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아는 인형, 남아는 로봇...본능적인 선택일까?
장난감 가게에 가면 여아용 장난감과 남아용 장남감이 서로 분리돼 진열돼 있다. 남자아이들은 트럭, 공, 로봇 등을 선호하는 반면, 여자아이들은 인형, 미용세트 등을 좋아한다. 그런데 이 같은 선호도 차이는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걸까. 아니면 성별에 맞는 놀이를 유도한 교육 탓일까.
선행 연구들에 따르면 아이들의 장난감 선호도는 타고난 성별 차이도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문화적 기대난 교육 방식 등 후천적 요인도 원인일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언제부터 이처럼 자신의 성별에 맞는 장난감을 선호하는 걸까.
최근 ‘유아 및 아동발달(Infant and Child Development)저널’에 이와 관련한 논문을 발표한 연구팀이 생후 9~32개월 유아들을 대상으로 놀이방에서 노는 모습을 관찰했다. 아이들을 자유롭게 놀도록 한 뒤 주로 어떤 장난감을 건드리는지 살펴본 것이다.
그 결과, 아이들은 아직 성별을 구분하지 못하는 연령대부터 이미 확연한 장난감 선호도 차이를 보였다. 이 같은 차이는 발달이론, 육아방식, 교육적 관례 등과 연관 지어 설명이 가능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다문화 가정아동들이 많이 다니는 놀이방을 물색해 여아 47명, 남아 54명을 선정했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과 떨어진 조용한 장소에 아이를 한 명씩 불러 노는 모습을 관찰했다. 장난감 7종류를 반원 형태로 놓은 다음 그 가운데 아이를 앉히고, 원하는 것을 가지고 놀도록 했다. 장난감은 자동차, 파란색 곰인형, 채굴기, 공처럼 남자아이들이 선호하는 종류와 바비인형, 분홍색 곰인형, 요리도구처럼 여아들이 선호하는 종류를 섞어놓았다.
아이 곁에는 연구원이 한 명 머물며 아이가 가지고 놀고 싶을 마음껏 집을 수 있도록 독려했다. 각 아이마다 3분간 실험에 참여했고, 연구팀은 5초 간격으로 아이들이 잡고 건드린 장난감들을 기록했다.
실험에 참여한 유아는 생후 9~17개월, 18~23개월, 24~32개월 등 총 세 그룹으로 나눴다. 그리고 그룹별 패턴을 살핀 결과, 전 그룹이 자신의 성별에 맞는 장난감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남자아이들은 개월 수가 많아질수록 더욱 남아용 장난감 선호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 없이 혼자 놀 때도 자기 성별에 맞는 장난감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경향성은 이미 또래 친구나 부모와 같은 양육자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단 생후 3개월만 되도 이미 성별에 맞는 장난감을 선호한다는 점에서는 이 같은 선호도 차이가 타고난 생물학적 차이의 영향도 있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즉 사람은 본능적으로 각자 자신의 성별에 맞는 물건을 선호하는 기질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