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경영하라
요즘처럼
무더위와 소나기가 번갈아 찾아오면, 건강을 위해 운동에 재미를 붙이려는 사람의 운동 탈락(Dropout·중도
포기)이 속출한다. 마라톤, 자전거타기, 조기축구 등 야외운동을 하던 사람은 운동을
하래야 할 수가 없다. 또 흐린 날씨 때문에 늦게 일어나는 일이 잦아지고 술자리가
느는 등 운동을 방해하는 요인이 늘어난다.
이럴 때 기업가의 경영 전략에 따라 운동을 기획, 실행, 유지하면
운동 탈락을 방지할 수 있다..
일반인은 90%가 운동을 시작했다가 중도에 포기한다. 운동을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만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은 인구의 10%에도 못 미치는 이유다.
반면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대부분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사람이 임원이 되면 돈과 시간이 여유로워져 지속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스포츠의학자들은 다른 점에 주목한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과 박원하 교수는 “기업의
경영 전략에 따라 몸을 경영하면 운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CEO가 기업을 꾸려나가듯 운동을 하는데도 경영
전략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즉 내가 CEO가 돼서 나의 몸을 경영하라는 것이다.
■ 전략에 따라 운동하라
훌륭한 CEO는 명확한 사업목표를 세우고 회사의 상황과 시장환경을
분석한 다음 장기-중기-단기 목표를 세운 다음 전술에 따라 사업을 추진한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우선 전략 목표를 기간별로 나눠 치밀하게 세워야 한다. 보통
‘살 빼기와 건강증진’ 등의 장기 전략 목표를 세운 다음 자신의 신체 여건과 외부의
환경을 고려해 언제 어디서 어떤 운동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육하원칙에 맞춰 계획을
짜야 한다.
비만이나 체력이 약한 사람이 처음부터 뛰려고 하면 안 된다.
처음에는 걸으며 ‘시장 동향’을 살핀 다음 본격적으로 운동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
운동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절대로 무리한 목표를 세워서는 안 되며 체중은 한
달에 1∼2kg을 빼고, 운동량은 1주일에 10% 이상 늘리지 않도록 한다.
CEO는 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주변 환경과 기업의 자체 역량을
철저히 분석한다. 실현 가능한 전략 목표를 세우고 발생할 수 있는 온갖 악재와 상황을
가정한 다음 거기에 맞는 실행계획을 세운다.
변화무쌍한 시장에서 변하지 않는 여건인 ‘상수(常數)’를
정하고 온갖 상황을 가정한 다음 불확실성을 하나씩 제거해 나간다. 이를 경영학
용어로 ‘시나리오 플래닝(Scenario Planning)’이라고 한다.
저녁에 피치 못할 술자리가 생길 경우나 긴급한 업무가 생겼을
때 등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가정해야 한다. 경영자가 시장 상황을 미리 가정하듯
특정 상황을 가정해 대입하는 ‘시뮬레이션’을 하면 온갖 상황에 미리 대비할 수
있다.
또 훌륭한 CEO는 사업 중간 중간에 결과를 분석해서 전략 목표에
어느 정도 도달했는지를 점검하고 필요하면 전술을 수정한다. 운동을 할 때에도 매일,
매주, 매월 체중이나 혈압 등을 재면서 운동 효과를 분석하고 필요하면 종목을 바꾸는
등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 제휴전략과 포트폴리오
최근 IT를 기반으로 한 미래사업의 승패는 제휴 여부다. 요즘
기업 경영에서는 독자적으로 추진하기 어렵거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변의 우군과
손잡는 ‘제휴 전략’이 필수적인데 운동도 마찬가지다.
모든 운동은 기술이 붙어 재미를 느낄 때까지 시간이 걸리며
특히 달리기, 걷기 등 건강에 좋다는 운동은 지루하기 십상이므로 가족이나 동료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운동은 계획단계부터 가족과 함께 전략을 짜고 적어도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특히 배우자가 “매일 밖으로 나도느냐” “무슨 이렇게 비싼
운동복을 샀느냐”고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단단히 결심을 했던 사람도 흔들리기 쉽다.
