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에도 '브로커' 판친다

의료소송·건강검진 등 개입…의사 포함 의료기관 피해 속출

의료계에도 '브로커' 판친다
약자의

간절한 소망을 검은거래의 희생으로 바꿔버리는 속성을 지닌 브로커. 이들은 사회를

병들게 하는 암 적인 존재가 분명하지만 그 실체를 좀처럼 드러내지 않은채 여전히

사회 곳곳에 촉수를 드리우고 있다. 그동안 브로커는 증권, 보험, 선박, 세무 등의

분야에서 전문적으로 활동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들어 의료계에도 이러한

브로커들이 잇따라 등장, 환자와 병원들의 크고 작은 피해들이 속출하고 있다. 의료사고

발생시 승소를 확신하며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접근, 배후에서 의료소송을 조절하는

것은 물론 경영난에 시달리는 병원계에는 '건강검진'을 악용한 브로커들이 기승을

부린다. 데일리메디는 의료계에 활개를 치고 있는 브로커의 실태를 집중 조명, 더

이상 브로커의 사각지대가 아닌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의료계의 현 주소와 대응책을

강구해 본다.[편집자주]

의료 브로커, 만만한 개원가

얼마전 (서울) 산부인과 P모 원장은 9개월 전 제왕절개 수술을 받은 환자로부터

배에서 거즈가 나왔다며 배상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P모 원장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 정중한 사과와 함께 위로금 500만원을 제시했지만

이 환자는 "5000만원 이하로는 합의할 수 없다"며 P원장의 제안을 거부했다.

며칠 후 이 환자의 사촌오빠와 친구라는 사람들이 병원에 찾아와 원장 면담을

요구하며 행패를 부렸다. P원장은 더 이상의 입소문이 두려워 3000만원에 합의해야만

했다.

그 후 P원장은 당시 병원에 찾아왔던 험상궂은 사람들은 환자의 사촌오빠가 아닌

브로커가 고용한 조직폭력배라는 사실을 알게됐지만 이미 합의금을 전달한 상태로

억울함을 삭혀야만 했다.

이처럼 최근 의료소송의 증가와 함께 배후에서 환자와 보호자를 부추겨 소송을

조종하는 브로커들이 늘고 있다.

이들 악덕 의료브로커는 비양심 환자들을 꼬드겨 보상금을 목적으로 접근, 온갖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 실정이다.

의사나 병의원측에 과실이 없는데도 복도에서 난장판을 벌인다. 상황이 더해지면

폭력배를 고용해 의사를 협박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의료소송 브로커들은 주로 종합병원 보다는 개원가 의료분쟁에 끼어드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대형병원의 경우 의료소송 보험에 가입돼 합의금 유도가 녹록치 않을 뿐만 아니라

조직 규모면에서 브로커 역량을 넘어서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

하지만 개원가의 경우 의료분쟁 발생률이 많고 상당수 병의원들이 입소문에 민감해

하기 때문에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기가 용이해 의료 브로커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악덕 의료 브로커가 의료분쟁에 개입, 병원이 폐업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주장이다. 최근 국민건강수호연대는 "법원의 판결을 통해 한 의사의 무죄가

입증됐으나 이미 '사람 죽인 의사'로 지역에서 소문이 나면서 문을 닫은 병원이 상당수에

달한다"고 폭로한 바 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건강검진?

의료소송처럼 주로 개원가를 대상으로 활동을 하는 의료 브로커들이 있는 반면

병원급 의료기관만을 공략하는 신종 브로커들도 등장했다.

이들 브로커가 병원급 의료기관에 던지는 미끼는 바로 '건강검진'. 병원들의 주요

수입원이 건강검진이라는 사실을 간파한 브로커들이 특정 회사의 건진을 수주, 해당

병원과 계약을 체결시키고 수수료를 받고 있는 것.

이러한 건강검진 브로커들의 행태는 주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병원을

중심으로 행해진다.

대형병원의 경우 몇 달씩 건강검진 예약이 밀려있을 정도로 특수를 누리고 있지만

중소병원은 건진장비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대상자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곳이 많은 실정이다.

때문에 브로커들은 이런 중소병원들의 사정을 알고 적게는 수 십명에서 많게는

수 백명에 달하는 직장 건강검진 계약을 추진, 중간에서 수수료를 챙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언뜻 보기에는 이들 브로커가 경영난에 시달리는 중소병원들에게 새로운 활로를

열어주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다.

중소병원 입장에서 소정의 수수료를 지급하더라도 환자를 수주할 수 있어 득(得)이

될 것 같지만 브로커들이 점차 수수료 비중을 높이거나 병원들간 가격경쟁을 유도,

결국 브로커를 통한 환자 수주는 병원계에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는 것.

한 중소병원 원장은 "브로커의 제안에 쉽사리 응했지만 지금 와서는 후회하고

있다"며 "당장은 달콤한 유혹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일"이라고 아픔을 토로했다.

생명을 사고 파는 사람들

장기이식 브로커는 이미 오래 전부터 언론을 통해 전해지며 의료계의 가장 고질적인

브로커 병폐 사례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최근 인터넷이 활성화 되면서 사이버 공간에서 간이나 신장 등 장기를 사고파는

암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실정이다.

온라인 카페를 차려놓고 조직적으로 장기 매매를 알선하는 곳은 확인된 것만 수십

곳에 달하며, 주요 포털사이트 게시판 등에 ‘장기를 사거나 팔고 싶다’는 개인

광고 글은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다.

경찰이 불법 장기매매에 대한 대대적 단속에 들어갔지만 이들 브로커들은 '위험비용'

명목으로 돈만 더 챙기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청과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에 따르면 국내 포털사이트 A사와 B사 2곳을 1년간

집중 모니터링한 결과 국내외 장기 매매와 이식을 주선하는 카페는 2006년 2월 말

16곳에서, 올해 2월 말 현재 23곳으로 44% 급증했다.

현행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상 돈을 주고 장기를 사고파는 행위는 모두 불법이지만

사업 실패나 취업난으로 살기 힘들어져 자기 몸이라도 팔겠다는 사람들이 크게 늘면서

이런 사이트는 오히려 성황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음성적 장기 매매는 수수료만 받아 챙기고 달아나는 사기극이

대부분인 실정이다. 설령 장기 매매가 이뤄지더라도 득을 보는 쪽은 브로커뿐이다.

박 의원 측이 자체 조사한 결과 장기 매매 암시장에서 신장은 3000만원 가량에

거래되지만 브로커가 이 중 70%가량을 챙기기 때문에 기증자 몫은 1000만원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의원은 "장기 이식이 필요한 환자와 합법적 기증을 하려는 사람 간의

불균형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본질적 개선을 위해 자발적

장기 이식을 활성화할 수 있는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계간지 2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기사등록 : 2007-08-04 05:30

출처:

데일리메디( www.dailymedi.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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