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JD 발생 전제조건1

01. 살우의 추억, 그리고 카니발리즘

02. 양과 소, 그들이 미쳐간 이유

03. 한국인 광우병 취약, 사실인가

04. 소고기 섭취량-나이와 vCJD

05. 그해 봄 영국서 일어난 일1

06. 그해 봄 영국서 일어난 일2

07. 그해 봄 영국서 일어난 일3

08. vCJD 발생 전제조건1

09. vCJD 발생 전제조건-재순환1

10. vCJD 발생 전제조건-재순환2

11. vCJD 발생 전제조건-재순환3

12. vCJD 조건-특정부위 섭취1

13. vCJD 조건-특정부위 섭취2

14. vCJD 발생 전제조건-에피소드

15. vCJD-SRM 30개월 의미1

16. vCJD-SRM 30개월 의미2

17. vCJD 전제조건-뇌조직 섭취

18. ‘달인’과 ‘박 대 박’

19. vCJD 조건-개인적 감수성1

20. vCJD 조건-개인적 감수성2

21. vCJD 조건-개인적 감수성3

 

<원제목> 인간광우병이 일정한 규모로 발생하기 위한 전제조건들(1)

2008-5-23

vCJD 발생 전제조건1

 

...이 이야기는 미국과 소고기 협상을 어떻게 해야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결국

어떤 식으로든 언급이 되겠지만). 광우병에 대해 우리가 얼마 정도의 위험을 느껴야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러니까 미국소고기의 위험성이 대상이 아니다(미국

소가 어떤 유별난 성질을 가지고 있는지는 별개로 하고). 그냥 소고기의 위험성이

대상이다. 협상은 뭐 그냥 언제나 우리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가면 좋은 것 아니겠는가?

30개월보다는 20개월이 좋고 그냥 갓 태어나거나 어린 송아지만 먹겠다는 쪽으로

협상이 타결된다면 더 좋을 것이다. 그것은 협상자의 능력에 달린 것이다. 상대방이

속아만 준다면 우리는 그런 어린 송아지만 원래 먹어왔다고, 나이 든 것 먹으면 알러지가

생겨서 못 먹는다고 구라를 쳐도 될 것이다...

사람처럼 소에게도 '산발성 광우병'(sporadic CJD vs

sporadic BSE)이 있다

광우병의 기원에 대한 초기 연구들은 광우병의 출현이 스크래피에 걸린 양들 때문이며,

이 양들의 부산물로 오염된 육골분 사료를 통해 스크래피 인자가 소에게 옮겨진 것이라는

추정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추정은 나중에 밝혀진 역학적, 과학적 사실들에 의해

의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영국 정부가 사태가 모두 정리된 뒤 발행한 광우병의 원인을 조사한 문건에 의하면

광우병은 소 자체에서 기원한 병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치 사람에게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sCJD)이 100만 명 당 1명씩-이 한 명은 결코 소고기를

먹는 죄를 범하지도 않았고, 인생을 그리 악하게 산 것도 아니고, 채식주의자이건

뭐건 상관없이(아마도 체성돌연변이, somatic mutation에 의한 것으로 추정)-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처럼, 소에서도 그 발병율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자연 발생적인 광우병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육골분 사료에 노출된 적이 없거나

수평-수직 감염의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소들에게서 광우병이 여러 차례, 다양한 나라에서

보고되고 있습니다.

광우병이 스크래피가 아니라 소 자체에서 기원한 것이라는 분석에 따라 다시 재구성을

해보면, 1980년대 초에 처음 광우병이 발생했다는 추정은 1980년대 중반에 이미 많은

소들이 광우병에 이환 되어 있음을 생각해볼 때 잠복기 4~6년을 고려해서 너무 빠른

추정치가 됩니다. 결국 광우병 처음 발생 시점은 1970년대로 추정되고 최소한 10년

동안 3번 정도의 작은 사이클이 돌았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즉, 어느 목장에선가

광우병이 자연 발병하여 다우너가 된 소를 도축하게 되고 이 때 남은 뇌, 척수 등의

부산물이 사료로 흘러 들어갔을 겁니다. 이를 섭취한 소수의 소들이 다시 광우병에

걸리게 되고, 이들의 부산물이 또 사료로 유입되면서 광우병 사이클이 돌게 됩니다.

