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진…대상포진은 출산과 맞먹는 통증
우리 몸이 적응하기 힘든 날씨엔 몸의 면역력이 떨어져 포진환자가 늘어난다. 입술 주위나 얼굴에 물집이 무리 져 나면서 몸살 증세가 나타나는 ‘단순포진’이나 몸의 한쪽에 물집이 띠 모양으로 나면서 온몸에 통증이 오는 ‘대상포진’ 환자가 피부과를 찾게 된다. 이 두 병은 바이러스가 물집을 일으킨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진행은 전혀 다르다. 단순포진이 몸살 증세로 환자를 두고두고 되풀이해 괴롭히는 병이라면 대상포진은 환자에게 몇 주에서 몇 년간 ‘출산에 버금가는 통증’을 안기는 병. ▽단순포진〓입맞춤 성행위 피부접촉 등에 의해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전염됐다가 환자의 면역력이 떨어질 때마다 발병한다. 입술 주위에 주로 생기며 얼굴 여기저기에 돌아다니며 생기는 ‘1형’과 음부에 주로 나는 ‘2형’이 있다. 요즘엔 오럴섹스 때문에 1, 2형이 자리를 바꿔 발병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 기운이 빠지고 열이 나면서 온몸이 쑤시는 등 몸살증세가 나타난다. ▽대상포진(帶狀疱疹)〓띠 모양의 물집이 생기는 병이란 뜻. 수두를 일으키는 ‘바리셀라 조스터 바이러스’가 원인. 어릴적 수두에 걸렸던 사람이 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체계를 완전히 갖추지 못했을 경우 바이러스가 척추의 신경에 숨어있다가 나중에 병을 일으킨다. 물집이 몸의 좌우 중 한쪽에만 나타나는 것이 특징. 대부분 물집과 함께 통증이 함께 생기거나 물집이 생긴 다음 통증이 온다. 통증은 바늘로 찌르는 듯한 느낌에서부터 몸이 잘려나가는 듯한 느낌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통증이 심해 입원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환자에게서는 극심한 통증이 온 다음 물집이 나타난다. 따라서 환자가 요로결석 담석 디스크 맹장염 신장결석에 걸린 것으로 의심해서 내과에서 치료받다가 피부과로 옮겨가기도 한다. ▽포진의 치료〓대상포진은 나이에 따라 40대는 4주, 70대는 7∼8주 정도 증세가 지속된다. 팜비어 아시클로버 등의 약이 조기치료에 효과적이다. 이 병을 치료할 때엔 증세에 따라 진통제를 먹거나 통증클리닉에서 약물로 신경절의 기능을 멈추게 하는 ‘신경절 차단술’을 받는 등 통증 치료를 따로 해야 한다. 통증을 빨리 잡지 않으면 후유증으로 극심한 신경통에 시달릴 수 있다. 대상포진은 한번 앓고 나면 대부분 다시 생기지 않는다. 단순포진은 약을 먹거나 연고를 바르면서 바이러스의 활동을 멈추게 할 수 있지만 거듭 재발하기 때문에 역시 ‘간단치 않은 병’. ▽심각한 후유증〓대상포진은 초기치료에 실패하면 얼굴에 영구적인 흉터를 남길 수 있고 눈에 증세가 나타난 경우 실명할 수도 있다. 60대 이상의 상당수는 병을 치료하고 난 뒤에 후유증으로 극심한 ‘신경통’을 겪는다. 이 통증은 몇 개월에서 몇 년까지 간다. 증세가 약하면 약물치료로 고치지만 심할 경우 통증클리닉에서 ‘신경절 차단술’이나 등에 바늘을 넣어 등골을 전기적으로 자극하는 ‘척수자극술’ 등의 시술을 받아야 한다. ▽집에서는〓환자와는 피부 접촉을 삼간다. 맨손으로 연고를 발라주다 물집이 터지면서바이러스가 전염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연고를 발라줄 때엔 항상 비닐장갑을 낀다. 또 환자와는 수건을 따로 쓰고 가능하면 욕실도 따로 사용하는 게 좋다. 대상포진 환자는 물집 부위가 아플 때 얼음찜질을 하면 통증완화에 도움이 된다. ■조선4대 임금인 세종대왕이 대상포진 환자였다는 사료 분석결과가 나왔다. 서울에서 개원하고 있는 이석제 박사는 지난 수년 간 조선왕조실록을 조사한 결과 세종이 앓았던 질환은 성병인 ‘임질’이 아니고 ‘대상포진’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조선왕조실록엔 세종이 임질(淋疾)을 앓았다는 대목이 나온다. 이 때문에 세간에서는 세종이 성병을 앓았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1981년 이숭녕 박사는 세종의 임질이 곧 요로결석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석제 박사는 “세종의 여러 증세를 종합해보면 현대의학 용어로 대상포진에 해당하며 세종은 또 ‘포진 후 신경통’에 시달렸음이 분명하다”면서 “세종이 과로 탓으로 면역력이 약해져 이 병에 결렸고 극심한 통증 가운데에서도 집무를 보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세종실록에는 △임질 발병 11일째 서무를 보고 재가하고 나면 기운이 노곤하다 △한 달 뒤 조금이라도 말하거나 움직이거나 감정이 바뀌면 찌르는 듯 아픈 증세가 발작한다 등의 기록이 있는데 이는 대상포진의 증세라는 것. 글자 형태로는 림(淋)이 물뿌릴 림이기 때문에 ‘피부에 물방울 비슷한 것들이 있는 증세’를 가리키고 질(疾)은 신경통인 풍질(風疾)을 뜻한다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