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찔끔증 수술 왜 받았을까?"
한해 2만 명 불필요한 수술 받고 '속앓이' / 증세악화 배뇨장애, 상처 등 부작용도
주부 박모씨(53)는 남편과의 잠자리를 피한지 1개월이 넘었다.
박씨는 4개월 전 줄넘기를 하다가 소변을 지렸고 이후 시도 때도 없이 팬티를
적시곤 해 병원을 찾았다. 그는 골반근육이 약화돼 요도로 소변이 새는 ‘복압요실금(복압소변찔끔증)’이라고
진단 받고 창피한 생각에 서둘러 수술을 받았다.
그녀의 불행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남편과 잠자리에서 한참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 자신도 모르게 소변이 새어 나온 것. 박씨는 “분비물”이라며 상황을 모면했지만
그 뒤부터 수치심에 잠자리를 꺼리게 됐다. 소변 때문에 외출을 두려워하면서 우울증까지
생겼다.
그는 “앞으로 남편과 잠자리를 할 수 있을 지…”라며 답답해 했다.
박씨는 방광에 문제가 있는 ‘절박요실금’이어서 수술로 치유가 되지 않는데도
불필요한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모 씨(62)는 요실금 수술을 받고 한참동안 소변을 제때 못 봐 고생을 했으며
소변을 누고 나서도 시원하지가 않아 고민이다. 화장실에 가는 일은 더 잦아졌다.
얼마 전 지하철에서 갑자기 소변이 마렵더니 순식간에 소변이 흘러 나와 앉은 자리에서
오줌을 지리고 말았다.
이씨는 “수술 전보다 증세가 악화된 것 같고, 소변을 보기도 어려워 졌다”고
말했다.
웃다가, 재채기하다가 팬티를 적시곤 삶이 울가망해지는 요실금. 성인 여성 4명
중 1명이 해당하는 ‘국민 여성병’. 최근 병원에서 불필요한 수술을 받고 증세가
되레 악화되거나 통증과 출혈, 질 손상, 배뇨장애, 성기능장애 등의 부작용으로 고통
받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제일병원 비뇨기과 서주태 과장은 “골반근육이 약해져 생기는 복압요실금은 수술로
완치가 가능하지만 방광에 이상이 있는 절박요실금은 약물치료만 가능하다”며 “일부
개원의사는 절박요실금 환자나 수술이 불필요한 초기 복압요실금 환자에게까지 수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기과 이정구 교수는 “환자 10명중 1~2명은 절박요실금 환자인데
수술을 받고 요실금 증세가 호전되지 않아 종합병원을 찾고 있다”며 “개원가에서
환자의 요실금 원인을 따지지 않고 무분별하게 수술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수술이 급증하는 이유는 ‘돈’이 되는데다 최근 수술이 비교적 쉬운 ‘인조테이프
요실금 수술’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약물치료를 하면 한번 진료에 2만원 정도를
받지만 수술하면 140만~160만원을 벌 수 있다. 특히 출산율 저하로 수입이 격감한
산부인과에서 요실금 수술이 급증하고 있다.
이정구 교수는 “산부인과 개원의사를 중심으로 가벼운 요실금 증상에도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3명중 1명은 수술하지 않아도 되는 요실금 환자”라고 말했다.
정부가 추정한 지난해 요실금 수술비용은 478억 원 정도다. 수술환자도 매년 3배가량
급격히 증가해 지난해 6만 명을 넘어섰다. 이 교수의 계산대로라면 지난해에만 2만
명 이상의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는 환자가 수술을 한 셈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집계에 따르면 올해 요실금 수술환자도 1월 6299명, 2월 8227명,
3월 4338명, 4월 2901명으로 벌써 2만 명을 훌쩍 넘었다. 본인이 수술비 전액을 지불한
건수를 합치면 전체 수술환자는 더욱 올라간다.
의사들은 인터넷에서 인조테이프 수술은 부작용이 거의 없다며 홍보를 하고 있지만,
부작용도 만만찮다.
이정구 교수는 “환자의 30%가 요실금 수술 후 각종 부작용으로 고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주태 과장도 “인조테이프 수술환자의 최소 10%가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다”며
“부작용으로는 배뇨장애나 요도 또는 질 내 상처 등이 많다”고 말했다.
경희대병원 비뇨기과 이선주 교수는 “요실금은 환자상태에 따라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초기 요실금의 경우 행동치료 또는 전기자극,
자기장 치료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요실금의 원인인 골반근육을 수축시키는 치료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침을 하거나 심하게 웃을 때 소변이 흐르는 환자(복압성요실금)라도
수술을 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생명에 지장을 주는 질환이 아닌 만큼 무분별한
수술은 자제해야 한다.”(이화여대 목동병원 비뇨기과 윤하나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