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애~앵 올 여름에도 왔소이다."
모기의 밥은 이슬? 피? / 잘물리는 사람, 효과적 퇴치법
저는 모기! 파리와 남남으로 아는 사람이 많지만 그렇지 않아요. 중고교 때 생물의 분류 기준인 ‘종속과목강문계’를 외우신 적 있죠? 저는 호적에 ‘파리 목(目) 모기 과(科)’로 올라 있어요. 저의 영어 이름 ‘mosquito’는 파리란 뜻의 스페인어 ‘mosca’에서 따온 말이고요. 제가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을 먹고 산다고 하면 “무슨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냐고 개도 소도 웃는데 정말 억울해요. ‘모기=드라큘라’라는 소리를 들으면 분통이 터져요. 평소 저희는 이슬이랑 식물의 꿀, 수액(樹液) 등을 먹고 살아요. 다만 암컷이 ‘회임’했을 때 뱃속에 꽉 찬 알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만 동물의 피를 빨아 먹죠. '아가들'이 먹겠다는데 모성애도 죄인가요? 물론, 우리 중에서도 동족을 잡아먹는 나쁜 놈도 있지만 인간 세상은 안 그런가요?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복달인데…. 음, 이제부터 우리들의 ‘은밀한 얘기’를 해볼까요? 저희 중에 한국 축구대표팀에 월드컵 사상 첫 해외 승리를 안겨준 토고가 고향인 토고숲 모기는 ‘둘 만의 섹스’를 고집하지만, 대부분은 땅거미가 지거나 해가 돋기 직전에 언덕 위의 허공에서 군무(群舞)를 이룬 다음 관계를 갖죠. 암컷 10∼30 마리가 ‘노닐고’ 있으면 수컷 몇 백 마리가 몰려와 기둥을 이루며 ‘폼’을 잡죠. 그러다가 눈 맞은 암수가 땅으로 내려와 ‘음, 음, 음’하는 거죠. 저희에겐 6개의 다리마다 한 쌍의 발톱이 있어 천장에 쉽게 매달릴 수 있는데 사랑을 나눌 때 수컷은 이 발톱으로 암컷의 요동치는 몸을 꽉 잡아 무사히 일을 끝냅니다. 그렇다고 ‘스와핑 또는 그룹섹스에 빠진 문란한 벌레’로 저희를 매도하진 마셔요. |
D제약회사 이 모 부장(49)은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얼굴이 퀭하다는 얼굴을 듣는다. 밤새 모기와 전쟁을 치르기 때문이다. 이 부장은 요즘 오전 2~3시면 깨어 모기와 싸우느라고 낮에 업무 효율이 뚝 떨어진 것을 실감한다. 저녁 술자리에서도 말술의 주량은커녕 한두 잔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모두가 그놈의 모기 때문이다.
‘아내는 쌕쌕거리며 옆에서 잘만 자는데…. 나는 전생에 모기였던가. 조강지처를 버린 모기….’
◆ 모기의 습성
모기는 웅덩이 등지에서 10∼16일 걸려 ‘알-유충(장구벌레)-번데기’ 단계를 거쳐 태어나는데 기온이 높으면 이 기간이 짧아져 모기가 많아진다. 이른 장마가 끝나고 웅덩이가 늘면
모기가 많이 태어난다. 반면 잠자리가 많으면 잠자리 유충이 장구벌레를 먹어치워 모기가 적어진다.
연예인 현영이 ‘애앵~’하는 듯한 모기의 소리는 날개에서 난다. 모기는 1초에 600번까지 날개 친다. 미국 버지니아대 데이비드 스미스박사는 “모기의 날개를 움직이는 가슴 근육은 동물이 발전시킨 가장 눈부시게 활동적인조직”이라고 말했다.
모기는 날개짓으로 목소리를 대신한다. 암모기는 숫모기를 유혹할 때 특별한 음역의 날개짓을 한다. 소리굽쇠를 거즈망으로 감싸고 암컷의 날개짓 소리와 음역이 비슷한 소리를 내면 숫모기가 몰려들어 거즈망 또는 다른 수컷을 붙잡고 교미하려 한다.
