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얻으려면 노래하라!
●배정원의 Sex in art(22)
장 앙투완 와토, 『메제탱』
“오, 사랑하는 이여. 창가로 와주오, 여기로 와서 내 슬픔을 없애주오, 내 괴로운 마음을 몰라주면 내 그대 앞에서 목숨을 끊으리...”
창밑에서 한 남자가 간절하게 사랑을 구하는 세레나데를 부르고 있다. 세레나데란 저녁에 연인의 창가에서 기타나 만돌린 같은 현악기를 연주하며 부르는 낭만적인 사랑의 노래다.
남자의 옷은 평범하지 않다. 빳빳하게 풀 먹인 하얀 레이스를 단 화려한 옷과 망토 차림은 그러나 우아한 귀족의 것이라기 보단 금방 공연을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온 광대의 옷차림 같다.
남자의 눈은 호소하는 듯, 그녀의 창문을 바라보고 있지만, 그의 목소리는 애절하게 담을 넘어 연인의 창을 두드리지만, 남자의 표정으로 보아 연인의 마음을 끌어오긴 어려운 모양이다.
남자의 뒤에 어렴풋하게 보이는 등 돌린 여인의 조각상이 남자의 구애를 거절하는 여자의 냉정함을 은유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그림은 프랑스 로코코 화풍의 대표화가 장 앙투안 와토(1684~1721)의 『메제탱』이다. 와토는 이 그림 외에도 『세레나데를 부르는 메제탱』이라는 제목으로 비슷한 그림을 그렸다. 메제탱은 와토가 좋아했던 광대의 이름이다. 광대는 오늘날 TV에서 볼 수 있는 코미디언과 같다.
와토는 어린 시절 파리의 무대미술가였던 클로드 질로의 공방에서 그림을 배웠는데, 질로의 공방에서는 코메디아 델라르테의 익살스런 연극주제의 그림들을 볼 기회가 많았고, 그것이 와토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와토는 그늘진 공원과 환희에 찬 풍경을 배경으로 자그마한 인물들을 자주 그렸는데, 가볍게 반짝이는 그의 붓질은 인물들을 더욱 우아하게 보이게 한다. 와토는 결핵에 걸려 37세에 죽고 마는데,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은 자세히 보면 향수어린 감정, 우울함 등이 느껴진다.
그림 속의 남자는 연인의 마음을 얻는데 실패한 것 같지만, 사실 노래를 잘하는 남자, 혹은 남자의 멋진 노래는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좋은 무기이다. 사람남자뿐 아니라 새나 쥐, 고래도 암컷에게 구애하기 위해 노래를 부른다고 한다. 또 일찍 깨어 노래하는 수컷 새는 암컷과 짝짓기 할 가능성이 훨씬 많다고 하니, 좋은 목소리와 노래는 수컷이 구애를 달성하기 위해 꼭 갖추면 좋을 미덕임에 분명하다.
사실 남자 뿐 아니라 여자의 아름다운 노래도 남자를 유혹하는 데 더욱 유리하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오디세우스를 유혹하는 세이렌이나 라인강의 로렐라이는 고운 목소리로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 남자들을 죽음으로 이끌었다.
명쾌한 독설가 버나드 쇼어는 오페라를 간략하게 이렇게 표현했다. ‘소프라노와 테너가 사랑을 하지만 결국은 소프라노와 바리톤이 결혼하는 이야기‘라고.
여기서 소프라노는 보호하고 싶은 아름다운 젊은 아가씨이고, 테너는 잘생긴 그러나 젊어서 가진 것이 없는 청년이다. 바리톤은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의 부모가 선택한 나이든 사윗감 파리스 백작 같은 사람이다. 아마 사랑은 젊고 풋풋한 청년과 하지만 결국 능력을 선택하는 여자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극의 밖에서도 소프라노 여배우는 바리톤의 남배우와, 엘토의 여배우는 테너의 남배우와 결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여자들은 남자의 굵고 부드러우며 저음인 목소리에 매력을 느낀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선균 같은 배우의 목소리가 그렇다. 미국의 심리학자 메라비언에 의하면 메시지 전달 요소 중 목소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38%로 으뜸이고, 그 다음이 표정 35%, 태도 20%라고 한다. 즉 목소리는 상대와 소통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당연히 좋은 목소리를 가진 사람은 상대의 호감을 쉽게 얻고, 신뢰감도 높다고 한다.
미국의 올브라이트 대학과 볼티모어 대학의 연구팀이 연구한 결과에도 ‘목소리 톤이 낮을수록 이성에게 더 인기를 끈다’고 했다. 목소리 톤이 낮고 허스키 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젊고 따뜻하며, 성적인 매력이 있고, 정직하며, 사회적인 성취가 있는 사람이라 생각한다니 재미있다. 심지어 정치인들에 대한 유권자 기호도 조사에서도 저음의 굵은 목소리는 매력 있고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니 선거유세에서도 목소리를 깔고 저음으로 말하는 것이 유리할 판이다.
남자 뿐 아니라 여자의 목소리 또한 마릴린 몬로처럼 숨소리가 섞인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가 섹시하다고 생각되는 데, 숨소리가 섞인 목소리는 날씬하고 어린 여자에게서 난다고 하니 결국 ‘생식’이 매력의 기준에 관여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미셀 파이퍼나 안젤리나 졸리,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를 좋아한다고 한다. 하긴 영화 『Her』에서 스칼렛 요한슨의 저음 목소리는 얼마나 섹시하고 매력이 있었던지, 실제 모습이 보이지 않아도 목소리만으로 그녀와 사랑에 빠지기가 어렵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매력적인 용모의 여자는 남자의 낮은 목소리를 선호하고, 부드러운 음색이 유혹적이라 생각한다고 한다.
실제로 목소리는 복부벽 근육에서부터 폐, 발성기관을 거쳐 나오므로 상반신의 많은 기관들이 연관되어 있어서 건강여부가 목소리의 매력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강관리를 잘 못하면 중년이후에 목소리가 얇아지거나, 쉬거나, 흔들리는 현상이 나타나기 쉽다. 목소리를 건강하고 맑게 간직하려면 물을 많이 마시고, 매운 음식을 먹지 않고, 소리치지 않고 일정한 목소리로 말하며, 담배를 피우지 않고, 치아관리도 잘해야 하며, 목을 편안하게 하는 게 좋다고 한다. 특히 샤워하며 노래 부르기가 멋진 목청을 갖는데 효과적이라니 재미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상영했던 우디 앨런이 감독하고 출연한 영화 『To Roma with love』에서는 사윗감인 미켈란제로의 아버지가 샤워 중에 부르는 노래가 오페라 가수 못지않아 오페라 무대 위에 그를 세우기 위해 샤워부스가 등장하던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미인을 얻으려면 노래를 잘해야 한다니 오늘부터 샤워시간은 노래연습으로 열창, 또 열창해 봐야겠구나!
글 : 배정원(성전문가, 애정생활 코치,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