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풀이되는 언론의 황우석 사기극

과학 공부는 안하고 정치만 관심

어어? 이런 기사가 있었나? 뉴욕타임스가 웬일이지?

국내 굴지의 언론사 웹 사이트에서 “황우석의 발견을 칭찬하지 않은건 역사적

아이러니”라는 제목으로 뉴욕타임스가 황 박사의 업적을 극찬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를 보면 미국 과학자들이 황 박사의 업적을 칭찬하는데 우리가 보물을

묻었다는 식이다. ‘미국 언론과 과학자들의 유연한 자세는 데이터 조작이라는 지엽적인

사실에 매몰돼 위대한 연구 성과를 매몰차게 외면한 한국 언론과 과학계의 풍토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고 끝맺었다.

황우석 지지자들이 몰려와 댓글 바다를 이뤘다. 이 기사를 비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광기의 흐름’에 매몰됐다.

뉴욕타임스의 기사를 찾아보고는 ‘역시나’하며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뉴욕타임스의 기사는 전날 다른 신문이 보도한 것과 다르지 않았다. 원문 기사에

황우석에 대한 칭찬은 어느 줄에도 없었다. 그 기사의 골자는 간단하다.

되풀이되는 언론의 황우석 사기극황우석

박사가 배아복제세포에서 줄기세포를 얻으려고 하다가 우연히 ‘처녀생식’으로 줄기세포를

얻었다. 그러나 황 박사는 처녀생식으로 얻은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몰랐다. 그래서

당시에도 처녀생식의 가능성이 제기됐는데 아니라고 우겼다. 이번에 하버드대 연구팀이

황 박사가 만든 것이 처녀생식 줄기세포임을 밝히고 그것에 의미를 부여했다는 것이다.

이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됐다. 2004년 논문 작성 전 유영준 연구원이 처녀생식의

가능성에 대해 의견을 펼쳤지만 묵살됐고, 논문 발표 후 로버트 란자 박사가 처녀생식의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지만 이번에는 ‘사이언스’에 의해 무시됐다. 심지어 서울대

조사위원회도 같은 결론을 내렸지만 황 교수 측은 “말도 안 된다”고 격렬히 저항했다.

그런데 이번에 하버드대 연구팀이 처녀생식임을 밝히니 엉뚱하게 황 추종자가

지난 과오는 묻어버리고 “그래, 황 박사가 역시 대단하다”고 왜곡하는 셈이다.

뉴욕타임스 기사에서 존스홉킨스대의 존 기어하트 박사는 “사기와 연관되지 않은

설명이 나왔다는 것이 기쁘다”(I'm delighted there was an explanation that didn't

involve fraud)라고 말했는데, 문제의 한국기사는 ‘존 기어하트 교수가 “그들의

발견에 사기가 없었다는 사실에 기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 영어실력으로

어떻게 기자생활을 할 수 있는지, 그런 기사가 어떻게 걸러지지 않고 홈페이지에

버젓이 실리는지 기가 찼다.

필자는 2004~2005년 미국 존스홉킨스에서 연수를 하면서 고국의 ‘황우석 열풍’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 한국의 언론은 외국의 언론 중 입맛에 맞는 것만

희한한 식으로 베끼고 ‘외국 과학자들이 열광했다’며 왜곡된 이미지를 쌓아갔다.

그러나 미국에서 만난 과학자들은 당시 한국의 ‘황우석 열풍’을 코미디로 여겼다.

결국 코미디는 잔인한 현실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1년이 지났어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울가망하다. 자기 입맛대로

왜곡보도하고 여기에 우중이 미쳐 날뛴다. 올바른 소리는 ‘그래셤의 법칙’에 따라

배척받는다.

필자가 보기에는 그 기사에 기자의 이름이 없다는 점에서 의혹의 눈길마저 간다.

주류 언론사의 홈페이지에 ‘뉴시스’라는 통신사의 기사가 실렸는데 묘하게도 기자의

이름이 없다. 아직까지 과학적 상식이 통하지 않은 주식시장에서 황우석과 연관됐다면

주가가 오르는 코미디가 벌어지고 있는데 이런 일과 관련이 없기를 빈다. 상층부에서

다른 목적으로 기자의 반발을 누르고 게재한 기사가 아니기를 빌 따름이다.

결론적으로, 과학자들이 계속 입증하는 바에 따르면 황우석은 사기꾼이다. 그것도

과학적 공부를 하지 않고 정치와 장사에만 관심이 있어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도 모르는

사기꾼이다. 횡령범이기도 하지만 정부가 무슨 약점이 잡혔는지 구속을 않고 있을

따름이다. 거기에 일부 광신도들이 미쳐서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 문제는 거대한 사기극에 동참한 정치인, 공무원, 언론 중에서 누구 하나 제대로

반성을 하지 않고 있으며 이런 사기극은 언제든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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