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수도? 에너지드링크 매일 마시면...
●정은지의 만약에(2)
몇 해 전 미국에서 14살 아나이즈 푸르니에라는 소녀의 사망 소식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부검결과 사망원인은 카페인 중독으로 인한 심장부정맥으로, 죽기 하루 전 680g의 에너지음료 2캔을 마신 것이 화근이 됐습니다. 지난해 일본에서도 한 남성이 에너지드링크로 인한 카페인 중독으로 사망했고, 호주에서는 16세 소녀가 에너지드링크와 술을 섞어 마신 후 세상을 떠나 온 나라가 떠들썩했습니다. 이외에도 많은 국가에서 에너지드링크 섭취 후 카페인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사건이 증가하면서 그 위험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사건들이 에너지드링크로 인한 부작용이 아니라 ‘카페인 과다복용’에 의한 부작용이라고 원인의 경계를 달리합니다. 에너지드링크 자체를 ‘위험 음료’로 간주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출한 것이지요. 특히 미국의 소녀 사망사건 이후 미국음료협회는 에너지드링크 내 카페인이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다고 공식 발표한바 있습니다. 에너지드링크 카페인은 커피전문점 커피의 카페인과 다를 것이 없고 커피 또한 이런 점에선 유사한 영향을 나타낸다는 주장이지요. 협회에 따르면 에너지드링크의 안전성은 전 세계 음료규제협회들의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입증되어 왔으며, 최근에 들어서는 유럽식품안전청(EFSA)에서도 에너지드링크의 성분들에 대한 안전성을 면밀히 검토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에너지드링크를 ‘건강한 음료’로 분류하는 것도 무리일 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에너지드링크 시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에너지드링크를 마신 후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심각하게 보고된 부작용들이 ‘커피를 마신 후’가 아닌 ‘에너지드링크를 마신 후’이기 때문에 한동안 뭇매를 피하긴 어려워 보이기도 합니다. 다만 커피가 그러하듯 에너지드링크 또한, 피로와 졸음을 쫓아야하는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고, 카페인에 민감한 누군가에는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에! 에너지드링크를 매일 한 캔씩 마시면 우리 몸에서는 어떤 반응이 일어날까요? 매일 한 캔씩의 에너지드링크는 카페인 내성을 가져오기 쉽습니다. 갈수록 더 많은 카페인을 필요로 하게 되고, 카페인 과다섭취 위험을 낳게 됩니다. 이러한 에너지드링크를 마신 후 우리 몸의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미국의 최대 의료기관 중의 하나인 메이요클리닉 안나 스바티코바 교수팀이 18세 이상 2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실험을 살펴볼까요?
실험 참가자들은 담배를 피우지 않았고, 질병을 앓고 있지 않았으며, 복용중인 어떤 약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연구진은 먼저 이들에게 16온스의 에너지드링크를 제공하고 5분 안에 마시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이틀 후에는 에너지드링크와 맛, 색, 영양소는 같지만 카페인 혹은 그와 동일한 자극제가 없는 가짜음료(플라시보)을 제공하고 5분 안에 마시도록 했죠. 이 실험에 사용된 에너지드링크에는 240mg 카페인과 2000mg 타우린을 비롯해 브라질 과일 과라나 씨앗 추출액, 인삼 및 밀크티슬(허브 종류) 등이 함유되어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음료를 마시기 전과 마신 후 30분경과 시점에서 참가자들의 전체 혈압 변화 및 혈류 상태를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 가짜음료를 마셨을 때와 에너지드링크를 마셨을 때의 차이는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가짜음료를 마셨을 때 별다른 반응이 없는데 비해 에너지드링크를 마셨을 때를 보면,
△ 최대혈압(최고치 혈압) 6.2% 증가 △ 확장기혈압(최저치 혈압) 6.8 % 증가
△ 평균혈압 6.4 % 증가 △ 혈액 내 카페인 수치, 감지 제로에서 3.4 ㎍/mL까지 증가
△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수치 150 pg/mL-250 pg/m 증가(노르에피네프린은 스트레스호르몬으로 카페인 섭취와 함께 증가해 과다 시 떨림 증상 유발) 등...
이렇게 혈압 상승과 혈액 내 호르몬 변화가 나타남에 따라 연구진은 에너지드링크 섭취만으로 심장혈관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심장마비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외에도 미국식품의약국(FDA), 영국공공의료서비스(NHS), 미국의 자선단체 감사기구(NCIB) 등의 자료를 이용한 인포그래픽을 통해 에너지드링크를 마신 후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 해외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이에 영국식음료협회(British Dietetic Association)가 에너지드링크 섭취 후 몸의 반응에서는 놓친 것들이 있다며 몇 가지를 지적하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영국식음료협회의 지적을 함께 고려한 ‘에너지드링크 섭취 후 일어나는 신체 반응 『그래픽 참조』’ 업그레이드 버전을 소개합니다.
만약에! 지금 에너지드링크 한 캔을 마신다면, 내 몸에서는 시간에 따라 이렇게 반응합니다.
□ 10-15분 : 카페인이 혈류를 타고 들어가기 시작하는 시간 =심장박동과 혈압 상승
□ 30-45분 : 혈류 내 카페인 수치가 최고조에 이르는 시간 =각성상태에 들어섬
최고조 시간은 개인에 따라 조금 더 느릴 수 있으며 대개 음료 소화 후 1시간 안에 나타남
□ 50분-1시간 : 카페인이 체내에서 완전히 흡수되는 시간 = 혈압 수치 최고조, 간에서 혈류내 당을 흡수
□ 1시간 후 : 점차 카페인 효과 감소로 슈거크래쉬(카페인 단당류에 의한 피곤함)를 겪기 시작
=피곤함을 느끼고 에너지 수치가 감소
□ 5-6시간 : 혈류에서 카페인 함유량이 50%까지 감소되는 시간 =카페인이 반으로 줄었다 하더라도 혈액 속 잔류 시간은 10시간까지 지속될 수 있음
□ 12시간 후 : 혈류에서 카페인이 거의 사라진 시간 = 얼마나 마셨는지에 따라 카페인 반감 시간도 달라짐
□ 12-24시간 : 다시 에너지드링크에 대한 갈증과 금단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시간 =에너지드링크 안의 카페인 농도, 음료의 양, 음료 속 타 성분과의 혼합 등에 따라 정도가 달라지지만, 금단현상으로 두통, 짜증, 변비 등 나타날 수 있음
□ 7-12일 : 카페인 내성이 생겨나 더 많은 양의 에너지드링크에 대한 욕구 = 만약 하루 1캔씩 이상 일주일 내내 마셔왔다면 불면증, 가슴떨림, 손 떨림 증상 등을 겪을 수 있음. 개인의 생활습관에 따라 내성도 달라질 수 있지만, 중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함.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에너지드링크 1캔에는 60mg부터 많게는 300mg가량의 카페인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하루 카페인 섭취 허용량을 성인 1인당 400mg, 청소년의 경우 125mg으로 권장하고 있습니다. 카페인 에너지드링크 1,2캔이면 허용치를 초과하게 되는 것이지요. 비단 카페인 뿐 아니라 타우린 등의 음료 내 다른 성분의 혼합에 의해서도 에너지드링크 과다복용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에너지’를 얻겠다고 많이 마시다보면 오히려 있는 힘마저 잃게 될 수도 있으니 ‘과유불급’(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음)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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