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전문醫 제도' 비켜갈 수 없는 흐름
대세는 인정하는 추세…자격증 남발 등 질적 문제 대두
의료분야에서 학문과 지식이 확장되고 기술이 복합·정교해짐에 따라 전문분야의
세분화가 자연스럽고 또 불가피하게 일어나고 있다. 의료 이용자나 의료인들 역시
일반 전공의보다 특수 질환에 대한 전문가를 선별해 진료하는 추세로 세부전문화가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학회에서 대한의학회의 인증
없이 세부전문의 인증을 남발하자 의학회는 지나친 상업성을 우려하며 반대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이후 세부전문의 논란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학회가 세부전문의를 요구, 언제 다시 논란의 불씨로 작용할지 모르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편집자주]
전문성
강화…세부전문의 제도 요구 급증
세부전문의는 의료법이 인정하는 법정 26개
전문과목의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뒤 전문과목 학회와 세부 전문분과 학회가 정한
규정에 따라 세분화된 전문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된 전문의를 말한다.
국내 세부 전문의 제도는 지난 1992년 7월 내과학회가 '내과분과전문의'라는 명칭으로
그 수련 및 자격 인정에 관한 규정을 제정함으로써 시작됐다.
이후 의학회는 우수한 임상의사 양성과 세부전문의 제도가 자칫 유사자격 난립·업무독점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며 2001년 12월 제18차 이사회를 통해 세부전문의 제도를 신설할
때 의학회 인증을 의무화 규정을 제정했다.
의학회의 인증제 도입 이후 수부외과학회가 처음으로 세부전문의 시험을 시행하면서
2005년 6월 대한내과학회 산하 소화기내과 등 9개 과목이 인증을 받았다. 소아과학회도
소아신경, 소아내분비 등 9개 과목에 대해 인증을 획득했다.
이처럼 세부전문의 제도는 전문성 강화와 의학의 학문적 발전 등을 대명제로 삼고
급속하게 확산됐다.
영역싸움 등 문제점 많아…반대 목소리 높아
하지만
이런 세부전문의 제도 도입을 비판하는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지난 2001년 대장항문학회의 '인정의 시험'을 두고 대한외과개원의협의회가 복지부에
'시험중단 요청'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개원의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법적근거가 없는 인정의 자격시험은
타의사의 의료행위를 제한하려는 시도"라며 대장항문학화의 인정의 시험을 반대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개원의협의회와 각과개원의협의회 회장단이 세부전문의
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대한의학회가 올해 5월 일부 학회의 임의 세부전문의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제도인증을 받지 않은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하기도
했다.
이처럼 세부전문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은 세부전문의제도로 환자
유인 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세부전문의 제도로 인해 세부전문의 자격증이 없이 시술할 경우 복지부가 진료로
인정하지 않아 급여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고 법원 역시 전문지식이 없는 의료진으로
판단할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반대의 근거다.
또 모학회의 약화, 장기간의 수련 과정에 따른 경제적·시간적 부담 등도
문제로 지적됐다.
의학회 김성덕 부회장은 "일부 학회들의 각종 자격증 남발로 수련 및 자격의
질 관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회원간 반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세부전문의 도입에 따른 위험성을 밝혔다.
전문성 강화·의료시장 개방 등 세부전문의 요구 커져
그러나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학회들의 세부전문의 도입 요구는 늘어가고 있고
이에 따른 지속적인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당장 대한개원내과의사회의 경우 소아청소년과 명칭변경으로 청소년과 세부전문의
제도 신설을 논의 중이다.
소아과가 소아청소년과로 명칭이 변경됐지만 지금까지 청소년 환자를 내과에서
본 만큼 전문성을 살리는 차원에서 청소년과 세부전문의 제도를 둬야 된다는 입장이다.
내과의사회 김일중 회장은 "학회 차원에서 검토되고 있다"면서 "청소년과
세부전문의 제도는 개원가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내과학회가 청소년과 세부전문의 제도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소아과학회와의
영역 싸움으로 확대될 소지도 다분해 명칭변경 이후 두 직역간 다툼이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대장항문학회도 지난 2001년 논란이 됐던 인정의 시험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의학회의
인증을 받기 위해 준비 중에 있어 언제 다시 외과개원의협의회와 마찰을 빚을지 짐작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들 학회가 세부전문의 제도를 주장하는 것은 의료 이용자들이 세부전문의에게
의료를 의뢰해 만족스런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의료계가 의료시장 개방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것도 세부전문의 제도 도입을
부추기고 있다.
이미 미국 등 선진국에서 세부전문의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만큼 의료시장이 개방됐을
때 국내 의사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금부터 세부전문의 제도를 확대해야
된다는 것이다.
대장항문학회 관계자는 "의료시장 개방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조속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찬반 양론 팽팽…제도 정착의 해법은?
그럼
세부전문의 문제는 어떻게 풀어가야 될까?
복지부는 세부전문의 논란에 대해 공식적인 로드맵을 논의한 바 없다며 특별시행규칙
이외에 추가 의향에 따라 심사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병원협회나 관련단체에서 추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하지만
그렇지 않아 내부적인 계획은 현재 없는 상태"라며 "요구가 있으면 검토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의학회 등은 세부전문의 제도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2006년 대한외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세부전문의 제도는
시대적 흐름과 학문의 발전을 위해 그 도입이 필연적일지 모르나 그에 대한 질적
관리는 중립적 입장을 짓는 신뢰성 있는 단체에 의해 인증절차와 함께 행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유사자격증이 보험수가와 연계돼선 절대 안되며 그런 경우가 생기면
의료계는 큰 혼란과 자중지난에 빠질 수 있다"면서 "의학회는 유사 자격증
남발을 막아야 한다"며 의학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대한외과학회 권굉보 전 회장은 "처음에는 일부 세부분과학회에서 세부전문의
제도를 시작해 보고 또 소수의 인원에게만 세부전문의 자격을 부여하면서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학회 김건상 회장은 "학문의 발전을 위해 세부 전문과목이 필요하지만
진료에서는 필요하지 않다"며 "세부전문의 자격을 얻더라도 진료과목에
표방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제도의 난립을 막는 하나의 방법을 제시했다.
박진섭기자 (phonmuzel@dailymedi.com)
기사등록 : 2007-09-0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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