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날 봉합 사건, 그 때를 말하고 싶다"
피해자 한 모씨, 본지 제보…"사과 한마디면 다 끝났을텐데"
환자의 팔 속에 박힌 칼날을 발견하지 못한 채 봉합수술을 한 의사의 무죄 판결이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의 피해자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지난 8일 본지 보도가 나간 이후 피해자 한 모씨는 이번 판결에 대한 억울하다는
내용의 편지와 당시 X-ray 사진을 보내왔다.
한 모씨가 데일리메디를 통해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한 X-ray 사진에는 큰 칼날이
팔에 그대로 박혀 있었다.
또한 한 씨의 팔에서 제거된 길이 11cm, 너비 3cm의 칼날은 한 씨가 사건 이후
한 달동안 얼마나 고통스러운 생활을 했을지를 짐작케 했다.
때문에 그는 응급실 의사 김 모씨가 치료 당시 문진에 그치지 않고 상처 난 팔을
한 번만 만져 봤더라도 칼날이 들어 있음을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모 씨는 "일반인의 상식 수준에서 보더라도 이렇게 큰 칼날이 팔 속에
있었는데 의사가 이를 모르고 지나쳤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X-ray가 아니더라도 조금만 신경을 썼다면 얼마든지 알 수 있었다"며
의사의 진료과실을 주장했다.
칼날 봉합수술 사건개요
2005년 11월 1일 밤 피해자 한모 씨(42)는 남편과 함께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잠결에 인기척을 느껴 일어나려 하자 이미 집에 침입해 있던 강도가 한
씨와 남편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꼼짝마!"라고 소리쳤다.
이에 한 씨의 남편은 강도가 당황하는 틈을 타 난투극을 시작했고 한 씨도 남편을
도와 흉기를 둔 강도를 상대로 사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한 씨는 팔에 상처를 입었고 출혈이 심해 2일 새벽 12시 20분에 경기도
용인시 소재 S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이 곳에서 한 씨는 응급실 당직의사인 김 모씨에게 강도의 칼에 찔린 사실을 알리고
통증을 호소했다.
김 모씨는 3cm인 상처부위를 손으로 촉진하고 단순한 열상으로 판단, 상처부위를
소독한 후 봉합하고 항생제와 파상풍 예방주사를 놓아주고 한 씨를 귀가시켰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수술부위가 아물지 않고 곪는 것을 의심하다가 수술일로부터
20여일이 지나 X-ray 검사를 받고 나서야 팔 속에 칼날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발견, 수술을 통해 이를 제거했다.
이에 한 씨는 담당의사와 병원 측의 사과를 요구했지만 거절 당하자 2006년 5월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8일 1심 판결에서 패소했다.
어려움 알고도 뛰어든 의료사고 소송
한 씨는 당초부터 소송을 제기할 생각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누가 봐도 '의사의 실수'라는 판단이 들어 도의적 차원의 사과와 함께 소액의
정신적 위로금을 요구했지만 돈을 뜯어내려는 사람으로 폄하하는 의사와 병원의 태도에
격분, 소송을 제기했다고.
한 씨는 의사와 병원을 상대로 민사, 형사 소송을 동시에 제기했고 민사소송에서는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 상태이다. 하지만 형사소송에서는 수원지방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림에 따라 의사와 병원에게 완패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한 씨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정의가
바로 설 때까지 계속해서 소송을 제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 씨는 1심 판결에 불복, 지난주 항소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의료소송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뛰어 들었지만 막상 당사자가 돼
보니 너무 힘겹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한 씨는 특히 "돈 때문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를 들을
때 가장 힘들다"며 "부도덕한 의사와 병원의 사과 한 마디 때문에 여기까지
왔을 뿐 돈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건 발생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당시의 후유증으로 인해 팔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며 "이 억울함을 누구에게 하소연 하겠냐"고 토로했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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