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해결능력이 부족하지 않았는지
처음엔 눈과 귀를 의심했습니다. 자정에 불이 잡혔다는 소식을 확인하고 귀가했는데…. 신문을 든 손이 부르르 떨렸습니다. 불에 탄 기왓장 하나가 가슴을 누르는 듯, 숯덩이 서까래가 그 위에 툭 떨어지는 듯 했습니다. 눈시울, 눈가, 얼굴까지 빨개진 아내의 모습이 눈부처로 들어왔습니다. 울가망했습니다. 뇌에서 감정을…
커피도 약이 될 수 있다
1896년 오늘(2월 11일)은 명성황후가 일본 사무라이들에게 시해당한 뒤 고종이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러시아 공관으로 피신한 날입니다. 아관파천(俄館播遷)은 힘이 약한 조선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고종은 아관파천을 통해 친일파를 숙청하고 일본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는 데에는 일시적으로 성공했지만 많은…
즐거운 고향길 되시기를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 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적선공덕행 실천해 보시죠
바람 잔 날 무료히 양지쪽에 나앉아서 한 방울 두 방울 슬레이트 지붕을 타고 녹아내리는 추녀 물을 새어본다 한 방울 또 한 방울 천원짜리 한 장 없이 용케도 겨울을 보냈구나 흘러가는 물방울에 봄이 잦아들었다. <박형진의 ‘입춘단장’ 전문> 매운 날씨가 시나브로…
천연두 이기는 길에도 난관이 쌓여 있었다
세월이 쏜살같습니다. 벌써 2월입니다. 2월을 가리키는 ‘Feburary’는 정화(淨化), 깨끗하게 한다는 뜻의 라틴어에서 온 말입니다. 1935년 정화하는 달의 첫날, 송촌(松村) 지석영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송촌은 아시다시피 두창(痘瘡), 마마, 손님 등으로도 불린 천연두의 퇴치에 앞장 선…
나라를 먹여살린 광부와 간호사
1966년 오늘(1월 30일) ‘백의(白衣) 천사’ 128명이 서독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이미 일부 한국 간호사들이 독일의 병원에 진출했지만, 정부가 외화 벌이를 위해 공식적으로 간호사들을 파견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습니다. 김포공항은 떠나는 딸, 환송나온 가족의 울음소리로 눈물바다가…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쓰라고 했다고?
1902년 오늘(1월 28일) 미국의 ‘철강 왕’ 앤드류 카네기가 워싱턴 DC에 카네기재단을 설립합니다. 초대 이사장은 존스홉킨스대 총장을 역임한 다니엘 코잇 길만. 이 재단은 미국 과학자들의 연구를 지원하는 각종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카네기는 스코틀랜드에서 가난한 수직공(手織工)의 아들로 태어나…
그들의 정신 덕분에 따뜻합니다
어제 참 추웠죠? 오늘도 어제만큼 춥다고 합니다. 그러나 일제시대 압록강을 건너 칼바람 부는 만주 땅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조상을 떠올리면, 요즘 추위는 추위라고 할 수도 없을 겁니다. 마침 1930년 어제(1월 24일)는 청산리전투의 주인공, 백야 김좌진 장군이 공산주의자 박상실(또는…
전곡류가 건강에는 좋답니다
“쌀로 정종(청주)을 만드는 일본, 쌀로 국수를 만드는 베트남처럼….” 어제 조간신문을 펼치니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농어민 단체 대표와 만나 쌀의 효용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는 기사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70년대까지 모자라 걱정이던 쌀이 남아돌아 농민도, 고향을 떠난 도시민도,…
성인을 따라 간 아들
어제 조간신문을 보다가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장가용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의 별세를 알리는 부고를 접했기 때문입니다. 장 교수는 ‘한국의 슈바이처’ ‘우리시대의 성인’으로 불린 성산(聖山) 장기려 선생의 차남입니다. 여러 상념이 스쳤습니다. 아, 이렇게 시대가 저무는구나! 1995년 성산이 별세했을 때가 엊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