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께 편지를 보낼 수 있어 행복합니다
창(窓) 밖에 보슬비가 내립니다. 도도독, 창을 두드립니다. 어느 창이 열린 것일까, 바람에 블라인드가 몸을 부딪치는 소리가 방(房) 바깥 사무실을 흔듭니다. 자정(子正)의 역삼동 골목엔 여자들의 새된 목소리, 승용차 경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오월의 빗소리가 그 소리들을 잠재우는 것을 들으며 오늘도…
못 이길 시련은 없다
울가망합니다. 경기 화성과 강원 춘천에서 20~30대 남녀 8명이 집단자살의 길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생때같은 생명을 스스로 팽개치다니 안타깝기만 합니다. 저는 건강편지를 통해 손과 발이 각각 엉덩이와 어깨에 붙은 ‘바다표범팔다리병’ 환자인 성악가 토마스 크바스토프, 팔다리가 없이 발가락 일부만 몸통에 붙은 ‘테트라…
마음까지 씻어주는 손씻기
오랜만에 편지를 씁니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 탓에 며칠 전까지 겨울편지를 쓰다가 여름편지를 쓰는 느낌입니다. 황사(黃砂) 가시지 않은 뿌연 하늘, 전국 곳곳에 소나기가 내려 먼지를 씻어낸다고 합니다.그저께 코메디닷컴에는 눈길 가는 기사가 하나 소개됐습니다. 소나기가 마치 황사 먼지를 씻어내듯, 사람도 손을 씻으면 손의 먼지…
영웅은 떠나가고 슬픔은 남았네
하늘에서 만난다면 내 이름을 기억하겠니? 하늘에서 만난다면 모든 것이 그대로일까? 마음을 다잡고 버텨야 하는군. 내 발 디딘 곳, 하늘 아니라는 것알고 있기에. Would you know my name If I saw you in heaven? Will it be the same If I saw…
“울다 잠들겠지”… 우는 아기 내버려두면 곤란
아기는 세상에 대한 첫 인사를 울음으로 건넵니다. 옹알이를 할 때까지 울음은 아기의 ‘제1언어’이지요. 대체로 엄마는 아기의 울음을 다스리는 본능적 재주가 있지만, 아빠만 해도 아기가 울 때 어쩔 줄을 몰라 쩔쩔 매기 십상입니다. 홍명희의 소설 ‘임거정’에 등장하는 곽오주는 아기의 울음이…
대부 광고엔 욕하면서 술 광고는 관대하다니
이효리, 유이, 신민아, 신세경, 황정음, 하지원, 김혜수…. 공통점이 무엇일까요? 청소년들에게 영향력이 큰 스타입니다. 미녀입니다. 또 하나는 술 광고에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세계에서 술로 인한 피해가 가장 큰 나라의 공중파 방송, 인터넷 사이트, 지하철, 신문 등이 술 광고로 넘치는 것이 정상일까요?…
누군가의 희생 덕분에 자유를 누리는 고마움
물론 나는 알고 있었다. 오로지 운이 좋았던 덕택에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삼아 남았던 것을. 그러나 지난밤 꿈속에서친구들이 나에 대해 얘기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강한 자는 살아남는다.”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미워졌다.(베르톨트 브레히트 ‘살아남은 자의 슬픔’ 전문) 어느듯 4.19…
배우자에게 덕 보겠다는 심보를 버려라
오늘 오전에 ‘성철 스님의 주례사’란 제목으로 편지를 보냈습니다. 지난 주말에 보내드린 편지 글대로 성철 스님은 결혼 5년 만에 출가했습니다. 부인이 임신한 것도 모른 채. 아시다시피 이때 태중에 있던 따님도 나중에 출가를 했고 법명이 불필(不必)이지요. 이런 성철 스님에 대한 글을 쓰면서 인터넷에서 자료를!--StartFragment-->…
나는 무엇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성철 스님이 1981년 제8대 조계종 종정에 추대됐을 때 내놓은 법어입니다. 스님은 당시 해인사 백련암에서 이 말을 세상에 던지기만 하고 계속 수행에 정진했습니다. 이 말은 송(宋)나라 청원유신(靑原惟信)선사 또는 야보(冶父)스님의 말을 바탕으로 했다고 알려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