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아니되옵니다.
위염 주범 '헬리코박터'/술잔-수저-키스 통해 감염
최근 종합검진을 받은 홍보대행업체 직원 김모씨(29·여)는 헬리코 박터 파이로리(HP)에 감염됐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주변에 HP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김씨는 위 안에 세균이 산다니 꺼림칙하고 혹시 위암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 때문에 일간지 등에 이 세균을 박멸한다는 음료 광고가 나오면 ‘보고 또 보게’ 됐다. HP는 염산 성분의 위 속에서 염산을 중화해 살 수 있는 ‘강력한’ 능력을 가진 세균이다. 또 위 바깥에서도 살 수 있으며 키스로도 전염된다. ▽위염의 주범〓HP는 국내 성인의 80% 이상이 걸려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위염의 주범. HP는 여러 개의 꼬리를 갖고 있어 밥통 속을 이리저리 헤엄치면서 돌아다닌다. 특히 위의 몸통보다는 아래의 꼬리처럼 생긴 유문에 많이 산다. HP는 ‘위의 유문(파이로리)에 사는 나선(헬리코) 모양의 박테리아(박터)’란 뜻이다. 원래는 ‘인체 조직과 닮은 세균’이란 뜻의 ‘캠필로 박터’(CLO)였지만 이름이 바뀌었다. HP가 내는 효소는 요소를 분해해 암모니아를 만든다. 이 요소분해 효소가 위산을 중화시켜 HP가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게 된다. HP에서 나오는 독성 물질이 위점막에 직접 상처를 내기도 하지만 이 균이 활동하고 있는 위점막을 위산이 공격해 위에 ‘구멍’이 나기도 한다. 최근에는 HP가 철분 결핍 빈혈의 주범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어떻게 감염되나?〓아직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감염자가 토한 음식이나 대변에 오염된 물, HP에 오염된 식품 등을 통해 전염된다는 가설이 유력하다. 또 위액의 역류로 입안까지 나온 균이 입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감염되기도 하는데 술잔을 돌리거나 수저를 같이 사용하다 감염될 수도 있고 키스를 통해 감염되기도 한다. ▽HP에 걸리면〓이 균에 감염됐다고 모두 위염에 걸리는 것이 아니라 10명 중 6명 정도에게서 속쓰림 소화불량 등의 위염 증세가 나타나고 1, 2명에게선 소화기궤양이 생긴다. 빈 속에 통증이 오는 십이지장궤양의 90∼95%, 식사 후 통증이 많이 생기는 위궤양 환자의 60∼80%에서 HP가 발견된다. 현재까지 급만성 위염와 십이지장궤양 위궤양 등 외에 위림프종, 만성 위축 위염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위암의 원인으로도 추정되고 있다. ▽막을 수 있는 방법과 예방책〓HP에 감염이 되면 저절로 치료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위내시경 검사 결과 위염이 나타나고 조직 검사상 HP에 감염된 것으로 진단되면 균을 없애는 항생제와 점막보호제, 제산제 등을 섞어서 치료해야 한다. 감염자는 보통 2주 정도 약을 먹으면 증세 호전 등의 효과가 생기지만 완치 때까지 약을 계속 먹어야 한다. 완치 여부가 확인되면 궤양의 재발률은 10% 이하로 감소된다. 또 요즈음 나오고 있는 일부 유산균 음료는 HP로 인한 위 질환 예방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약물 치료를 받으며 보조적으로 마시는 것이 좋다. 약물치료 만으로 HP를 완전히 죽이지 못하는 사례도 있으므로 HP 억제 유산균 음료가 ‘보조 치료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커피를 많이 마실 경우 카페인 성분이 위산 분비를 촉진해 HP 감염을 4배 정도 증가시킨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