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 새판 짠다
국내 개량신약 시장 진출…약 값은 오리지널의 60%
국내에서
크게 성공한 오리지널 약들의 특허기간이 만료되고 있다.
순환기계 약물 중 칼슘길항제의 대표주자인, 화이자 노바스크의 개량신약인 한미약품의
아모디핀이 최소 5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성공하자 신약개발여력이 없는 국내제약회사들이
앞 다퉈 ‘개량신약’(제네릭)의 개발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비만치료제중 하나인 리덕틸의 특허기간이 끝나고 7월 들어 이를 본 딴 국내제약회사의
개량신약이 발매될 모양이다. 개량신약의 성공여부는 영업능력에 달려있다. 기존
오리지널 약으로 약효는 입증되어있고 이미 처방에 익숙해져 있는 의사들에게 개량신약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만 해소시킬 수 있다면 기존의 처방에서 개량신약으로 처방을
옮기는 의사가 늘어날 수가 있을 것이다.
비만치료제는 그 동안 건강보험혜택을 받지 못하여 약값이 비싼 것이 처방에 장애가
되었으니 개량신약의 약값이 오리지널약값의 50~60%로 정해진다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시장의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이와 비슷한 개발신약들이 국내제약회사의 새로운 주력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외국계 회사들이 오리지널 약을 들여와 국내법인을 통해 판매하여 얻은 수익 전부를
모두 본국으로 송금하고 있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일이다. 오리지널 약을 가지고
있지 못한 국내회사들의 생존여부는 개발신약의 빠른 런칭과 영업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면에서 개발신약의 앞날이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한미FTA협상에
따라 오리지널 약의 특허기간이 길어질 전망이며 외국계 회사의 주도 아래 영업의
투명성이 강조됨으로써 영업력에 의해 판매해오던 국내제약회사의 활동력이 감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약을 개발하기 위해 들어간 엄청난 투자비를 감안한다하여도 일부 외국계
제약회사의 국내영업방식은 비난받을 만한 점이 있다. 많은 제약회사가 의료계나
환자들에 대한 작은 지원도 거부한 채 막대한 판매이익 전부를 본사로 송금하여 일명
‘싹쓸이식 영업’을 해온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오리지널 약의 효과는 인정하면서도 외국계 제약회사의 오만하고
고압적인 영업방식에 많은 의사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영업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서슬과 개량신약에 목숨을 걸고 있는 국내제약회사의
영업력의 한판 대결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고려대 내과 김형규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