모기 연구가인 핀란드 헬싱키대의 야코 시라마키박사가 실험실에서 핀란드 민요를 흥얼거리며 G자로 시작하는 소절을 시작하자 입으로 모기떼가 몰려들었다. 모기는 F와 A자에도 반응을 나타냈지만 E와 B자에는 무관심했다.
초음파 모기 퇴치기는 이런 모기의 특성을 이용한 것. 산란기의 암컷 모기는 뱃속의 알을 보호하기 위해 숫모기를 기피하는데 이 기기는 숫모기의 소리 대역인 1만2000∼1만7000㎐의 초음파를 발생시켜 ‘흡혈의 주범’인 암컷 모기를 쫓는다.
그러나 몇 년 동안의 연구에서 '이론'과 달리 초음파 모기 퇴치제가 실제로는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모기에 물렸을 때 가려운 것은 모기가 피를 빨 때 분비하는 침의 성분 때문. 모기의 침에는 마취 성분이 있어 당장 가렵지 않고 몇 초 뒤 인체에서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면서 가렵다.
모기가 에이즈 환자의 피를 빨고 즉시 다른 사람의 피를 빨면 에이즈가 전염되지 않을까 여기는 사람도 있지만 에이즈 바이러스는 모기 몸 안에서 단백질 조각으로 쪼개지기 때문에 그럴 일은 0%다.
◆ 모기가 좋아하는 사람은?
미국모기통제협회의 조 콘론 박사는 “모기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400여 가지의 화합물을 조사했지만 이제 겨우 스케치를 그릴 정도”라고 말했다.
플로리다대의 제리 버틀러 명예교수는 “피부에 스테로이드와 콜레스테롤 성분이 많은 사람이 모기의 희생양이 되지만 인체의 총 콜레스테롤 지수가 높다고 해서 모기가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인체에서 요산이 많은 사람이 타깃이 되는데 일반적으로 요산(尿酸)은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고 술을 고주망태로 마시는 사람에게서 다량 분비된다. 삼겹살에 소주를 거나하게 걸치고 덥다고 옷을 훌렁 벗고 자는 것은 모기에게 “식사 준비했어요”하고 외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인체의 대사과정에서 나오는 젖산, 지방을 태울 때 생기는 아세톤, 박테리아가 단백질을 분해할 때 생기는 이염기이황화물 등도 모기를 유인한다. 따라서 저녁에 운동을 하고 깨끗이 씻지 않고 자면 ‘모기의 밥’이 되기 십상이다.
모기는 50m 밖에서도 냄새를 맡으며 특정한 종류의 이산화탄소를 좋아한다. 덩치가 큰 사람이나 임신부는 이런 의미에서 표적이 되기 쉽다. 또 특정한 비누, 샴푸, 로션, 헤어스프레이의 향기가 모기를 불러들이므로 잘 때에는 깨끗이 씻고 자는 것이 좋다.
몸의 움직임과 열도 모기를 유혹하는데 잘 때 땀을 흘리거나 몸부림을 치는 사람이 모기에 잘 뜯기는 것은 이런 이유다.
모기가 밝고 화려한 옷을 좋아하기 때문에 파스텔 톤의 무채색 속옷을 입고 자면 모기를 조금이라도 멀리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두 ‘경우의 수’다. 아직까지 누가 모기에 잘 물리는지 정확한 정답은 아무도 모른다.
◆ 모기를 퇴치하려면
한국에서는 모기향이 ‘즉효’를 자랑하며 애용되고 있지만 선진국에서는 많이 쓰이지 않는다. 모기향의 살충제 성분이 인체에도 해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미국 질병통제센터(CDC)가 권하는 최고의 방법은 모기 퇴치제를 바르는 것. DEET 성분의 퇴치제가 가장 많이 쓰이지만 독성이 강해 제한적으로 써야 한다. 소아는 별도의 제품을 조심스레 발라야 한다.
2005년 CDC는 DEET 대용으로 피카리딘, 레몬 유칼립투스, IR3535 등의 퇴치제를 쓸 수 있다고 추천했다. 이들 제품은 독성이 DEET보다 약해 어린이용으로 추천되곤 한다.
