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두통, 유심히 관찰하세요
산부인과 의사 김모씨(42)는 혼자 있을 때엔 늘 5년 전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난 아들 한솔이 생각에 울적해진다. 초등학교 2학년이던 한솔이는 아침이면 머리가 아프다며 칭얼거렸다. 김씨는 그 때마다 아들에게 꾀병부리지 말라며 혼을 낸 뒤 학교에 보냈다. 한솔이가 처음 아프다고 했을 때 병원에 데리고 갔더라면…. 어린이 두통은 유심히 봐야 한다. 한솔이의 경우처럼 ‘중병의 신호’일 수도 있고 만성 두통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두통은 걱정거리가 많은 어른에게나 생기는 증세로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선진국 통계에 따르면 7세 어린이의 2.5%, 15세의 15%가 잦은 두통으로 고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만성 두통은 후유증이 오래 간다. 영국 BBC방송은 1만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어릴 적 두통을 호소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나중에 요통 두통 소화불량 위염 천식 류마티스 질환 등에 걸릴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여러가지 원인〓열이 나면서 머리가 아픈 경우는 감기, 뇌막염, 뇌염 등일 가능성이 크다. 최근 국립보건원이 주의보를 내린 일본뇌염의 경우 감염된지 7∼20일이 지나 발열 구토 설사 등의 증세와 함께 머리가 아프며 곧바로 고열과 혼수상태 마비 등의 증세로 악화된다. 치사율이 5∼10%나 되며 특별한 치료제가 없어 생명을 건져도 20∼30%는 언어장애, 판단력 저하 등의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므로 예방백신 접종이 최선. 어린이는 축농증(코곁굴염), 비염, 근시 등 코나 눈의 질환 때문에 두통이 생기기도 한다. 또 뇌중풍은 노인에게나 나타나는 것으로 아는 사람이 많지만 아이에게도 있다. 동맥과 정맥이 제대로 갈라지지 않은 채 태어나거나 유전적으로 안쪽 목동맥이 막히는 ‘모야모야병’에 걸리면 몸의 한쪽이 마비되는 중풍 증세와 함께 두통이 생기는 것. ▽만성 두통〓대표적인 만성두통은 편두통과 긴장두통. 편두통은 주 1회 이상 또는 월 1, 2회 발작하며 4∼72시간 정도 아프다. 속이 메스껍고 머리 한쪽이 심하게 아프며 빛과 소리 냄새 등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게 된다. 일부에서는 번쩍이는 섬광이나 갈짓자 형태의 선, 무지개 등이 보이는 ‘전조(前兆)증세’가 있다. 긴장두통은 머리의 앞 뒤나 관자놀이가 30분∼7시간 아픈데 걱정거리나 스트레스가 있을 때 어린이들에게 주로 나타난다. 일부는 거의 매일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두통의 치료〓아이의 증세별로 치료제가 다르므로 먼저 의사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편두통은 증세가 시작될 때 부루펜 낙센 타이레놀 등 진통제를 먹어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아이에겐 의사의 허락 없이 아스피린을 주지 않는데 라이증후군이란 뇌질환으로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 드물지만 중증일 때엔 의사의 처방에 따라 이미그란 등의 약물을 복용시키며 평소 베타차단제 항우울제 진통제 등 ‘예방제’를 먹어 진통 횟수를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긴장두통일 경우 규칙적으로 진통제를 먹어야 치유가 잘되며 이완요법 등으로 걱정거리를 털어버리는 것도 좋다. 또 담임선생과 상담해 문제를 풀어야 하며 가능하면 한 학기에 5일 이상 결석하지 않도록 평소 자신감과 치료 의지를 북돋운다. 재미있는 놀이거리나 운동으로 정신적으로 안정감을 갖도록 도와주는 것도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