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관절 수술 뒤 세균감염 “빨간불”

중소병원에선 환자 5~10% 해당 / 장비 소독, 수술실 관리 엉망 탓

권 모씨(83·여)는 2005년 서울의 A병원에서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고 수술부위에

침투한 세균 탓에 다리를 자른 뒤 하루 종일 누워 욕창과 싸우고 있다.

“늘그막에 왜 내가 수술을 받았을까. 효도한다며 수술 시켜준 자식들 보기가….”

권 씨는 오른쪽 다리를 절뚝거리다 자녀들의 권유로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수술

부위가 세균에 감염돼 염증제거 수술까지 받았지만 낫지 않아 수술 1년 만에 인공관절을

빼냈다.

김 씨는 이 부위가 아물자 같은 병원에서 재수술을 받았지만 또 세균에 감염돼

결국 다리를 잘라내고야 말았다.

대구에 사는 김 모씨(75·여) 역시 인공관절 수술하면 몸서리가 쳐진다.

김 씨는 2000년 대구에서 수술을 받고 경과가 좋지 않아 서울의 H병원에서 재수술을

받았지만 병원 감염 탓에 사경을 헤맸다. 가족 모두가 상복을 준비하는 고비를 넘기고

8번 더 수술을 받으며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됐다. 그는 현재 방안에서 보조기를 통해

겨우 움직이는 상태다.병원에서 인공관절 수술을 받고나서 세균에 감염돼 고통 속에

지내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인공관절 수술은 엉덩이·무릎·어깨 등의 손상된 관절을

제거하고 특수합금이나 세라믹 소재의 인공관절로 바꾸는 수술을 말한다.


최근 인공관절 수술은 재료와 의술이 발달하면서 연간 10만 여 건이 시행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중소병원의 감염관리 소홀로 세균에 감염되는 환자가 늘고 있다.

수술도구의 소독을 대충 하고 수술실에 폐자재를 쌓아두는 등 ‘0점 감염대책’으로

수익이 되는 수술을 무리하게 하다보니 애먼 환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박윤수 교수는 “인공관절 수술 후 감염으로

골수염이 발생하면 상당기간 고단위 항생제를 투여하며 그래도 낫지 않으면 삽입한

인공관절을 뽑아내고 재수술을 해야 한다”며 “장기간 입원과 재수술에 따른 고통은

물론 첫 수술비용의 4~5배에 달하는 추가 비용에 대한 부담도 환자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고 수술 후 감염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질병관리본부와 대한병원감염관리학회가 지난해 주요 종합병원 4곳을 대상으로

인공관절 수술 후 세균 감염률을 조사했더니 1~1.5%로 미국, 독일, 유럽 등 선진국

1~2%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중소병의원의 인공관절 수술 후 2차 감염률은 종합병원의

약 10배로 추산되고 있다.

박윤수 교수는 “수술실의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는 일부 중소병의원의 인공관절

수술 후 감염률은 10% 가량 될 것”이라며 “그동안 진료한 엉덩이 인공관절 환자의

90%는 다른 병의원에서 수술을 받고 세균에 감염된 환자”라고 밝혔다.

지난해 국내에서 인공관절 수술을 가장 많이 한 힘찬병원 이수찬 원장도 “수술실의

멸균과 소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수술 전 검사가 철저하지 않은 병의원의 2차 감염률이

5~10%는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관계자는 “병원을 찾은 인공관절 환자 중 엉덩이관절 환자의

2%, 무릎관절환자의 5%가 다른 중소병의원에서 수술 후 세균에 감염된 환자”라고

말했다.


수술실은 ‘슈퍼박테리아’로 불리는 메티실린내성황색포도상구균(MRSA)과 녹농균

등 세균의 감염을 막기 위해 위생상태가 철저해야 하지만, 인공관절 수술을 하는

일부 중소병의원의 수술실은 관리가 ‘엉망’이라는 지적이다.

대학병원 교수들에 따르면 여러 수술도구를 한 곳에서 한꺼번에 멸균하거나, 공기정화기를

설치하지 않은 병의원도 있다. 또 의사가 수술복을 입고 병원을 활보하다가 아무런

위생 대책 없이 다시 수술실로 들어가기도 한다.

이대동대문병원 정형외과 김영후 교수는 “일부 중소병의원은 멸균기 부족으로

많은 수술 도구들을 한꺼번에 멸균기에 넣어 감염균을 죽이지 못하거나, 수술실을

오염시킬 수 있는 잡다한 물건들을 수술실에 쌓아 두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일부 병의원은 한 대에 수천 만 원이 넘는 공기정화기가 부담돼 아예 설치하지

않고 설치를 했어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곳이 있다”고 덧붙였다.

병의원 공기정화기 납품업체 관계자는 “공기정화기의 미세먼지 제거 필터는 적어도

한 달에 한번 교체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일부 병의원은 몇 달에 한 번 교체하거나

아예 미세먼지 필터를 빼놓고 사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병원 감염에는 의사의 인공관절 수술 숙련도도 영향을 미친다.

고려대 안산병원 정형외과 김성곤 교수는 “한 달에 수술 건수가 몇 건에 그치는

병의원은 상대적으로 숙련도가 떨어지는데 1시간 내에 끝내야 할 인공관절 수술을

3~4시간 끈다”면서 “오랫동안 신체 내부가 공기에 노출되면 그만큼 감염위험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부실한 의료법도 병원 감염을 부추기고 있다.

의료법에 따르면 수술실 등 병의원의 위생관리는 해당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하게 돼있다. 스스로 알아서 관리하라는 것이다. 정부는 수술실에 갖춰야 할 일정

기준만 충족하면 허가를 내주고, 그 뒤에는 ‘나 몰라라’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의료정책팀 관계자는 “정부가 병원 위생관리를 감독할 의무는 없다”며

“관리감독 법안을 마련하려해도 의료 관련 단체들이 반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황운하 기자 newuna@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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