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컴퓨터가 근시 주범?
가성근시는 방치하면 진짜근시 돼
이유진 씨(37.여)는 컴퓨터와 TV에 붙어사는 아들(초등2) 때문에 걱정이다.
“아들은 축구선수가 꿈인데, 시력이 나빠져 꿈을 이루는데 장애가 될까 속상해요.
아들에게 TV와 컴퓨터를 덜 보라고 다그치지만, 잠시만 방심하면….”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 모니터와 TV를 근시의 주범으로 알고 있지만 의학적으로
그렇지는 않다. 근시는 유전적 이유가 가장 크고 요즘에는 잠시 시력이 나빠지는
‘가성 근시’를 잘못 대처해서 ‘진짜 근시’가 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박 모 씨(41)는 평소 컴퓨터 게임에 빠져 사는 아들의 시력이 최근 급격히 떨어진
것 같아 안경점에서 시력을 측정했다. 검사 결과 난시 진단을 받고 안경을 맞췄다.
아이는 안경을 쓴 후로 가끔씩 “어지럽다”고 했지만 “안경에 적응하는 과정이려니”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여러 날이 지나도 계속 머리가 아프다고 해서 정밀진단을
받은 결과 ‘가성근시’였다. 이 경우에는 약물과 생활요법으로 시력을 회복할 수
있지만 안경을 계속 썼다면 근시로 굳어지게 된다.
서울시교육청의 2001년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초중고생의 절반이 넘는 52.1%가
근시였다. 10년전인 1991년보다 16.3% 늘어났다. 안경을 쓰고 있는 학생도 초등학생
39.3%, 중학생 59.7%, 고등학생 68.9%였다.
그렇다면 왜 근시가 늘어나는 것일까?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안과 주천기 교수는 “일반적으로 TV나 컴퓨터를 가까이
본다고 근시가 되지는 않는다”며 “시력 저하는 유전적 요인이 크며 늘 가까운 곳을
봐야하는 도시생활이 쌓이면서 근시가 늘어나는 듯하다”고 말했다.
근시가 생기려면 1m 이내의 물건을 하루 12시간 이상 봐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이런 상황은 거의 불가능하다. 오히려 눈이 나빠서 TV에 가까이 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TV 가까이 가지 말라고 다그치기 보다는 눈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다만 TV나 컴퓨터를 가까이에서 보면 스크린에서 방사되는 X선·방사선
등의 해로운 전자기파가 나와 두통·시각장애 등의 증세를 보이는 VDT 증후군을
앓을 수 있다.
멀리 있는 사물이 잘 보이지 않는 근시는 안구가 길어지면서 발생하는 ‘축성근시’가
많다. 이는 안구가 길어지면서 사물의 상이 망막보다 앞에 맺혀 사물이 흐려 보이는
것.
사람이 성장을 하면서 안구가 커지고 길어지며, 성장이 멈추는 22~24세까지 지속된다.
성장이 빠른 시기에는 근시의 진행속도도 빨라진다.
책을 어두운 곳에서 읽는 것도 시력이 나빠지는 것과 관계가 없다. 어두운 곳에서
책을 읽는 것은 눈 근육이 피로해져 일시적으로 눈이 뻑뻑해지지만 눈 구조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휴식을 취하면 눈 근육의 피로가 풀리면서 두통도 사라진다.
안경을 써서 시력이 나빠지는 것도 아니다. 어린이가 성장하면서 안구의 크기가
커지고, 근시나 난시의 도수도 증가하기 때문에 안경이 잘 맞지 않게 된다.
아이들에게는 가성근시가 생길 수 있다. 이는 일시적으로 먼 곳이 잘 보이지 않는
근시현상으로 ‘조절 마비제’라는 약물을 투여해 간단히 구분할 수 있다.
고대 구로병원 이태수 교수는 “최근 초등학생들에게서 가성근시가 자주 나타난다”며
“가성근시는 약물요법과 올바른 생활습관을 통해 시력회복이 가능하데 안경을 쓰면
진짜로 눈이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눈 건강은 유전적 영향이 가장 크지만 영양상태, 생활습관, 주변 환경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눈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장시간 책을
읽거나 TV, 컴퓨터를 보면 눈에 피로가 쌓일 수 있다.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안과 이영춘 교수는 “TV 시청 시 적절한 거리는 TV
대각선 길이의 5배 이상 떨어져야 하고 눈의 위치가 TV와 일치해야 한다”며 “또
50분 시청 후에는 10분정도 먼 산이나 하늘을 보거나 눈 주위의 지압 등으로 눈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단백질이나 비타민 부족은 시력 발달에
영향을 준다. 카로틴 성분이 풍부한 당근이나 시금치는 눈을 건강하게 한다. 또 비타민
A가 들어 있는 음식을 먹으면 급격한 시력 저하를 막을 수 있다.
정기적인 시력 검사도 필요하다. 안경을 착용한다고 해서 근시가 멈추는 것은
아니다. 성장기에는 6개월 간격으로 안과에서 시력을 검사하는 것이 좋다.
한양대 구리병원 안과 이윤정 교수는 “한번 나빠진 눈은 다시 좋아질 수 없다”며
“평소에 눈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