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배가 기적의 명약이라 한들...
관절염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에겐 악영향
최근 한 방송사가 <0.2평의 기적, 절하는 사람들>이라는 프로그램을 내보내자
사람들 사이에서 ‘108배’ 열풍이 일어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프로그램에 따르면 절은 만병통치약이다. 절을 하면 직장인은
스트레스가 풀리고, 학생은 공부를 잘 하게 되는 데다, 뚱뚱한 사람은 살까지 빠진다.
더욱이 소아마비 환자가 벌떡 일어서 걷게 됐다고 하니 이 정도면 가히 '기적의 치료법'이라
할만하다.
방송에서처럼 절이 여러 면에서 좋은 점이 많다는 것에는 전문가들도 인정하고
있다.
을지병원 정형외과 이경태 원장은 “움직임이 거의 없다고 느껴지는 요가나 맨손
체조만 제대로 해도 살을 빼는 데 도움이 된다”며 “절은 온몸을 움직이는 전신
운동이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큰 도움이 될 수는 있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 의무분과 위원인 하상철(유니드 한의원) 원장도 “한의학적인 관점에서
몸을 움츠리는 것은 음(陰)에 해당하고 (몸을) 펴는 것은 양(揚)에 해당하는 데 절은
음양의 조화를 이루게 해 몸과 마음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방송은 1시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절하기’가 가지고 있는 좋은 점만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방송에서는 비만, 당뇨, 고혈압 환자들이 절을 하나의 치료요법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환자들에게 절은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일산백병원 양윤준(스포츠의학센터 소장) 교수는 “절을 할 때 관절을 많이 구부리게
된다. 이 때 관절에 압력이 올라 간다”며 “특히 관절염이 있는 사람들은 자전거
타다가도 악화될 수 있는데, 자칫 절 때문에 병을 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당뇨를 앓고 있는 사람이 무리하게 절을 하면 갑자기 저혈당 현상을 보일
수 있으며, 골반이 틀어져 있는 사람들에게도 절은 건강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
또한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에게 절은 무릎관절에 큰 무리를 주게 되는 한편,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는 퇴행성 골극(척추의 퇴행성 변화로 자라난 가시)을 많이
형성시키는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충고한다.
현대의학이 모든 질병을 다 낫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대의학이 모든
병의 원인을 밝혀 낸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의료의 비전문가인 방송PD가 ‘절이야
말로 만병통치약이다’라는 주장을 펼치는 것이 온당한 일일까?
세상의 어떤 명약도 치료효과와 부작용을 동반한다. 의료인들이 시행하는 모든
치료술도 마찬가지다. 어떤 약이든 치료법이든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되어야
사람들에게 적용될 수 있다. 그렇기에 단지 몇 가지 사례를 통해 확인된 절의 효과에
대해서 ‘기적’운운하면서 장점만을 부각시키는 것은 위험해 보이기까지 하다.
◇ 도움말
을지병원 정형외과 이경태 교수
일산백병원 양윤준 교수(스포츠의학센터 소장)
유니드 한의원 하상철 원장(국가대표 축구팀 의무분과 위원)
그렇다고 약만 디립다 먹으라고요? 진짜 의사들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