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어린이 겨울방학 나기/'하마 아들' 살 뺄 찬스 '호빵 딸'
주부 김모씨(33·서울 서초구 반포동)는 요즘 초등학교 2년생 외동 딸 때문에 걱정이다. 딸은 키 130㎝에 몸무게가 42㎏로 별명이 ‘호빵 우먼’. 학교에서 놀림을 받아서인지 소극적이고 남몰래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김씨는 딸에게 식사량을 줄이려고 빵만 줬는데 딸은 몇 분 동안 꼭꼭 씹더니 말했다. “엄마, 빵은 왜 이리 달지?” 김씨는 결국 딸과 함께 종합병원 비만클리닉을 찾았다. 그 곳은 ‘하마와 호빵의 공간’. 딸보다 훨씬 살이 찐 아이가 적지 않았다. 21세기의 주인공인 어린이의 건강을 비만이 위협하고 있다. 국내 15세 이하 어린이의 20∼25%는 비만. 서울시 학교보건원의 조사결과 비만 어린이 비율이 80년 5%, 88년 10%였으나 90년대 중반에 20%를 넘어섰다. 특히 운동량이 적은 겨울방학엔 살이 찌기 십상. 그러나 온 가족이 신경을 쓰면 아이가 살을 빼고 새 모습으로 등교할 수 있는 호기이기도 하다. ▽어린이 비만은 왜 해로운가〓어른은 지방세포가 커지기만 하지만 어린이는 지방세포의 수도 늘어난다. 이 때문에 살을 빼더라도 다시 비만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어른보다 어린이가 더 높다. 어린이 비만의 30%는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다. 아이가 10∼13세이면 비만 어린이의 70%가 성인때에도 비만이 된다. 비만일 경우 키도 잘 자라지 않는다.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등 ‘성인병’이 합병증으로 생기기도 하며 무릎 척추의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뚱보’라는 놀림 때문에 자신감을 잃고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남아는 성기가 잘 자라지 않으며 여아는 생리 불순으로 이어지고 나중에 불임의 원인이 된다. ▽비만을 경계하라〓유전적 요인이 크다. 따라서 부모가 비만이면 특히 아이의 몸매에 신경써야 한다. 최근엔 식생활의 변화, 교통 수단의 발달, 방과 후 뛰어노는 대신 과외에 매달려야 하는 현실 등이 비만아의 증가를 부채질하고 있다. 각종 조사결과 대도시와 식구가 적은 가정에서 비만아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고 TV를 1시간 더 볼 수록 몸무게가 2%씩 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비만 탈출법〓어린이 비만은 어른과 달리 약물치료나 지방흡입술 등은 피하고 대신 식사, 운동, 행동요법 등으로 고친다. △식사요법〓무조건 식사 양을 줄이면 성장 장애, 뇌 발달장애 등이 온다. 기존 식사 때보다 칼로리를 20∼30% 줄이면서 단백질을 충분히 먹고 탄수화물과 지방 섭취를 줄인다. 가족도 식사습관을 바꾸면 효과가 커진다. 단식이나 끼니 줄이기는 효과가 없어 식사는 거르지 않는다. 크림 마요네즈 햄버거 과자는 못먹게 하고 기름기 없는 살코기, 생선, 채소, 과일 등을 권한다. 엄마가 요리할 땐 버터 대신 다이어트용 마가린, 쇼트닝 대신 식물성 기름을 쓴다. 외식 때에도 튀긴 음식을 피하고 코넛유 팜유 등으로 만든 가공식품 대신 올리브 기름으로 만든 음식을 권한다. 식이섬유가 듬뿍 든 과일과 채소는 배변을 잘 되게 해 살빼는데 도움이 된다. △운동요법〓에어로빅 달리기 속보 수영 등 온몸 운동이 좋지만 특정한 운동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아이가 어떤 운동에 재미를 붙이느냐가 우선. 처음엔 15분 정도 운동하고 조금씩 시간을 늘려 30분 정도 하도록 한다. 운동 때 첫 10∼15분엔 에너지원인 글리코겐이 연소되고 다음부터 지방이 연소되기 때문. 운동 전후 스트레칭을 곁들이면 운동 효과가 배가되고 사고도 예방할 수 있다. △행동요법〓언제 어디에서 누구와 무엇을 얼마나 먹었는지, 포만감과 기분은 어땠는지 ‘식사일기’를 쓰도록 한다. 운동을 잘하는 친구와 사귀도록 하고 매일 운동의 종류 시간 강도 등을 기록하도록 하는 것도 좋다. 식사 땐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고 천천히 씹어 먹도록 한다. 음식은 식탁에서만 먹게 하며 식사 전에 물이나 국을 먹도록 권한다. 먹고 싶은 음식을 참았거나 몸무게가 줄었을 때 칭찬하는 것은 좋지만 살이 안빠진다고 꾸중하면 스트레스 때문에 되레 음식에 탐닉할 수 있다. 외식은 가급적 피하며 아이의 생일 파티도 집에서 하도록 음식을 마련해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