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 할인' 치명적 유혹의 덫
한계 수위 넘은 의료기관들 '제살 깎기식 경쟁' 부메랑
“A의원이
먼저 가격을 깎고, 또 깎고 쿠폰을 동원해 환자들을 유인했어요. 환자를 다 빼앗길
판인데 우리라고 가만히 있을 수 있습니까? 손을 안 쓸 수 없잖아요.”
원장한테 조심스레 질문을 던졌다. "이래도 장사가 되느냐고?" 그랬더니
푸념 섞인 대답이 돌아왔다. “당연히 어렵죠. 말씀도 마세요. 우리가 자리잡은 다음에
의원들 사이에 가격 전쟁이 벌어졌어요. 요즘엔 20만원에서 최고 50만원까지 할인해준다는
의원도 나왔다니까요. 그러니 빠듯해도 내리지 않을 수가 없지요.”
마침내 의료현장에서도 ‘값’을 따지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국광식 성형외과
국광식 원장은 “경쟁 의원끼리 땅따먹기를 하다가 누군가 패배하게 되는 이 구조는
이제는 ‘블루오션’과도 맞지 않다”고 말한다. “의원 원장들조차 가격 결정 요인을
착각한다. 그리고 그 착각은 수많은 병원들이 선뜻 가격경쟁에 나서게 하고 출혈
경쟁의 함정으로 몰아넣는다”고 진단했다.
그는 “경쟁 병원들이 아무리 가격을 낮춰도 평균 비용 아래로는 떨어뜨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가 ‘뒤통수’를 맞게될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성형외과나 피부과 등이 몰려 있는 지역에서 저가 전략은 더 확연하다. 생존 경쟁에
몰려 있는 이들의 고충을 방증하듯 개원가에서는 각종 할인혜택과 현금지불시 추가
5%를 할인해 주는 등 탈세를 조장해가며 파격적인 가격공세로 환자 확보에 여념이
없다.
동작구 한 개원의는 “피부과, 안과, 치과, 신경정신과, 심지어 동네 내과까지
환자유치 경쟁은 과를 불문하고 자행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행 의료법상 제25조
제3항에 의거해 영리목적으로 환자를 소개, 알선, 유인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개원가는 무법지대로 전락한지 오래다.
'출혈 경쟁의 함정에 빠져드는 의료기관들'
실제로 수능이 끝날 무렵이면 본격적인 수험생 환자몰이에 혈안이 돼 있는 성형외과들은
가히 전사적으로 나선다. 수험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자극적인 광고카피의 팝업창을
띄우고 웹 사이트상에 화려한 플래쉬 광고도 서슴치 않는다. 강남구의 한 성형외과
홈페이지에는 “6월~8월 동안만 20%의 할인혜택을 제공한다”는 등 불법적으로 환자를
유인하는 광고성 문구가 버젓이 나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음성적으로 가격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성형외과 전문의들도
적지 않다. 정해진 가격에서 출발, 환자와 ‘흥정’을 통해 협상에 들어가는 형태다.
이는 피부, 안과, 치과 분야도 엇비슷하다. 안과의 경우 시력교정수술의 가격 조정
폭이 크다. 많게는 80만원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성형외과 원장은 “가격 경쟁은 신규 진입 병원이나 의사에게는 참을 수 없는
유혹이다. 순식간에 시장 점유율을 올릴 수 있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과
경쟁 병원들의 한계 비용을 과학적으로 따져보지 않고 무작정 뛰어들었다가는 모두를
무너뜨릴 수 있는 자살폭탄이기도 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원가의 제살깎기식 경쟁은 이미 의료계 내부에서도 ‘한계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한미용성형외과 한현언 이사는 “단 시간에 자리를
잡고 환자를 늘려야 한다는 병원들이 너도나도 할인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면서
“목표치를 정해 놓고 있기 때문에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보건소에는 이러한 불법의료행위에 관련된 민원이나 신고가
단 한건도 접수되지 않는 아이러니한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송파구 보건소 의약과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그런 민원이 접수된 바 없다. 만약
알려진다면 보건소에서 단속 및 적발에 나설 뿐만 아니라 적발 기관에서 적법 절차에
따른 조치에 들어간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그는 "강남이나 서초 일대는 과당
경쟁으로 인해 이러한 일들이 적지 않게 발생할 수 있다"고 조심스레 귀띔했다.
서초구 보건소는 이 같은 행위에 함구했다. 보건소 관계자는 “이들 병원은 어떻게
하면 의료법에 위반되는지 다 알고 있기 때문에 교묘하게 피해간다. 그래서 병원
홈페이지에 공고하기보다는 여러 정보들이 오고가는 사이트에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할 뿐이었다.
이 관계자는 “보건소가 쉬쉬한다고 해서 되는 상황도 아니지만 병원간 싸움으로
번질 염려가 크기 때문에 우선 동네 병원간 ‘맞불 신고’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보건소에서 일일이 검색해 단속을 할 수도 있는 것도 아니고 일반
행정 업무 처리에도 일손이 부족해 사실상 단속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계간지 2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정숙경기자 (jsk6931@dailymedi.com)
기사등록 : 2007-08-0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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