거꾸로 아내 또는 남편이 “오늘 비가 오니
쉬는 게 어떻겠느냐” “안쓰러워서 아침에 안 깨웠다”고만 말해도 배우자의 마음은
약해지고 만다.
직장동료나 친구, 연인과 함께 운동하면 재미가 배가되지만
이들 파트너가 운동을 중지하면 따라서 의욕이 떨어진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투자전략 중 여러 종목에 투자해서 위험 부담을 줄이는 ‘포트폴리오
전략’도 운동 탈락을 방지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요소다.
한 가지 운동만 고집하기보다는 여러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오후에는 헬스클럽을 이용하고 만약 이를 지키지 못했다면 밤에 집에서 운동을
하고 또 주말에는 가족과 산책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포트폴리오 전략을 실행하면서 자신의 경제, 신체, 주거환경
등을 고려해 중요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둘 필요는 있다.
피트니스클럽이나 인도어골프 등 자신이 가장 중시하는 운동을
스케줄의 중심에 두고 나머지는 이 운동을 못했을 때 보충하는 수단이 좋다. 운동을
못 했을 때 출근이나 퇴근길, 식사 전후에 걷기로 벌충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파트 실내에서 트레드밀(러닝머신)을 이용한 운동을 하면
소음에 대한 이웃의 불평 때문에 중도에 그만 두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실내 운동으로는
자전거 타기나 맨손체조 등이 제격이다.
특히 자전거타기는 소음이 거의 없고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도
근력, 유연성을 키우고 지방을 태우는 유산소운동의 효과까지 거둘 수 있어 스포츠의학자들이
특히 추천하는 운동이다.
이밖에 CEO의 기본자질인 모든 것을 철저히 배우려는 자세,
결단력, 열정, 책임감 등도 운동탈락을 방지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 탈락요인의 극복
운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탈락요인을 냉철히 분석하고 이를
이겨내야 한다.
이스라엘 헤브루대학 하다사 의대의 엘리어트 베리 박사와
성균관대 의대 가정의학과 이정권 교수의 도움말로 탈락 요인을 짚어보고 해결책을
알아본다.
◆기후=한국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날씨에서 탈락하는 사람이
많다. 야외운동 한 종목을 고집하면 요즘 같은 장마철이나 한여름, 한겨울 등 ‘변수’가
생겼을 때 운동을 그만두기 쉽다. 가급적 여러 운동을 함께 하는 포트폴리오 전략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다.
◆가정의 지지도=배우자가 운동에 대해 탐탁지 않게 여기면
운동을 지속할 수 없다. 따라서 전략수립 단계부터 가족과 함께 하는 운동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부부가 함께 할 경우 운동 강도를 같이 해서는 안 되며 시작과 끝만 같이
하도록 전술을 짠다.
◆과다한 업무와 시간적 여유=한국인은 직장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고 퇴근시간이 늦어 실제로 시간이 부족하다.
CEO처럼 우선순위를 운동에 두고 실천하면 가장 좋으며 그래도
시간이 부족하다면 운동화를 책상 아래 갖다 놓고 점심식사 뒤 걷도록 해야 한다.
출 퇴근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한 정거장 먼저 내려 힘차게
걷는 등 시(時)테크를 잘해야 한다.
◆게으름과 합리화=남에게는 인색하고 자신에게 관대한 사람은
운동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적어도 3개월 동안은 매일 운동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아침에 운동을 못하면 합리화하는 대신 어떤 식으로든 벌충해야 한다.
이후에는 운동에 ‘중독’돼 운동을 지속하게 된다.
◆방해요인의 극복=합리화에 익숙해지면 운동을 방해하는 요인을
객관화하지 못한다.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에도 조금이라도 운동을 하는 것이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 누군가와 함께 운동을 하고 약속을 해놓으면 음주 다음날의
운동탈락을 방지할 수 있다. TV가 문제라면 TV 앞에 실내자전거를 설치하는 등 인테리어를
바꿔 해결하는 것처럼 다른 방해요인도 자신의 처지에 따라 극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