그럼 여기서 이런 사이클이 소수에서 그치지 않고 증폭되고 확대되어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만드는 전제 조건들, 다시 말하면 광우병이

위험 수위에 도달하지 못하게 만드는 각종 장벽들(barriers)이 무엇이 있는지,

전에 언급했던 유전적 장벽(genetic barrier), 연령 장벽(age

barrier) 등과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부터는 3,000m 허들 경기를

연상하며 선수가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지 않고 끝까지 완주할 수 있는지를 유심히

지켜보아야 할 것입니다. 뭐 응원을 하셔도 상관은 없습니다만...

인간광우병이 영국처럼 일정한 규모로 발생하기 위한

전제조건들

1. 대량의 오염된 조직의 유입

광우병에 걸린 소가 도축되고 그 소의 변형프리온단백질

오염된 뇌 조직이 사료제조 과정에 들어갔다고 가정을 해보겠습니다. 일단 알아보니

육골분 사료를 만들 때 소머리, 내장, 잡뼈 가져다 그냥 집어넣는 것이 아니더군요.

‘광우병조사위원회’에 제출된 사료 제조공정을 자세히

기록한 문서에 의하면 육골분의 처리 과정은 3단계로 진행됩니다. 절단(breaking)과

분쇄(crushing), 혼합(mixing) 과정인데 이를 거치고 나면 상당히 균일한

정도의 직경 3mm 이하의 작은 입자가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당연히 이 입자는 정상인

조직들과 섞인 상태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오염 물질의 희석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육골분 사료는 다시 복합사료 제조 과정에 들어가게 되는데

전체 사료 비율 중 2~4% 정도만 첨가되기 때문에 다른 사료들에 의해 희석이 됩니다.

이런 식으로 두 차례나 나뉘고 섞이고 퍼지고 하면서 실제 목장에 있는 소에게 전달될

양은 급격히 감소하게 됩니다. 소량의 오염 물질 가지고는 유효 용량에 도달하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영국에서 1989년에 실시된 역학 조사에서 6,841개의 감염된 소 떼 가운데 단 1마리

만의 발생 예를 갖고 있는 소 떼가 4,329개나 되었습니다. 만약 사료에 오염물질이

들어가기만 해도 광우병이 걸리는 것이라면 한 목장의 소들이 각자 다른 사료를 먹은

것이 아닌 바에야 이런 발병 패턴을 보일 수 없습니다. 이 패턴은 감염에 노출된

수준이 매우 낮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스크래피를 가지고 한 실험에서 매우 높은

비율로 스크래피 인자를 희석할 경우 드물게 그리고 예측 불가능하게 하나씩 튀어나오는

발생 례와 동일한 패턴을 보이는데 이것은 오염 물질이 사료제조과정에서 높은 비율로

희석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사료제조 라인에 들어오는 오염된 조직이 많아질 때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감염된 소의 부산물의 증가와 함께 사료 제조 방식의 기계화에 의한 대량 처리 및

용해제 미사용은 직접적인 효과는 아니더라도 사이클을 증폭시키는데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량일 때와는 달리 육골분 사료가 균일하게 오염되면서 광범위한

전파가 가능해집니다. 실제 영국에서 처음 시작은 소수였지만 아무도 광우병의 위험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사료 유입 경로가 차단이 이루어지지 않고 점차 확대되다가 수십만

마리의 소가 감염된 상태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현재 육골분 사료를 소에게 주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영국은 1988년부터,

미국, 캐나다는 1997년부터, 한국은 2000년 12월부터, 일본은 2001년부터). 또한

광우병 발생 위험 소들을 전수조사 또는 표본조사로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그 당시

넋 놓고 있던 영국 상황과는 천지 차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설사 다른 가축들에게

줄 육골분이 소량씩 소 사료에 섞여 들어간다 해도 그 가운데 표본조사를 피해간

오염 물질이 섞여 있을 확률을 고려하고, 들어와서 희석되는 상황을 고려할 경우,

대량 오염이 되지 않은 경우라면 이에 의해 광우병이 집단 발병하기는 무척이나 힘든

일이 되겠습니다(반추동물이 아닌 다른 가축의 감염물질이 사료를 통해 유입되는

교차 오염은 그래도 기분 나쁜 것이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차단시켜야 된다고 봅니다.

솔직히 교차오염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나라가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하여튼 처음부터 광우병이 대규모로 번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니터링만 어느

수준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면 일단 제 1 전제조건부터 만족시키기가 어려워지며 1980~90년대

영국과 같은 상황의 재연은 일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여집니다.

