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로 된 빵... 나를 그냥 술로 보지 마라

액체로 된 빵... 나를 그냥 술로 보지 마라

 

정은지의 식탁식톡 (15) / 맥주

뭔가가 정말 딱 어울리거나 좋을 때 저절로 나는 청량감 있는 소리 있잖아요. 그 감탄사~! 사람들은 저를 마시면서 딱 그런 소리를 내요. 꿀렁꿀렁~시원하게 한 모금 들이키면서 쏟아내는 그 외마디! 맞아요~ 그 소리! “캬아~!”

바야흐로 저와의 만남이 한층 무르익기 시작하는 계절이네요. 오늘 금요일 저녁, 저와의 만남을 기대하며 지금 입맛을 다시고 있진 않나요? 여기저기서 ‘캬아’ 소리가 시원하게 흘러나올 것이라 예상해 보는데요. 일과 후나 운동이 끝난 다음 차가운 맥주 한 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시원하죠?

저는 예부터 서양에서 액체로 된 빵이라고 불렸습니다. 빵에 들어가는 원료와 비슷하기도 하고 그에 견줄 정도로 영양가가 있는 음료라는 뜻이지요. 저요, 지방은 없지만 단백질, 당질, 미네랄, 비타민B군 등 없다고 하면 섭섭해할 영양소들이 풍부합니다. 보통 맥주 100㎖당 영양소는 단백질 0.5g, 탄수화물 3.1g, 칼슘 2mg, 철분 0.1mg, 비타민B2 0.02mg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인체 에너지를 보강시키는 칼로리도 적당해서, 고대에는 맥주를 넣고 만든 ‘비어브레드(beer bread)’를 주요 양식으로 여길 정도였죠.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제가 술이라는 이유로 건강상 이점은 과소평가 하고, 되려 각종 질환과 비만의 원흉이라고 비난하기도 합니다. 그 옛날 서양에서 내려오는 이야기가 아닌, 실제 연구를 통해 밝혀진 저만의 건강학적 이점이 얼마나 많은 지 모르고 하는 소리죠.

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발효 주이면서도 가장 대중적인 알코올 중 하나입니다. 저의 쌉쌀하거나 산뜻한 맛, 누른 빛깔이거나 진한 흑색은 모두 자연의 원료로 만들어졌습니다. 방부제나 색소, 향료 등이 전혀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자연식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다른 주류에 비해 알코올 성분은 적은 편이고, 이산화탄소와 홉의 쓴맛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소화를 촉진하고 이뇨작용을 돕는 효능이 있습니다.

날씨가 갈수록 더워지고 있는 만큼, 수분 공급에 대해서도 어필하고 싶네요. 저는 93%가 물입니다. 더운 날 마셔도 탈수증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데요. 스페인 연구팀에 따르면 햇볕 아래 땀을 흘릴 때에 맥주를 마시면, 오히려 물만 마실 때보다 수분 공급 효과가 더 좋습니다.

혹이 이 이야기 들으면 갸우뚱 할지도 모르겠네요. 사람들의 뼈와 관절을 튼튼하게 하는데도 효과가 있답니다. 여성들을 사례로 한 연구를 먼저 보실까요? 일주일에 2~4회 저를 마시는 여성들은 아예 저를 입에 대지 않은 여성들보다 류마티스성 관절염의 위험이 31% 낮았습니다. ‘관절염과 류마티즘(Arthritis & Rheumatism)’ 저널에 실린 연구인데요. 제가 여성들의 관절염 위험률을 떨어뜨리는 작용을 한다는 것이죠.

비슷한 연구로 ‘식품·농업과학저널(Journal of the Science of Food and Agriculture)’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제 안의 ‘소화규소’가 뼈 골밀도를 강화하는 작용을 합니다. 저는 종류에 따라 소화규소 함량이 6.4~56.5㎎/L로 차이가 납니다. 소화규소는 체내 콜라겐을 묶어서 결합조직을 튼튼하게 하는 역할을 하는 화학물질이죠. 이 소화규소 성분은 또한 머리카락과 손톱, 피부를 윤기 있게 하는데도 도움을 줍니다. 아직 소화규소에 대한 일일 섭취 권장량은 정해져 있지 않지만요. 과학자들은 한 두잔 가볍게 마시는 정도가 뼈 건강에 도움이 될만한 양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날씨가 더워지면 탈수증세와 소변 농축으로 인해 신장결석이 생길 위험이 높아지는데요. 앞서 탈수 방지에 제가 의외의 도움이 된다고 알려드렸죠? 이 연장선에서 신장결석 예방에도 도움을 줍니다. ‘미국신장학회임상저널(Clinical Journal of the American Society of Nephrology)’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저를 적당량 마시면 맥주를 마시지 않는 사람들보다 결석이 생길 확률이 41%나 줄어듭니다. 저 말고 탄산음료로도 비교 연구 했는데요. 저보다 탄산음료가 더 건강할 것 같죠? 그런데 오히려 탄산음료가 체내에 결석을 만드는 확률을 23% 증가시켰습니다. 우훗, 예상을 깨고 무알코올 음료와 알코올 음료의 차이가 이렇게 나다니 잠시 우쭐해지네요.

