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장 할 수 있지?” 부모 기대에 파김치
취학 6개월전 스트레스 최고로 높아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직전이 아니라 취학 3~6개월 전부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영국 바스대 줄리 터너 콥 박사팀이 아이들의 취학 전후에 혈액 내 스트레스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측정했더니 입학 전부터 매우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박사팀은 105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입학하기 3~6개월 전 혈중 코르티솔 수치를
측정하고 입학 6개월 후 재측정 해 수치 변화를 비교했다. 그 결과 입학 수개월 전부터
코르티솔 수치가 매우 높아지는 것으로 관찰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이들은 입학
후 6개월 동안 스트레스 수치가 낮아지고 학교생활에 잘 적응했다.
콥 박사는 “아이들이 새로운 학교생활을 시작해야 한다고 인지할 때부터 스트레스가
시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아이의 입학을 앞두고 부모가 받은 스트레스가 전달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의 취학 전 스트레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거의 모든 아이들이
겪는다고 말한다. 콥 박사팀의 연구결과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취학 전 아이들이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것을 입증한 사례다.
취학 전 아동의 스트레스에는 부모와 떨어지는 게 걱정인 아이들의 심리도 영향을
주지만 부모들의 극성이 주원인이다. “학교 가서 정말 잘해야 한다” “학교가기
전 기본적인 것은 익히고 가야한다”는 등의 말이 아이의 심적인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
아이가 취학 전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밥투정을 부리고 잠을 못자 건강한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 특히 스트레스가 심하면 눈을 계속 깜박이고 고개를 끄덕이며 킁킁
거리는 소리를 반복하는 틱증(tics)’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입학 후에도 이어지면
학교에 적응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김붕년 교수는 “아이들의 취학 전 스트레스는 아동과
부모와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부모가 아이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일이 많고, 특히 아동의 능력에 부치는 학습을 준비시키는 것이 주요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부모와 찰거머리처럼 붙어서 생활하다가 떨어져서 많은 시간을
혼자 보내야한다고 걱정하는 ‘불리불안증’도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유발한다”고
덧붙였다.
또 새 친구, 선생님, 새 학교 등 학교 자체에 대한 불안도 아이들에겐 큰 걱정거리다.
■ 학교체험놀이가 긴장 풀어줘
울산대의대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과 유한익 교수는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해
부모가 먼저 불안해하면 안 된다. 부모가 걱정하면 자녀도 걱정한다”며 “부모가
먼저 마음을 편안하게 갖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특히 ‘반드시 잘해야 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 부담을 주기보다 편안하게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게 바람직하다.
학교생활을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스트레스를 줄이는 한 방법이다.
김붕년 교수는 “아이에게 즐거운 학교생활을 상상해보게 한 후 놀이로 표현하거나
취학 전 미리 학교를 찾아보는 것도 학교에 대한 불안감을 줄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치원에 안 다닌 아이는 집에서 학교 일정에 맞춘 프로그램을 짜서 경험해 보는
것이 좋고 부모와 떨어지는 것을 익히기 위해 혼자서 심부름을 해보는 것도 자립심을
길러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