작 쥐’는 약물 실험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유전자 쥐’를 연구한다는 벤처기업이 적지 않지만, 무균환경과

유전자조작 기술이 한참 떨어져 있다.

줄기세포 연구는 쌓이고 쌓였다.

대한민국 국민은 ‘배아줄기세포’하면 황우석 전 서울대 수의대 교수부터 떠올린다.

황 박사가 “눈 덮인 들판에 첫 발자국을 남기는 심정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미사여구를 토해놓은 데다, 언론의 과잉보도가

덧칠돼 황 박사가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태두인 양 ‘집단최면’에 걸린 것이다.

그러나 줄기세포는 20세기 중반 수정란이 생긴 뒤 어떤 과정을 거쳐 출산에 이르는지를 규명하는 ‘발생학’의 발달로 이론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며 굵직한 연구결과가 계속 쌓이고 있다.

2007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마틴 에반스 역시 줄기세포 연구에서 한 획을 그은 핵심인물 중 하나이다.

에반스가 쥐에서 배아줄기세포를 확립함으로써 자신을 포함한 과학자들이 줄기세포의 변화에 따라 유전자 조작을 통해 질병과 노화의

비밀을 벗기는 연구를 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이 공로로 이번에 노벨생리의학상을 받게 됐다.

줄기세포 연구 연표

1956년 미국의 도널 토머스, 사람의 몸에 골수를 넣으면 새로운 피가 만들어짐을 규명.

(60년대 골수 이식으로 재생불량성빈혈과 백혈병을 치료)

   
1961년 캐나다의 어니스트 맥쿨로흐와 제임스 틸 박사, 골수의 성체줄기세포 존재 증명.
   
1974년 미국의 할 브룩스마이어, 탯줄의 혈액줄기세포 발견.

(탯줄혈액 이식법 개발)

   
1981년 영국의 마틴 에반스, 쥐의 배아줄기세포 확립.
   
1984년 영국의 모린 오웬, 골수에서 뼈, 연골, 지방과, 섬유 조직을 구성하는 간엽줄기세포의 개념 제시.
   
1995년 영국의 마틴 에반스, 원숭이의 배아줄기세포 확립.
   
1995년 미국의 프레드 게이지, 뇌의 해마에서 신경줄기세포 분화.
   
1998년 미국의 제임스 톰슨, 냉동배아에서 인간배아줄기세포 확립.

미국의 존 기어허트, 인공유산된 태아의 미분화 생식세포에서 인간배아줄기세포 확립.

   
2004년 한국의 황우석 박사, 체세포복제로 인간배아줄기세포 확립 주장.
   

 

 

    권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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