최근에는 콩기름과 시트로넬라, 백향목, 박하 등의 자연 퇴치제가 주목을 받고 있지만 유효시간이 짧다는 한계가 있다. 시트로넬라 성분의 양초도 모기 퇴치에 효과가 있다.
좀더 확실하게 모기의 접근을 막으려면 퍼머스린 성분의 퇴치제를 옷이나 모기장 등에 뿌린다.
비타민B군에 속하는 시아민을 25~50㎎씩 하루 세 번 복용하면 모기를 쫓아낼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다. 시아민은 모기를 괴롭히는 냄새를 방출한다. 시아민을 복용하면 뇌 건강에도 좋고 모기도 퇴치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항암작용을 하는 최고의 건강식품 마늘 냄새가 모기 퇴치에 좋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모기가 겁나는 것은 모기가 수많은 병을 옮기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뇌염과 삼일열말라리아가 대표적. 요즘은 해외여행 때 열대열말라리아나 황열에 걸려 목숨을 잃는 경우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최근 미국과 중남미 등지에서는 웨스트나일 열이라는 치명적인 ‘모기병’이 유행하고 있다. ◆ 국내의 모기병=일본뇌염은 생명을 위협하는 병이지만 삼일열말라리아는 비교적 가벼운 병이다. 일본뇌염은 돼지 등 동물의 피를 빨아먹은 작은빨간집모기가 사람을 물어 걸리기 때문에 축사(畜舍)에 유문등(誘蚊燈)을 설치해 모기를 채집한다. 작은빨간집모기가 한 마리라도 발견되면 ‘주의보’가 발령되고 하룻밤에 500마리 이상 잡히고 전체 모기 중 절반 이상이면 ‘경보’가 내려진다. 작은빨간집모기에 물려도 95%는 증세가 없지만 3∼15세 어린이나 노약자는 꼭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삼일열말라리아는 원충에 감염된 모기를 통해 사람에게 직접 전염되므로 가정집에 유문등을 설치한다. 매개모기인 중국얼룩날개모기가 전체 모기의 절반 이상이거나 50마리 이상에다 환자가 10만명에 10명 이상이면 ‘위험지역’으로 지정된다. 아주 드물게 발생하지만 토고숲모기에 물려 사상충증(絲狀蟲症)에 걸릴수도 있다. 이 병에 걸리면 다리가 붓고 고환이 커진다. 완치 뒤에도 변형된 신체는 되돌아오지 않는다. 이들 질병을 예방하려면 피서지에서는 오후 10시∼오전 5시 외출을 삼가고 굳이 돌아다니려면 긴팔을 입는다. 피부에는 디트 성분의 살충제를 바르고 옷에도 피복처리용 살충제를 바른다. ◆ 해외의 모기병=열대열말라리아는 삼일열말라리아와 달리 매년 200만∼300만명의 목숨을 빼앗는 무서운 병. 예방을 위해선 출국 1주 전부터 귀국 뒤 4주까지 예방적 항생제를 복용토록 한다. 황열은 치사율 60%의 무서운 병으로 아프리가나 남미에 여행할 때엔 출국 10일 전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 예방주사는 10년 마다 맞는다. 댕기열은 낮에 모기에 물린 다음 5∼7일 잠복기를 거쳐 3∼5일 고열 관절통 식욕부진 등의 증세가 나타나며 숨지는 경우는 드물다. 백신이 없고 대증(對症)요법으로 치료한다. 미국과 중남미는 최근 모기로 인한 웨스트나일 열 공포에 휩싸였다. 웨스트나일 바이러스는 1937년 우간다의 웨스트 나일 지역 여성의 피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건강한 성인이 감염되면 독감처럼 느껴지다가 자연스럽게 낫는다. 그러나 노약자나 어린이가 감염되면 뇌염이나 수막염 등과 같은 치명적인 뇌질환으로 숨질 수도 있다. 이 병이 세계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올해 한국에서도 법정전염병으로 지정됐으며 미국이나 중남미를 여행하고 난 뒤 뇌염과 비슷한 증세가 나타나면 곧바로 병원으로 가야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