제 어깨에 더 힘이 들어가도 되는 사실은 여기 있어요. 기억력을 비롯한 뇌 건강을 지키는데도 맥주 몇 잔이 도움이 된다는 것인데요.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매일 저를 한잔씩 마시는 여성들은 전혀 술을 마시지 않거나 과음을 하는 여성들보다 뇌 활동의 능력이 감퇴하는 속도가 더딥니다. ‘유럽역학저널(European Journal of Epidemiology)’에 발표된 메타분석에서도 가벼운 한 두잔 정도의 맥주는 심장질환 위험률을 31% 낮춘다고 밝혀졌지요.

이렇게 예상을 빗나가게 만든 저의 건강학적 긍정적인 효과는요, 제 안에 수용성 섬유질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보리, 홉, 맥아 등으로 만들어 지지요. 이러한 원료에서 추출된 섬유질과 항산화제는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혈중 LDL의 수치를 낮추는데 도움을 주고, 반면에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의 수치는 높입니다.

사람들이 저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맥주를 많이 마시면 뱃살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어느 정도 맞는 이야기긴 하지만 이는 과음했을 때에 해당하죠. 오히려 하루에 한 잔 정도의 적당량을 마시면 체중 증가의 원인인 염증을 제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제 원료인 홉에서 나오는 화합물이 항 염증 효능을 가진 성분을 활성화시키지요. 맥주 때문에 뱃살 나왔어 하는 분들은 과음하면서 안주까지 많이 먹어서이지, 콕 찍어 저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 알아주세요.

저는 하루 500 cc정도가 딱 적당량이라는 점 잊지 마시고, 오늘 저녁 친구들과 맥주 한잔 기울이면서 오늘 저에 대한 이야기 곱씹어 보는 것은 어떠세요? 제가 아무리 좋다 해도 과도한 음주는 금물입니다.

 

 

□ 담는 컵이 더러우면 거품내기 힘들어요 

제 매력 중 하나가 따를 때 하얗게 부서지는 거품이죠! 그런데 컵이 더럽거나 기름이 묻어 있으면 거품이 나지 않습니다.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져버리곤 하죠. 이는 톡 쏘는 탄산가스를 감싸고 있는 거품이 컵의 기름기 등에 의해 표면장력을 잃어 거품을 지탱하는 힘이 약해지기 때문입니다. 컵이 잘 안 닦여 비누나 세제가 표면에 남아 있어도 저는 거품 만들어 내기가 힘이 듭니다. 제 거품매력에 빠지려면, 저를 따르는 컵을 깨끗이 해야 합니다. 파인트와 같은 맥주 컵은 흐르는 물로 잘 헹구고 행주로 닦지 않은 채 그대로 건조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치맥(치킨+맥주), 정말 최악 궁합일까요?

사실 저는 시원하게 쏘는 맛 덕에 여러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 알코올입니다. 치킨은 말할 것도 없고, 오징어, 땅콩, 샐러드, 햄버거, 치즈 등뿐 아니라 다양한 퓨전요리와 함께 해도 손색이 없죠. 그런데 건강학적인 측면에서 치킨은 맥주와 궁합이 잘 안 맞다 하죠? 제가 식욕을 더 높이는 작용을 해서 고칼로리 고지방 식품을 곁들이게 되면 살찌게 하므로 조심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사실 외국에서도 우리의 ‘치맥’만큼이나 비어캔 치킨, 치킨 로스트, 치킨 샐러드 등 치킨 요리에 맥주를 상당히 즐겨 마십니다. 음식궁합을 따졌을 때 에일과 같은 라이트 맥주를 마시는 게 좋다고 권하고 있을 뿐, 치킨+맥주가 최악 궁합이라고 이야기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많은 음식 매체에서는 맥주에 잘 어울리는 식품으로 치킨을 꼽습니다. 한국식 치킨이 기름에 튀겨져 나온 것이 많아 고지방 고칼로리라는 점 때문에 ‘치맥 궁합 나쁘다’라는 인식이 확산된 것 아닌가 싶어요.

통풍이야기도 안 할 수가 없네요. 아직도 “치맥, 통풍 유발”하며 치맥 먹는 것을 경고 시 하는 듯한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는데요. 해외 논문 그 어디에서도 ‘치킨과 맥주’가 통풍을 유발한다는 연구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다만 통풍 환자이면 퓨린이 요산 수치를 높이기 때문에 치킨과 맥주가 피해야 할 식품인 것은 확실합니다. 그런데 사실 퓨린이 함유된 식품은 치킨 뿐이 아니라 다른 육류, 생선, 해조류 등에도 많습니다. 더욱이 알코올에서는 와인 또한 퓨린 함유량이 높구요. 이 대로라면 많은 안주들이 퓨린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지요. 그러니 치킨과 저의 만남을 유독 지목해, 색안경 끼고 보진 말아주세요. 저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그래픽=양희선]

 

참고 서적 : 맥주의 세계_살림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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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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