2. ‘종 간 장벽’의 붕괴

어찌 보면 광우병 전파 문제에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것이 이 ‘종

간 장벽’(species barrier)의 문제입니다. kuru나 vCJD나 똑같은 변형프리온

질환인데 Fore족이 5만도 안 되는 인구 중 2500여명이나 kuru에 걸렸고, 영국은 5천만이

넘는데 163명 밖에 이환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극명해집니다. 더군다나 Fore족은

죽은 사람을 먹은 것이기 때문에 실제 감염원과 접촉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고, 영국민들은 다량의 감염된 소고기를 10년 넘게 먹어왔기 때문에 접촉할 기회는

더 많았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환율에는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영국의

경우 소만 걸리던 광우병이 인간에게로 넘어올 때 뭔가 큰 장벽 하나가 가로막혀

있었음이 틀림없습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종 간 장벽’입니다. Fore족은 같은 종인 인간을 먹은 것이고, 영국민은 다른

종인 소를 먹은 것입니다.

변형프리온단백질(PrPsc)에 대한 이 장벽은 실험자들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는데, 이들은 한 종에서 나온 변형프리온을 새로운 동물 종에

접종했을 때 잠복기가 같은 종에 접종했을 때보다 현저히 길어지는 현상을 관찰했습니다.

그리고 뒤 이은 연구에서 어떤 종 간에는 전혀 전파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종 간 장벽’은 프리온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서열이

종마다 각기 다르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기도 합니다.

정상프리온단백질(PrPc)은 사람의 경우 20번 염색체에

코딩 되어 있는 단백질로 이에 해당하는 유전자(PRNP)는 16,000개 염기쌍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 단백질 코딩 부위는 759개 염기쌍으로 되어있으며 3개의 염기가

1 종류의 아미노산을 지정하니까 253개의 아미노산이 됩니다. 이 숫자는 각 종마다

다르고 아미노산이 배치된 순서도 다르며 진화 계통상(프리온단백질의 진화계통도는

위 그림에) 가까울수록 더 비슷하게 됩니다. 위 표와 그림에서도 볼 수 있듯이 ‘소’라는

종은 ‘양’이라는 종과 상당히 비슷하며(표1에 의하면 94%) 계통상 가까이 있고,

‘인간’은 ‘원숭이’와 가까이 있으며 인간과 소(88%)는 그에 비해 상당히 떨어져

있습니다. 어쩌면 이 거리만큼, 이 장벽만큼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광우병 소고기를 접해왔음에도 멀쩡할 수 있는 원인일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영국에서 광우병 소고기를 먹어 인간광우병에 걸린 163명의 사람들에게는

원통하게도 왜 이런 ‘종의 장벽’이 작동하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겠습니다.

이것은 앞으로도 우리가 지속적으로 풀어가야 할 문제이기도 합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실행횟수와 확률에 관한 것입니다. 종의

장벽이 높긴 하지만 실행 횟수가 많다 보면 게중에 하나 정도는 이 벽을 넘어서 인간

프리온단백질에 변형을 가져올 수 있는 변종이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10년

넘게 수많은 광우병 소를 먹어왔다면 충분한 실행횟수가 될 수 있습니다(로또 1등이

매우 희박한 확률이지만 실행횟수가 많기 때문에 매주 당첨자가 나오는 것처럼, 814만분의

1 확률이면 814만 번을 실행하면 1번쯤은 된다는 이야기). 다행히 이 변형은 수혈이나

경막 이식 같은 인간-인간 전파 유형을 제외하고는 사이클을 돌 수 없으므로 이환된

개체 내에서 개체의 사망과 함께 종결됩니다. 결국 향후 발병 예상치까지 합쳐서

약 300명 정도가 운이 없게도 이 ‘종 간 장벽’ 파괴의 확률적인 희생양이 된 것입니다.

그 외의 원인은 몇 가지가 더 있는데 다른 장벽을 소개할 때 다시 언급됩니다.

광우병에 대한 설명에는 종간 장벽과 관련되어 항상 동반되어 언급되는 현상이

있습니다. 그것은 ‘strain diversity'(변종 or 품종 or 균주

다양성)라는 번역하기 좀 애매한 그런 현상입니다. 이 strain이라는 것은

특이하게 같은 종 간에도 적용됩니다. 즉 유전자가 같고 아미노산 서열이 같아도

특성이 전혀 다른 또 다른 변형프리온단백질의 세계입니다. 양에게 발생하는 스크래피만

해도 20 종류가 넘는 strain이 현재 확인되어 있습니다. 종 간 장벽을 뚫고 사람을

침범한 영국 광우병 소들의 변형프리온과 이 strain의 관계에 대해서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피카소님의 글 21편에 관한 의견(댓글)은 ‘이곳’에 써주시기 바랍니다.

제공 : BRIC 소리마당 집중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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