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문화, 유교 가치관에 함몰된 탓(연구)
아시아권 직장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는 야근이다. 야근문화는 왜 생긴 걸까. 최근 논문에 따르면 유교 가치관의 영향이 크다.
아시아는 유교문화권에 속한다. 전통적인 사고를 거부하는 젊은 세대도 유교적인 가치관이 뿌리 깊이 박힌 조직에 소속돼 있다. 유교의 영향력은 직장문화를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바로 야근이다.
최근 경영윤리저널(Journal of Business Ethics)에 유교문화가 야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논문이 실렸다. 미국 오클랜드대학교 강재형 교수팀에 따르면 한국, 일본, 중국 등의 아시아 국가들은 유교문화권에 속하는데, 이 국가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서방 국가들에 비해 월등히 높다.
근로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고강도의 노동을 강요하는 문화 때문에 업무 관련 스트레스가 높고 극단적으로는 자살을 선택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강 교수팀은 이러한 고강도 업무가 유교문화 때문이라는 근거를 제시했다.
우선 첫 번째로는 연장자 혹은 상급자의 서열을 따지는 문화를 꼽았다. 윗사람을 공경하고 권위를 인정하는 문화는 유교의 중요한 단면으로, 직장 내에서는 연공서열을 기준으로 충성도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본인보다 나이가 많은 조직원 혹은 상사에게 충성함으로써 조직의 질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퇴근시간에도 제약이 생긴다. 상사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리거나 먼저 퇴근할 땐 보고해야 한다는 원칙이 생긴 것이다. 상사의 권위를 존중해야 한다는 믿음이 상사보다 먼저 퇴근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진 것이다. 상사의 눈치를 보고 퇴근시간을 결정하는 직장문화는 유교를 기초에 둔 조직행동양식이라는 설명이다.
두 번째는 관계를 지향하는 문화의 영향이다. 서양 문화에서 비즈니스 관계란 계약을 기반으로 한 업무 처리 관계다. 반면 동양권에서는 계약 관계를 넘어 포괄적인 인간관계를 강조한다. 이러한 부분도 유교적 덕목에 뿌리를 둔 특징이다.
아시아 직장인들은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내용도 인간관계를 생각해 수행하는 것이 도리라는 사고를 한다. 장기적인 관계 유지를 위해 비즈니스 파트너나 고객의 요구를 가급적 들어주려고 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업무 시간이 늘어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옳은 일은 행하고 그른 일은 지양하는 정의 추구 문화다. 이러한 사고 역시 유교적 가르침에 철학적 기반을 두고 있다. 유교 문화는 조직에 이익을 주는 것이라면 개인의 희생이 따르더라도 하는 것이 옳다는 도덕규범을 따른다. 이는 앞선 두 가지와 달리 타의(상사 혹은 고객)가 아닌 자의에 의해 야근을 하게 되는 케이스다. 자신의 직무가 조직의 발전에 이롭다는 생각이 들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기꺼이 야근한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야근 문화가 굳어지게 되면 이를 정책적 혹은 제도적으로 되돌리기 무척 어렵다”며 “왜 우리 조직이 야근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근본적, 문화적인 이해가 선행돼야 그 해결책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출처=아이클릭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