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먹든 삶아 먹든, 날 만만히 보지 마라

날로 먹든 삶아 먹든, 날 만만히 보지 마라

 

식탁식톡 (3) / 계란

달걀 껍질을 까면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이야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한 알에 57g정도 밖에 안 되는 제게 그런 철학적 물음은 너무 무거워서 받아들이기 힘들어요. 어쨌든 사람들이 즐겨 먹는 저 달걀은 우리 엄마 닭들이 30분에서 1시간을 꼬박 ‘진통’하며 낳았다는 것만 알아주세요.

사람들은 끼니 때 마다 냉장고를 열어 뭐 해먹을까 고민합니다. 특별한 게 없으면 ‘에이 달걀 후라이나 해먹자’ 이러지요? 만만한 게 저인 듯 합니다. 친숙해서 그렇다고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사람들은 저를 일주일에 최소 2-4번은 먹으니 다른 어떤 식품보다 편한 사이라 할 수도 있죠.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저 달걀의 1인당 소비량은 2001년도 200개를 넘기 시작해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2013년 기준으로 한국 사람들은 일년에 평균 242개를 섭취했습니다. 엄마 닭 한 마리가 1년에 평균 259개의 형제자매들을 낳으니, 우와~암탉 한 마리의 1년 산란 수와 거의 맞먹는 수준이네요.

이렇게 저를 자주 드시는 이유, 완전식품이기 때문이겠죠. 저는 사람에 좋은 영양소는 거의 갖추고 있습니다. 유일하게 없는 영양소라 하면 비타민C입니다. 우리 엄마 닭은 체내에서 비타민 C를 자연합성하고, 저희들에겐 물려주지 않은 모양입니다.

대신 저를 단백질 덩어리라고 하죠. 다른 육류나, 생선, 우유의 단백질보다 뛰어난 생체 이용률을 갖고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제 단백질은 사람이 지닌 단백질과 굉장히 흡사해서 체내로 빠르게 흡수되어 영양을 저장하고 사용하는 활동이 활발하다는 뜻입니다. 뿐만 아니라 사람의 근육을 발달시키는 아미노산도 풍부하고, 루테인과 제아잔틴도 함유돼 있어 시력감퇴를 늦추고 백내장을 예방하는 효과도 잘 알려져 있죠.

콜레스테롤이 높다면서 저를 잠시 잠깐~멀리하려는 사람들도 있던데, 이래 뵈도 전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은 식품입니다. 제 노른자 속의 콜레스테롤 함량은 1개 200㎎에 이릅니다. 하루 섭취권장량 300㎎의 2/3에 이를 정도로 많은 양이 들어 있는 것이 사실이죠. 하지만 고마운 레시틴 성분이 있어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려 주기도 합니다.

에세틸콜린의 원료인 콜린이라는 성분도 동조합니다. 동맥경화와 연관성이 높은 혈중 아미노산의 농도를 낮추어 주죠. 높은 콜레스테롤 함량 수치가 인체에 해가 되지 않도록 뒤에서 도와주는 이런 성분들이 있으니, 하루 1~2개 정도 먹어도 문제 없습니다.

가장 친숙한 식품인데도 잘 몰랐던 부분도 많지요? 여기서 궁금증 몇 가지 풀어드릴게요. 저를 삶아서 까먹다 보면 노른자 색이 어떤 것은 샛노랗고, 어떤 것은 거무스레하잖아요. 왜 그럴까요? 다 삶고 난 후 찬물에 식힐 때 화학반응에 의해 색이 갈립니다. 제 안 노른자 속 철분(Fe)과 흰자 속 황(S)이 물의 온도37℃ 정도에서 황화철(FeS)이 됩니다. 찬물은 철과 황의 결합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죠. 잘 식혀져서 철과 황이 안 만나면 노른자가 노르스름한 제 빛을 냅니다. 식히다 말거나 오래 삶으면 철과 황이 만나서 색이 거무스름해 집니다. 이를 녹변현상이라고 하는데요. 노른자 색의 비밀, 이제 아셨죠?

그렇다면 삶아 먹을 때, 후라이로 먹을 때, 날로 먹을 때 어느 게 가장 좋을까요? 어떻게 먹든 다 좋습니다만 영양학자들의 말을 빌려 저 달걀은 반숙을 추천합니다. 노른자의 고소한 맛과, 흰자의 부드러운 식감이 반숙일 때 가장 잘 살아나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골라주세요

요즘엔 유황란, 솔잎란 등등 달걀에도 다양한 종류가 많은데요. 구매할 때 중요한 것은 산란일을 따져야 한다는 것이죠. 저는 엄마 닭에서 나온 후 급격히 신선도를 잃기 시작합니다. 산란일이 가장 최근인 것을 고르고, 산란일로부터 보통 5일 내에 먹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냉장 보관한다면 3주까지는 괜찮습니다. 고르실 때는 까끌까끌 한 껍질의 질감보다는 껍질의 강도가 단단한지를 살펴보세요.

이건 지켜주세요

1. 저를 냉장고에 보관할 때 막 놓으신 분들이 있는데요. 뾰족한 곳을 아래로, 둥근 쪽을 위로 가게 세워주세요. 이 쪽에 숨구멍이 있어서 더 신선하게 유지될 수 있거든요.
2. 제 껍질을 만지고 난 뒤에는 손을 꼭 씻어주세요. 껍질과 접촉한 주방 표면이나 조리도구도 반드시 세척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살모넬라 식중독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 정은지의 식탁식톡 이전 시리즈 기사 보기

(1) “양귀비도 사랑했건만....날 몰라도 너무 몰라”

(2) 육감적인 속살... 의서도 인정한 ‘으뜸’ 식품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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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 2023-07-25 15:38:05 삭제

      […] 헬스조선 2022년 12월 날로 먹든 삶아 먹든, 날 만만히 보지 마라 코메디닷컴 2015년 2월 하얀 황금, 소금 데일리투머로우 2023년 3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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