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인력 없다고 MRI 지연 3천만원 배상"
서울고법, “신속히 전원시켜야 할 의무 있어”
MRI 촬영 기사가 퇴근해 야간에 신속히 MRI 촬영을 하지 못한 병원 의료진에게
3천여만의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는 “야간에 뇌신경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MRI 촬영 인력을
갖추지 않은 병원은 신속히 MRI 촬영을 할 수 있는 다른 병원으로 전원했어야 하는
의무가 있다”면서 “이로 인해 뇌졸중을 뒤늦게 판단, 때늦은 치료를 한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원고는 지난 2002년 10월 저녁식사 후 갑자기 어지럼증을 느끼고 왼편에 감각이
없는 등의 증상을 보여 피고병원 응급실에 입원했다.
당시 피고병원의 신경과 당직 의사인 조모씨(레지던트 1년차)는 신경학적 검사를
실시했고 뇌경색을 의심할 만한 소견을 발견하지 못하자 일응 말초성 어지럼증으로
진단했다.
추가적으로 조모씨는 원고가 2년 전 뇌경색 진단을 받았고 10년 전부터 당뇨병을
앓고 있었던 점 등을 고려, 뇌혈관질환 여부를 확진하기 위해 MRI 촬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나 당시는 야간이어서 촬영기사가 퇴근, 촬영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결국 다음 날 11시50분경 뇌 MRI 촬영이 시행됐고 뇌경색 소견이 발견됐다. 원고는
좌측 상하지의 마비 및 감각이상을 보여 최종적으로 뇌졸중 진단을 받았다. 현재
원고는 좌측 상하지가 마비되고 감각이 소실된 상태다.
이에 법원은 “응급실에 실려왔을 때 원고는 뇌졸중에서 발견되는 전형적인 증상이었고
연령, 과거병력을 볼 때 뇌경색을 의심할 만한 충분한 정황이었다”면서 “뇌 MRI
촬영이나 적어도 뇌 CT 촬영은 필수적이었고 야간이어서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다른 병원으로 전원해야 했다”고 원고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법원은 “임상경험이 풍부하다고 보기 어려운 레지던트 1년차의 진단에 따라
말초성 어지러움으로만 보고 이를 기초로 원고측에게 전원 여부를 선택하게 했다”며
“전원을 통해 MRI 촬영을 즉시 받아 발병 초기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했다”고 판시했다.
원고가 호송된 지 무려 14시간이 지나서야 MRI 촬영을 받았고 그로 인해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해 좌측 상하지 마비에 이르게 했다는 판단이다.
이에 법원은 원고에게 3291만원 등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단, 법원은 조기에
치료를 시작했어도 연령, 증상을 감안하면 완치를 장담할 수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해
피고의 책임을 20%로 제한했다.
이근주기자 (gjlee@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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