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들 나쁜 기억 망각, 좋은 기억만 저장
말을 유창하게 하기 시작하는 4~5살 이후에 벌어진 사건 중 일부는 평생의 기억으로 저장된다. 그렇다면 태어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갓난아이의 기억은 어떨까.
과학자들은 ‘유아 기억상실증’이라는 현상 때문에 인생의 초기 몇 년의 기억은 공백이 있다고 주장한다. 기억상실증이 일어나는 원인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주장하는 바가 달라 아직 좀 더 검증이 필요한 상태다.
어쨌든 우리는 1~2살에 벌어졌던 일은 기억할 수가 없다. 하지만 5개월 된 아기의 뇌도 오늘 있었던 일을 다음날 기억하는 수준의 기능은 할 수 있다.
미국 브리검영대학교 심리학과 로스 프롬 교수는 이 대학의 온라인 뉴스게시판을 통해 “많은 학자들이 유아기의 기억력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며 “우리 연구팀은 감정이 기억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한 첫 번째 연구”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감정이 아기의 기억력에 어떠한 영향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5개월 된 아기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5개월 된 아기는 말을 하지 못하지만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아기들의 반응을 확인할 수는 있다. 이번 실험에서는 아기들의 눈동자 움직임을 분석하는 방법으로 연구가 진행됐다.
아기들의 기억력을 실험하기 위해 연구팀은 칸막이로 폐쇄한 공간에 평면 모니터를 놓고 아기가 그 모니터를 보도록 했다. 그리고 아기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이미지들을 응시하는지 살펴보았다.
모니터 스크린에는 행복한 목소리, 중립적인 목소리, 화가 난 목소리로 말을 하는 사람이 등장하고, 각 목소리가 노출될 때마다 연이어 기하학적인 모양이 나타났다.
테스트를 진행한 다음날에는 두 가지 기하학적인 모양을 나란히 보여주는 실험을 진행했다. 한 모양은 첫 번째 실험과정에서 보여주었던 이미지이고, 다른 하나는 아기가 전혀 본적이 없는 새로운 이미지였다.
그리고 연구팀은 아기들이 이 이미지들을 얼마나 오랫동안 응시하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긍정적인 목소리를 들려준 다음 보여주었던 모양이 등장할 때 아기들이 가장 오랫동안 쳐다보는 행동을 보였다.
프롬 교수는 “긍정적인 목소리가 아기들의 집중력 시스템과 환기 시스템을 향상시킨 것으로 보인다”며 “기하학적인 이미지를 기억하는 처리 과정의 능력이 향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연구팀은 아기들이 나쁜 기억은 망각하고 좋은 기억은 저장하는 능력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이를 통해 아기의 기억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구현해낼 수도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이번 연구는 ‘유아행동·발달저널(Journal Infant Behavior and Development)’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